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은 마라도일까? 엄밀히 말하면 마라도는 아니다. 조금 더 가면 전설의 섬 ‘이어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부터 이 섬은 늘 전설의 섬으로 불려왔고 명백하게 사람들의 육안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섬 이어도를 두고 이청준은 소설 ‘이어도’의 서두에서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로 표현한다.
왜 이어도는 아무도 보지 못하면서도 존재하는 섬일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이어도로 간 것일까? 오늘날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마라도에서 남서방향으로 149.3Km 지점에 떨어진 동중국해 중앙에 있는 수중암초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해저 제4광구에 있는 우리나라 대륙붕의 일부이며, '파랑도'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수중암초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폭풍우 치는 사나운 바다에서 어부들에게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었다. 파도가 10m 이상 솟구쳤다가 다시 밑으로 쏟아져 내릴 때 잠시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 상황에서 작은 무동력 배가 살아서 돌아오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어도를 본 사람들은 살아 돌아 올 수 없고 이어도의 존재는 전설로만 전해질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환상의 섬 이어도는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섬이 됐다. ‘이어도 해양 종합과학기지로 거듭난 것. 예산 200억 원이 들어간 이 기지는 44종 108점의 각종 관측 장비가 인공위성 원격제어시스템에 의해 자동 조종되면서 해상 및 기상정보, 수질관측자료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임무는 동중국해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태풍을 지켜보는 것이다.
살아있는 태풍 정보 제공
이어도가 해양종합과학기지로 선정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과 같이 인간에게 가혹한 환경에서 광역동시관측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격탐사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양관측에서 원격탐사는 향후에도 많이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해양과학기지와 위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어도 역시 30여종의 최첨단 관측 장비가 실시간 해상정보를 무궁화 2호위성을 통해 안산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운영상황실로 24시간 전송한다.
실제로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경로 상에 위치한 이 해양과학기지는 태풍이 남해안에 도착하기 10시간 전에 태풍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재난센터에 전송, 대형 재난을 미리 막는 데 이용된다.
우리나라 주변을 통과하는 태풍들 대부분이 이어도 주변을 통과하고 있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최적의 태풍 파수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감시 및 예측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측자료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수온이 높은 적도 부근의 열대 해상에서 발생, 중위도 권으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이어도는 태풍 감시 및 예측에 매우 중요한 관측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태풍은 육지에 상륙하거나 중위도 권에 진입하면 지면과의 마찰력 또는 수온 변화 등에 의해 태풍의 특성이 변질된다고 한다. 반면에 이어도 주변에 도착하는 태풍은 그 이전의 것으로 태풍의 초기 생성 및 발달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
각 태풍의 관측 자료는 그 태풍의 구조, 운동 및 열적 특성, 발달 기작 등을 분석, 연구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또 운동 및 열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면 태풍의 물리 기작을 규명할 수 있게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이런 정보를 태풍 모델에 활용하면 태풍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태풍 접근시 기상뜰개 투하
지난 2003년 9월 4일 발생한 제 14호 태풍 매미는 일주일후인 11일 동중국해에 접근하면서 중심 기압 920 hPa/최대 풍속 50m/s에 달하는 초대형 태풍으로 변했다. 태풍의 길목에 있는 이어도로 매미도 어김없이 접근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지난 태풍은 10시간 후, 남해안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이 태풍 매미가 접근할 때, 이어도 기지에선 ‘위성 추적 기상뜰개(Satellite Tracked Minimet Drifter)’ 두 대가 태풍의 한 가운데로 발사됐다. 개당 8천8백만 원을 호가하는 이 고가의 장비는 태풍을 따라 함께 떠다니며 태풍의 구조와 기압, 풍속 등을 측정, 무궁화위성 글로벌스타를 통해 경기도 안산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기상청에 실시간 데이터로 보내졌다.
남해안 도착 10시간 전에 태풍에 대한 정보가 재난대비센터에 먼저 도달한 것. 이로써 기상청 등 관련 당국은 태풍의 정확한 진로를 예측, 경보를 내릴 수 있었다.
기상뜰개(Clearsat-Minimet Drifters)는 이어도 기지에 미리 탑재해 두고, 원격조정으로 투하가 가능하도록 장치해둔다, 태풍 내습시, 원하는 시간에 투하하도록 설계돼있다. 원격으로 투하된 뜰개는 테풍 중심에 떠다니며 기압, 유속, 바람의 강도 등을 측정한다.
기상뜰개는 현장에서 표층수온, 표층풍속, 기압을 포함한 해양표면 특성을 현장에서 측정하기 위한 작은 표류기상관측소다. 이로써 바람의 강도는 수심 10m에서 측정된 7kHz 주변의 해양 소음 진폭에 의해 결정되며, 음향 스펙트럼은 탑재된 DSP에 의해 정확히 계산된다. 자속컴파스(Magnetic flux gate compass)는 부이의 방위로부터 풍향을 감지한다. 그리고 ARGOS 위성을 통해 위치와 자료를 관련 당국에 전송한다.
이어도 과학기지의 무인원격 자동영상 관측시스템은 이어도 기지에 대한 감시와 함께 실시간 영상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생생한 현장 모습을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2일 국립해양조사원은 이어도 해양종합과학기지의 파노라마 영상을 오는 25일부터 네이버 지도에서 거리뷰로 서비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제는 육지에서 태풍에 휩싸인 이어도 앞바다를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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