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입고 자는 옷이 접어지면 몸이 드러난 부분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옷을 다시 쭉 펴서 덮어줘야 편안해진다. 요즘 이 같은 하지불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s Syndrome)란 수면장애의 한 가지로서 대부분 발목에서 무릎 사이의 종아리 부분에서 불쾌한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주로 잠들기 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은 다리가 저리거나 옥죄거나 타는 듯한 느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지만 일시적일 뿐이며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전체 인구의 10~15%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단순 불면증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또는 당뇨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일차성에 속한다. 일차성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유전성으로 나타난다.
이차성의 원인으로는 철분 부족이 가장 흔하며 당뇨병, 신장병, 알코올중독, 심한 다이어트, 파킨슨병, 말초신경병증 등도 원인이다.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특히 중년 여성의 유병률이 높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2007년 세계수면학회(WASM: 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학술대회에서 조용원 교수(대한수면연구회정보이사)가 한국인 하지불안증후군(RLS) 유병률의 조사결과를 발표해 의료계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 조사 결과는 국내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유병률과 역학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첫 번째 연구 이다. 한국인 질병 유병률 자료 가이드가 세계 수준의 학술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 발표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조용원 교수는“하지불안증후군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신경질환이며, 수면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역학연구 자료가 없었다”며 "이번 한국인 유병률 조사 결과가 하지불안증후군이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알려진 유럽, 미국 등 서구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세계 수면장애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 급증, 국내 약 360만명 추산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약 7.5%(373명)가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약4천8백만명)로 추정하면 약360만명 정도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특히 심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수면 장애가 동반된 비율이 약 71%로, 이들은 밤에 잠들기가 어렵거나 다리 움직임 때문에 잠을 자주 깨고 잠이 깬 후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등 수면문제를 경험했다.
증상의 발현 시간대는 주로 오후 6시 이후부터 저녁/밤 시간이 가장 많았다. 저녁이나 밤 시간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것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중요한 특징이며 진단 시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조 교수는 “주목할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도 불구하고 심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 중 적절하게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약 4명 중 1명 꼴 밖에 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많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치료를 방치한 채 증상과 수면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수면학회는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부족으로 인한 악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질환의 예방과 치료 수준을 높이는 한편 수면치료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창립된 전문 의학단체다.
2년마다 개최되는 학술 대회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 불면증, 기면발작, 수면 중 운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 질환의 연구결과를 비롯해 수면장애의 역학과 유전학,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수면장애 치료제 등에 관해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유전성인지 특정 질병에 의한 이차성인지를 감별하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 결과에 따라 철분을 보충하거나 도파민 등의 약물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혈액 생성과 철분 흡수를 돕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금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불안증후군 필수 진단조건 4가지
△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대개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이 동반된다. 때로는 이상감각 없이도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다리부위에 더해서 팔과 다른 신체 부위에도 나타난다.
△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들이 눕거나 앉아 있는 상태, 즉 쉬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시작되거나 심해진다.
△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들이 걷거나 스트레칭과 같은 운동에 의해, 최소한 운동을 지속하는 한 부분적으로 또는 거의 모두 완화된다.
△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들이 낮보다는 저녁이나 밤에 악화되거나 저녁이나 밤에만 나타난다. 증상들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뚜렷한 경향이 점점 없어지나 과거에 반드시 이러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
- 우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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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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