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UFO를 찍은 사진은 그동안 수없이 많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대다수가 위변조의 진위 여부에 휘말려 들었다. 특히 요즘은 UFO가 아니더라도 변조된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 등의 편집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합성 등의 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젊은 세대 사이에선 ‘뽀삽질’이라고도 하는데, 단순히 재미로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자칫하면 이런 사진들이 범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는 기법 또한 날로 발전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동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가 요즘 개발 중인 프로그램도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국과수에서 가끔 사진기법상의 문제에 대해 자문을 요청해오면 하 교수는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진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부터 차근차근 확인해 들어간다.
먼저 빛의 방향이 일정한가부터 따진다. 같은 사진이라면 생기는 빛의 그림자가 일정해야 한다. 다음은 색깔의 동일성 여부이다. 오전과 오후 등 시간과 장소에 따라 찍힌 사진은 색깔이 다르다. 또 입자(디지털 사진의 경우 화소 수)가 일정한가, 똑같은 렌즈에서 나온 소실점인가 등등 세세한 부분을 파고든다.
하지만 상대가 이런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일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처음부터 변조를 할 목적으로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조건을 맞추어 촬영한 후 변조한다면 판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 법원에서는 디지털 사진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을 필름으로도 만들 수 있으므로 법원의 이런 규제 역시 무의미한 셈이다.
“위에서 나열한 위조 판별법은 사실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죠. 하지만 전문가의 육안으로도 잡히지 않는 것이 컴퓨터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 교수팀은 압축률의 차이 외에도 데이터로 알아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 나갈 계획이다. 사람의 주관적 판단을 뒷받침해주는 객관적 데이터가 풍부할수록 위변조 판별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과학사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매진해온 하 교수가 그동안 해온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는 것은 비저블 코리아 휴먼(Visible Korea Human ; VKH).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후원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주관한 이 프로젝트는 인체의 실제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다.
한국 표준 남성의 시신을 0.2mm 간격으로 잘라 사진을 촬영했는데, 신장 170cm에서 나온 사진은 무려 8천507장. 0.2mm라면 대패날로 깎는 것처럼 아주 미세한 간격인데, 인체를 실제로 깎아내며 그 단면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다음이 더 문제였다.
“제가 알기론 이 작업을 처음 시도한 미국도 남자는 1mm 간격, 여자는 0.33mm 간격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이 데이터들에 향후 새로운 가상현실 기술이 접목될 경우 의과생들이 수십 번씩 인체와 똑같은 느낌으로 해부실습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남자 시신의 촬영에 이어 앞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여자 시신도 촬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 보류중이다. 촬영 조건에 맞추기 위해선 젊은 사람이라야 하며 체중, 신장 등이 한국인의 표준에 맞아야 한다. 거기다가 장기의 손상이 전혀 없는 심장마비나 백혈병으로 죽은 시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하 교수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디지털 콘텐츠 DB화 사업 등 과학사진의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항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과학사진은 그 자체가 주영역이 되는 학문이 아닙니다. 다른 분야의 일을 지원하는 분야인 거죠.”
그래서 과학사진은 앞으로 개척할 분야가 더욱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 이성규 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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