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원전 해체,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2050년, 1000조원 규모의 시장 형성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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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5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해체 관련 기술 개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원전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이 센터는 원전 시설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부터 핵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기술 개발과 해당 기술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해체 시장이 원전관련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해체 시장이 원전관련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당초 계획은 올해 말까지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되면, 오는 2016년에 설계에 들어간 뒤  2019년 쯤 센터 건립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전체적인 일정도 지연될 전망이다. 건립 예상 비용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전 산업의 블루오션인 원전 해체 시장

원전 해체 시장이 원전관련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요국들이 원전가동을 중단하거나 건설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원전 해체 기술 확보가 전략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가동이 정지되어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원전은 전 세계를 통틀어 140기에 이른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4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 중 18기만 해체됐고, 나머지 122기는 해체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050년까지 총 430여기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원전 해체 시장도 2030년에 500조 원을 형성하고, 2050년까지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빠르면 2015년대부터 영구적으로 운전 정지에 들어가는 시설이 생긴다. 원자력 전문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전 1기 당 해체비용이 평균 6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비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수 조원의 해체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주요 국가별 원전 해체 현황 ⓒ IAEA

주요 국가별 원전 해체 현황 ⓒ IAEA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원자력 관련 산업의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원전 해체 분야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38개의 핵심 기반시설 가운데, 오염 토양 처리 기술 등 17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원전 해체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거지역 오염 복원 기술이나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기술, 그리고 우라늄 폐기물 처리 기술 등 21개의 고난도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원전 해체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 또는 독일 등 선진국의 70퍼센트(%)에 불과하다”며 “이들 나라를 따라잡으려면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개발해야 할 고부가가치 기술들로 △해체공정 통합평가 및 원격제어기술 △원자력 시설 고도 제염기술 △해체 특수폐기물 처리 기술 △해체 및 오염부지 확경복원 기술 등을 제시했다.

원전해체 산업 총괄할 전담기구 필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원전 해체’란 무엇일까? 원자력이라는 특수성을 빼고는 기존의 공장이나 체육관 같은 ‘시설 해체’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원전 해체의 경우는 방사선이라는 위험 요인이 존재하고, 해체 기간도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60년 정도로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다르다.

원전해체는 크게 △운전정지 △해체준비 △제염 △절단 및 철거 △폐기물처리 △환경복원 등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해체준비 단계에는 국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임무도 포함된다. 그리고 제염 단계는 말 그대로 원자로 내·외부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절단 및 철거 단계를 거친 대형 금속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인 환경복원 단계에서, 사람이 거주할만한 환경으로 돌아왔다는 판단이 내려져야만 전체 원전해체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해체 과정은 오랜 기간과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대다수 원자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체 기간과 비용, 폐기물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체의 주체를 정하는 문제나 기술개발 주체인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책방안, 그리고 해체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뿐이다. 우리나라는 상업용 원전이 아닌 소형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TRIGA MARK) 2, 3호기를 해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업용 원전과 연구용 원자로의 규모를 초대형 화물차와 용달차로 비유하면서, 이 둘의 기술적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기간별 국제 원전 해체 시장 전망 ⓒ IAEA

기간별 국제 원전 해체 시장 전망 ⓒ IAEA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2년에 개최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오는 2021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500억 원을 투입하여 상업용 원자로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은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운전 정지 시점과 맞물린다. 197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07년을 기점으로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됐다. 그러나 보수 작업을 통해 수명이 10년이 연장되면서 오는 2017년까지는 발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2017년 이후의 수명 연장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해체가 결정되면 5년간의 원자로 냉각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2년께 해체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자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는 자신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원전해체는 ICT 기술이 융합된 첨단산업인 만큼, 이 산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프라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특히 해체 작업은 고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요구한다”고 밝히며 “이 때문에 무엇보다 시행 절차와 안전 부칙 등 세부법규를 마련하고, 원전해체 산업을 총괄할 ‘전담기구’를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정부 부처나 공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예를 들면 제 3의 독립적 전문기관인 ‘원전해체청(NDA)’을 만든 영국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공동투자와 같은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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