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의 인기는 대단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행사가 열리는 왕립연구소 앞 도로는 많은 인파가 몰려 영국 정부는 왕립연구소 앞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18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도 이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 열리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과 주한 영국 문화원은 지난 2002년부터 ‘영국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개최하고 있는 중. 영국에서 성탄절에 즈음해 열리는 강연을 그 이듬해 8월 개최하고 있는 셈이다.
크렙스 경은 올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에 4개의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왔다. ▲ 노래하는 유인원, ▲ 웩! 맛 없어! 음~ 맛 있다~, ▲ 음식이 상했을 때, ▲ 환경, 미래, 그리고 식량 등의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12, 13일 오전과 오후 4번에 걸쳐 ‘음식에 대한 진실(The Truth about Food)'을 청중과 함께 밝혀냈다.
청중이 직접 강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첫날 오전 강연(노래하는 유인원)에서 크렙스 경은 행사장을 메운 많은 어린이들에게 각종 실험도구를 활용,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에 대해 ‘보고, 만지고, 느끼는’ 강연을 선보였다. 유인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을 통해 과거 인류의 음식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소개하면서 “지금도 인류의 미각은 개인적인 감각기능, 경험, 문화적인 영향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크렙스 경은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인간의 뇌가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다섯 가지 맛을 식별하는 기술 외에도 350만 가지 음식 냄새를 식별하는 능력을 전해주었다”며 “이러한 기술을 통해 인류는 더 맛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생산해왔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강연(음식이 상했을 때)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물을 포함하고 있는 성분들을 설명했다. “체리의 씨앗에는 유독한 기체가 들어 있다”, “사과의 멍이 든 부분에는 파튤린이라는 독이 들어 있다”, “붉은 완두콩에는 피를 엉기게 하는 독이 들어 있다”, “밀 속에는 위경련,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조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크렙스 경은 “우리들이 먹는 음식 중에 위험한 것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햄에는 벌써 식중독균이 번식하고 있으며, 생닭에 있는 균 역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고 설명했다. “마가린에 들어 있는 인공색소는 인간 피부를 오렌지 색으로 변하게 할 수도 있으며, 호밀빵 샌드위치에는 인간을 환각상태에 빠뜨리는 맥각이라는 균이 잠복해 있다”고 말했다.
크렙스 경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인류의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식단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잘못된 식단을 건전한 방향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인류 전체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S의 녹화방영이 예정된 과학강연에는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많은 청중들이 몰려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나도선 이사장은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청중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한국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에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과학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가족과 함께 과학의 즐거움을 만끽하자”고 말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 저작권자 2006-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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