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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19-07-12

이산화탄소 잡는 청정 발전소 등장 다공성 현무암에 가둬 암석으로 고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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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가장 큰 이산화탄소 배출원 중의 하나다. 그런데 최근에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이산화탄소를 오히려 감소시키는 발전소가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아이슬란드는 마치 외계처럼 보이는 독특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간헐천 및 화산이 많아 도처에서 뜨거운 물과 증기가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슬란드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그 같은 지열로부터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헬리셰이디(Hellisheidi) 지열발전소다. 지열발전소는 녹색에너지의 일종이지만, 완전히 청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터빈을 돌릴 수 있는 증기에 소량의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헬리셰이디 지열발전소는 사용하는 증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암석으로 바꾸는 정화기술을 도입했다. ⓒ Arni Saeberg(CarbFix)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헬리셰이디 지열발전소는 사용하는 증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암석으로 바꾸는 정화기술을 도입했다. ⓒ Arni Saeberg(CarbFix)

그러나 헬리셰이디 발전소는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이곳은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꾸는 정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 즉, 공기를 암석으로 바꾸는 셈이다. 이산화탄소를 다공성 현무암에 주입해 영구적으로 가둬두는 이 기술은 수천 년에 걸쳐 자연 발생하는 과정을 압축 모방했다. 첨단 기술을 통해 시간의 척도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암석화시키는 과정은 이산화탄소를 증기 상태에서 포집하는 기술로부터 시작된다. 약 100℃로 가열된 필터에서 순수하게 농축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다량의 물에 용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이산화탄소로 발포성 소다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입한 이산화탄소는 2년 이내 암석화돼

이렇게 만들어진 소다수는 파이프를 통해 수㎞ 가량 이동한 뒤 지하 1000m 깊이에 있는 현무암에 고압으로 주입된다. 그러면 현무암 속의 칼슘, 마그네슘, 철과 주입한 이산화탄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응고되면서 석회석 같은 광물로 변하게 된다.

연구팀은 파일럿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약 95%가 주입된 지 2년 이내에 광물화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암석으로 바뀌고 나면, 암석 내부에 매우 잘 포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 남서부의 헨질 화산에 자리 잡고 있는 헬리셰이디 발전소는 이 공정을 위한 거의 완벽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발전소의 위치가 냉각된 용암으로 형성된 현무암 암석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화산 아래에서 오는 물을 거의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를 소다수로 만들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헬리셰이디 발전소의 운영사인 레이캬비크 에너지는 이 프로젝트를 ‘카브픽스(CarbFix)’라고 부른다. 탄소를 암석에 고정시킨다는 의미다. 카브픽스 프로젝트에는 레이캬비크 에너지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대학,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국 과학전문매체 ‘phys.org’에 의하면, 연구팀들이 우려하는 사항은 화산 폭발이다. 암석이 높은 온도로 가열될 경우 탄소가 물에 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석에 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현재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은 아이슬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용하다. 레이캬비크 에너지사의 연구팀은 지구상에는 현재 사용하는 모든 화석 연료를 다루기에 충분한 현무암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공정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하나의 해결책일 뿐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새로운 에너지 해법으로 주목받는 코끼리풀 조개탄

한편, 오스트리아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조개탄 형태의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스웨덴의 청정기술 스타트업인 ‘넥스트퓨얼(NextFuel)’ 사가 개발한 이 조개탄은 코끼리풀로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지닌다.

청정에너지 전문 매체인 리뉴어블에너지(Renewable Energy Magazine)에 의하면, 코끼리풀은 100일 만에 4미터까지 성장하는 특별한 식물로서, 뿌리에 약 20%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이 풀을 수확해 조개탄을 만들면 연소할 때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약간 배출되긴 하지만 성장할 때 대기로부터 포획한 이산화탄소보다는 훨씬 적다.

따라서 연간으로 볼 때 탄소 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다. 넥스트퓨얼 사는 이 조개탄을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석탄 대비 10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끼리풀을 수확한 후 회전형 형태의 드럼이 있는 반응기 안으로 넣어서 운전하면 약 30분 만에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청정연료로 변한다. 코끼리풀의 휘발성 성분을 분리할 때 반응기에서 발생한 가스는 이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열이나 전력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조개탄 형태의 이 연료가 지니는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화력발전소 등의 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석탄보다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 조개탄은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넥스트퓨얼 사는 오스트리아에 이 조개탄을 사용하는 최초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이어 아프리카 동부 및 남미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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