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 나온 것을 과학자들이 더 좋아할까, 인문학자들이 더 좋아할까. 다소 이상한 질문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인문학자들에게 양자역학 만큼 좋은 과학분야가 얼마나 될까 싶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같은 사안을 놓고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줏대 없이 갈팡질팡하거나 상황에 따라서 달리 이야기하기나 혹은 안개처럼 희미한 것도 무리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곤 한다.
전통적인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인문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궤변이고, 논리와 체계도 없고, 임기변통의 대책없는 개똥철학으로 비춰지곤 했다.
그렇지만,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노라면, 궤변과 개똥철학과 오락가락 갈팡질팡 하는 인문학적 해석은 지극히 ‘양자역학적’인 특징을 갖는다.
‘김상욱의 양자 공부’는 양자역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뛰어난 입문서이다. 글자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온갖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글자로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은 ‘양자역학은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식에 모순되는 특징을 가장 인상적으로 비유한 것은 부산지하철역 노선안내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들어온 양자 열차는 해운대역으로 갈 확률이 35퍼센트 부산역으로 갈 확률이 65퍼센트입니다. 열차가 정확히 언제 들어올지 아무도 모르니 항상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과학자도 설명 못하는 양자역학의 이중성
부산지하철을 예로 들은 것은 저자가 부산대 교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역와 해운대 역은 정반대 방향이므로, 상식적이라면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 쪽 방향인지 저 쪽 방향인지 알아야 하는데, 양자는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때로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하는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이 책은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여러 번 되풀이 나온다. 양자역학은 원자의 특징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진짜로 과학맹이라면 이 한 문장만 확실히 외워도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것이다. 원자의 과학이 양자역학이므로 원자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렇다면 원자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수소는 1개의 원자핵과 1개의 전자로 구성됐는데, 원자핵은 아주 작다. 얼마나 작은가 하면 원자핵이 농구공만하다면, 전자는 대략 10km밖에서 움직인다.
저자는 ‘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에 농구공이 하나 있고 도시외곽에 전자 하나가 홀로 날아다니는 모습’이라고 비유한다. 머릿속에 쏙 들어오지 않는가.
과학은 문외한이지만, 양자역학의 의미만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양자역학은 매우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특징이 적지 않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과학자들 조차 이런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조차 ‘입 닥치고 계산해’라는 설명이 나온다고 하니, ‘맹목적인 암기교육’을 옹호하는 것 같다.
이 모습에 인문학도는 안심한다. 빛은 해석이 불가능한 이중성을 가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은 이중성이다. 그런 나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당연하다. ⇒ 나는 과학적인 사람이다?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을 ‘결정론’이라고 설명한다. 기계적으로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 기계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행동이나 사건이나 사람이 있을까? 거의 없다.
그래서 양자역학에서는 ‘고전물리학을 붕괴시키는 혁명은 원자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자는 이 표현을 응용할 수 있다. ‘인간 이성을 붕괴시키는 혁명은 사랑에서 시작한다’
결정론이 핵심인 고전물리학에는 자유의지가 있을 수가 없다. 계산으로 딱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그렇지 않다. 부산지하철 기차가 해운대 역으로 갈지, 부산역으로 갈지 모르는 것처럼, 그러나 어디로 가긴 가는 것처럼 결정된 것 같기도 하고 결정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다.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영역에 자유의지가 있기도 하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고 김상욱 교수는 말한다. 이게 바로 독자의 마음을 기막히게 표현하지 않는가?
나는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 같고, 아닌 것 같다는. 역사는 결정된 길로 가는 것 같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양자역학은 원자를 설명하는 이론이고,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으므로,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이나 화학섬유옷이나 네비게이션이나 바코드나 신용카드나 자동문이나 컴퓨터 이 모든 것에 양자역학의 원리가 이용된다.
물론 사람도 원자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재해석하려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저자가 ‘양자생물학’을 언급했지만, 인문학도에게는 물리학자 로저 젠로즈가 1989년 ‘황제의 새 마음’이란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더 끌린다.
‘양자역학이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펜로즈는 뇌소포의 미소세관을 양자중첩이 일어나는 곳으로 지목했다. 주류 학계는 냉랭한 반응이라고 덧붙였지만.
인문학 해석에 양자역학 많이 응용될 듯
양자역학이 인간의 성정을 잘 설명하는 겉모습을 가졌으므로, 아마도 양자역학적 인문학 해석은 계속 나올 것 같다. ‘양자역학으로 본 한국인’이라든지, ‘양자역학 심리학’ ‘양자역학 행동경제학’같은 것 말이다.
고전물리학의 결정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모순과 미신과 이중성이 가장 많아 보이는 종교를 새롭게 해석하는 ‘양자역학 신학’도 곧 나올 것 같다.
물론, 과학에도 사이비가 있고,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논리가 있듯이 인문학에도 글자 그대로 궤변과 개똥철학이 오늘도 술잔주변을 드나들면서 선량한 사람들의 두뇌를 오염시키곤 한다.
양자역학으로 재조명하면, 논리가 없다거나 오락가락하거나 비정상이거나 상식적이 아닌 것이 알고 보니 대단히 ‘양자역학적’이라고 ‘과학’의 영역에서도 복원될 날을 기대해본다. 양자역학은 불투명해 보였던 인문학소양에 더 많이 적용되고 해석되어야 할 것 같다.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그가 읽은 수 십 권의 책 제목과 서너 줄 설명을 덧붙인 ‘양자세계 가이드’는 교육자 다운 배려이다.
갈증을 불러오는 부분도 있다. 고전물리학-열역학-양자역학의 3자 관계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떤 현상안에는 이 3가지 원리가 동시에 작용할 것 같다.
김상욱 교수는 자기 자신을 분석해서 예를 들어서 의식은 양자역학 방식으로, 소화는 열역학 원리로, 몸의 움직임은 고전물리학에 따라 움직인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양자역학은 그동안 너무나 멀리 떨어져 지낸 과학과 인문학을 이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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