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는 방법이 또 하나 있다. 감동적 만남, 눈물바다, 그리고 슬픈 이별은 없지만 컴퓨터 상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남·북한간의 정치적 냉기류 속에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 무산되고, 시간이 흘러 고령 실향민들의 사망자가 늘면서 정부가 이산가족들의 유전자를 채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면 사후에라도 가족 확인이 가능해진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1일을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9575명 중 46.5%인 6만3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쯤이면 상봉신청을 한 전체 실향민 중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상봉 신청을 한 채로 대기 중인 생존 실향민 중 90세 이상이 10.4%(7186명), 80대가 41.3%(2만8568명), 70대가 29.1%(2만201명)로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산가족이 유전자 등록을 미리 해놓을 경우, 직접 상봉에 관계없이 가족을 확인할 수 있고, 이산가족 유전정보 DB가 구축되면 이들의 유전자 검체는 통일 이후까지 영구 보관되기 때문에 고령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친자 확인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유전차 검체의 경우, 생존자의 혈액, 모발, 구강 상피세포 등이 채집되며, 이들은 초저온냉동고내 영하 80도에서 보관된다. 여기서 상염색체와 Y염색체의 경우, 부계 확인, 미토콘드리아는 모계 확인 유전자 검사 등에 활용된다.
컴퓨터상에서 친자 확인 가능
오늘날 검증된 DNA 분석 자료, 특히 STR 마커(Short Tandem Repeat Marker)를 이용한 친자확인 분석시스템이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유전자의 본체는 DNA로서 단백질의 합성과 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의 종류를 지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DNA 중에서 세포나 조직의 구성성분이 순서대로 생성될 수 있도록 시기와 장소를 프로그램 한다. 유전정보를 보관하는 부분이 바로 유전자인데 친자 확인이나 범죄 수사 등에 활용되는 이유는 반복되는 부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전학자인 알렉 제프리(Alec Jeffreys)는 인체의 DNA 중에서 형질유전은 하지 않고, 16개의 염기를 단위서열로 직렬 반복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나아가 그는 이 반복 부위(VNTR)의 반복 횟수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에 착안,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이것이 바로 '유전자 지문(DNA Fingerprint)'이다.
그러나 이 유전자 분석기법은 그 기술상의 문제로 인하여 보편화되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1980년 제한효소 절편 길이 다형성(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RFLP)방법이 나오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이 기법은 인체 유전자를 제한효소로 잘라낸 후, 이를 탐식자로 해서 여기에 다시 방사선 동위원소처리를 하고 제한효소 처리된 피검사자의 유전자에 붙이는 기법이다. 사람의 유전자 중에는 탐식자에 결합하는 특정 부위가 있어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 부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상염색체 상의 STR 좌위는 부모로부터 각각 유전되기 때문에 개인 식별뿐만 아니라 신원확인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를 컴퓨터상에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컴퓨터 상에서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친자 확인 성별로 가능하다
유전자 검사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친자확인 검사(STR)다. 이는 성염색체에도 STR 좌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때 Y-STR은 부계의 가족관계, X-STR과 mtDNA는 모계확인 검사 등에 이용가능하다.
인간은 부, 모로부터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친자확인검사는 부, 모의 유전자 타입과 자식의 유전자 타입이 서로 일치하는 지를 조사해 일치 가능성을 확률 값으로 나타내는 검사다.
검사결과는 성염색체를 포함한 총 15 ~ 18개의 STR유전자 좌위를 조사해 부, 모의 유전자 타입과 자의 유전자 타입이 검사된 유전자 좌위에서 모두 일치할 경우 친부, 친모 확률로 나타내는데 99.99% 이상이면 친부, 친모로 인정한다.
이중 부계확인 검사(Y-STR)는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전달되는 Y 염색체상의 STR을 검사, 부계혈연 관계를 확인하는 검사다. 남자의 성(sex)염색체로 XY를 가지는데, 이중 Y염색체는 남자에게만 존재하여 아들로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아들은 다시 그 아들에게 Y염색체를 유전시키므로 동일 집안의 모든 남자는 동일한 Y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상의 두 대립유전자 중 하나는 친모로부터, 나머지 하나는 친부로부터 물려받게 되므로 X염색체상의 존재하는 STR 좌위에서 공유하는 대립 형질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유전적 성질을 이용, X염색체상의 X-STR 분석은 여성의 부계혈연관계를 확인가능하게 한다. 검사한 모든 X-STR 유전자 좌위에서 일치할 경우, 여성의 부계혈연관계가 성립된다.
모계확인 검사(mtDNA)는 어머니로부터 자식들로 전달되는 특성이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검사하여 모계혈연관계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사람의 세포 내에는 크게 2종류의 DNA가 존재한다. 하나는 세포핵 내에 존재하는 DNA로 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아주 작은 일부분으로 세포질 내의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DNA이다.
세포 내에서 수정이 이루어질 때 정자는 난자를 뚫고 세포핵의 DNA만을 전달하고 미토콘드리아는 DNA를 전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자정보는 전적으로 난자, 즉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의존하게 되며 독특한 모계유전현상으로 외할머니, 어머니, 손녀 순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5-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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