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화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는 1800년 은판과 아연판 사이에 알칼리 용액으로 적신 천조각을 끼우고 양판에 전선을 연결하면 전기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이름을 딴 볼타전지(Voltaic Cell)는 1차전지로서 전기화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그 간단한 볼타전지의 원리를 이용해서 과학자들이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아주 작은 측정장치를 개발했다.
미국 MIT대학과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연구자들은 사람의 위에 있는 위산으로 구동하는 볼타전지(voltaic cell)를 개발했다고 6일 과학저널 '네이처생의학공학'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발표했다.
소화기관에서 나오는 위산이 전기 생산
볼타 전지는 화학작용에 의해 전기를 내는 장치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의 소화기관에서 나오는 위산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전기를 내도록 했다. 위산 볼타전지를 장착한 작은 캡슐 모양의 이 장치는 사람이 알약처럼 삼키면, 사람의 소화기관 안에 머무르면서 약물을 전달하거나, 센서를 구동해 체내 정보를 외부로 전달한다.
현재도 전지로 구동하는 작은 의료용 기구가 나와있지만, 현재 사용하는 전통적인 배터리 보다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대용품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MIT대학 코흐 연구소(Koch Institute)의 지오바니 트라버소(Giovanni Traverso)연구원은 "이렇게 삼킬 수 있는 기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은 오래동안 찾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버소 연구원은 “우리는 약물 전달이나 센서가 달린 측정장치가 자리잡을 곳으로 소화기관을 생각해왔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전기를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MIT대학의 로버트 랑거(Robert Langer)교수는 체온이나 맥박, 호흡을 재거나 말라리아 같은 질병의 치료제를 전달하기 위해 삼키는 도구를 오래 동안 만들고 시험해왔다.
랑거 교수는 “이번 시제품은 앞으로 환자의 건강을 체크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인 ‘삼키는 전자약’의 새로운 세대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같은 역할을 하는 기구를 사용하면서 아주 작은 배터리를 넣어 전기를 공급했지만, 기존의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방전될 뿐 아니라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랑거와 타르버소는 아주 낮은 전력 개발에 특기를 가진 필립 나도(Phillip Nadeau) 박사후 과정 박사(주저자)와 아난사 찬드라카산(Anantha Chandrakasan) MIT 전기공학및컴퓨터사이언스학과장과 공동연구를 해 왔다.
연구팀은 보통 2개의 전극으로 구성된 아주 간단한 볼타전지인 ‘레몬배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레몬에 2개의 전극을 꽂으면 레몬의 신 맛이 낮은 전기를 생산한다.
연구팀은 아연 전극과 구리 전극을 센서에 달았다. 아연이 소화기관 안의 산에 이온을 내놓으면, 센서를 구동하는데 충분한 에너지와 900 메가 헤르츠의 신호를 생성한다.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기기는 소화기관에서 평균 6일을 돌아다니면서 신호를 보내왔다. 위장에 있을 때 이 장치는 온도센서를 구동하고, 무선 데이터를 2m 떨어진 곳에 매 12초마다 송출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했다.
위 보다 산도가 떨어지는 작은 창자안으로 들어가면 위에서 생산한 전기의 100분의 1정도만 나왔지만, 트라버소는 “이렇게 작은 전력이어도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지만 오래동안 데이터를 송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스웨스턴 대학 존 로저스(John Rogers)재료과학 교수는 “이번 장치를 활용하면 전력공급장치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자공학, 센서 및 액추에이터, 무선통신시스템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삼키는 전자기구’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저스 교수는 “이런 시스템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내놓은 시제품은 실린더 형태로 길이는 40㎜에 직경은 12㎜로 다소 큰 편이지만, 과학자들은 전자회로를 최적화해서 제대로 만들면 에너지회수장치(energy harvester), 송신기와 작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가진 기구를 3분의 1크기로 줄여서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혈압약 공급하는 장치로 개발도 가능
나도 박사는 “보름 동안 사람의 생체신호를 모니터 하는 전기구동 알약을 한 번 생각해보라.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센서가 몸 안 상태를 체크해서 당신의 전화기로 측정자료를 보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 기구로 약을 투여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금박으로 싼 약물을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기능은 예를 들어 혈압약을 투여하는데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텍사스인트루먼트, 반도체연구센터, 홍콩 혁신 및 기술위원회, 미국립보건연구소, 막스플랑크리서치어워드 등에서 연구비를 지원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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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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