올해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키워드로 독특한 점을 꼽는다면 ‘재난 대처’와 ‘대중화’를 들 수 있다. 지난 여름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메르스나 사상 최악의 가뭄 등 각종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과학계가 팔을 겉어 붙이고 나섰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과학자들이 몸소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이처럼 올 한 해 관심을 모았던 과학계의 이슈 중 재난을 극복하는데 동참하거나,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의 면면을 되돌아보았다.
▶ 메르스(MERS) 백신 개발에 성공한 재미과학자 조셉 김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인 조셉 김(46)은 바이오 기업인 이노비오(Inovio)의 공동 대표다. 또 다른 대표인 펜실베이니아 의대 데이비드 와이너(David Weiner) 교수와 함께 지난 8월 메르스 DNA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시 이노비오 연구진은 “쥐와 원숭이, 낙타에서 100% 메르스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에도 미국과 독일에서 메르스 백신이 잇따라 개발되기는 했으나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기는 주범인 낙타에도 듣는 백신은 이노비오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낙타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메르스의 연결고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DNA에서 세포에 달라붙는 조각을 떼어내 몸에 넣어 면역 항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백신을 쥐와 원숭이에게 투여하고 6주 뒤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시켰지만 100%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가뭄 해결의 대안으로 빗물 활용을 주장하는 서울대 한무영 교수
올해 한반도는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10월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619㎜로서 56년 만에 맞이하는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되었다. 더군다나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보로 인해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가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한 교수는 빗물을 모아 이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인 빗물모아 지구사랑의 공동대표로도 재직하고 있다.
그는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투자비용이 막대한데다가 파급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언급하면서 “반면에 빗물은 지붕 위에 간단한 취수시설만 갖추면 자연적인 정화 작용으로 그냥 마셔도 문제가 없고, 돈도 전혀 들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다양한 사회 현상을 과학으로 풀어낸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김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드릴 수 있는 ‘통계물리학’이다. 통계물리학이란 많은 입자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인데, 이런 통계물리학을 도구로 이용하면 다양한 사회현상이나 경제현상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표적 융합 학문인 통계물리학으로 김 교수는 집단지성(개미는 알고 정치인은 모르는 비밀)에 대해 글을 쓰고, SNS의 영향력(리트윗의 진원지는 어디일까?)에 대해 논하는 등, 세상의 작동원리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도 물리학을 통해 세상사를 바라보는 일에 주력할 예정인 김 교수는 “그동안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물리학이, 세상물정을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깨달아주기만 해도 보람찬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2015년을 빛낸 과학자들
▶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의 주역인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이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의 공동 연구진은 ‘카멜레온 소재’라는 별명처럼 온도에 따라 반도체에서 도체로 변하는 신소재인 다이텔레륨 몰리브데늄(MoTe2)을 활용하여 전력손실이 적고 동작속도를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 생체시계 원리를 밝혀낸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생체시계의 성질이 1954년 처음 발견된 후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생체시계 작동원리를 60여 년 만에 처음 밝혀낸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미분방정식을 활용한 수학적 모델링이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생체시계의 속도를 유지하는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그 결과와 함께 접근 방법의 참신함으로 더욱 이목이 집중되었다.
▶ 과학기술 관련 현안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제시한 이우일 과실연 대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 대표는 ‘바른 과학기술사회의 실현’이라는 취지로 설립된 과실연의 목적에 맞게 올 한해도 ‘씽크홀’이나 ‘백두산 화산’, ‘논문 표절’ 등 과학기술과 관련한 현안들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는 등 과학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 블랙홀 중에서도 희귀한 블랙홀을 발견한 김민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김 연구원과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우주 생성 초기인 128억 년 전에 형성된 희귀한 블랙홀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찾아내 화제가 되었다. 초기 블랙홀은 우주 초창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천문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하여 여러 성과를 거둔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및 넙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일본으로 대량수출의 기회를 연 김우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 그리고 페임랩 국제대회에서 최종 9인에 선발된 장동선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등이 사이언스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인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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