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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4-01-29

우주정거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할까? 우주정거장 재난 발생시 대처 및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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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의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우주 성화 봉송 퍼포먼스가 펼쳐져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성화봉 위에서 타올라야 할 불이 보이지 않아 모두들 궁금해 했는데,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실제로 불을 붙이지는 않았던 것.

▲ 우주정거장 내부처럼 공기가 있는 곳이면 얼마든지 화재가 날 수 있다 ⓒ'그래비티' 공식 홈페이지

이 같은 우주정거장에서의 화재 위험은 최근 개봉했던 SF 재난 영화인 ‘그래비티(Gravity)’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우주 분야의 전문가들은 완전한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는 불이 날 수 없지만 우주정거장 내부처럼 공기가 있는 곳이면 얼마든지 화재가 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우주과학 매체인 사이언스캐스트(sciencecasts)는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형태의 연소(燃燒) 현상에 대해 보도하면서,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중력으로 인해 지상에서 만큼 빠르게 연소되지는 않겠지만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주정거장도 화재 발생할 수 있어

우주정거장을 흔히 무중력 상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구의 중력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세 중력(microgravity)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런 미세 중력 상태에서는 지구 상의 경우와는 달리 특이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미세 중력 하에서 양초에 불을 붙이면,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선형 모양의 불꽃이 아니라, 마치 공처럼 동그란 모양의 불꽃이 형성된다.

이런 차이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NASA의 과학자들은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가 낮아지면서 가벼워지는데, 가벼워진 공기가 차가운 주변 공기보다 위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상승 기류를 만들며 불꽃 특유의 유선형 모양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중력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미세 중력 환경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만 낮아질 뿐이지 상승 기류를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같은 양초라도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불꽃의 크기와 밝기 모두 낮아지면서 동그란 모양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 불꽃의 모양이 확연하게 다른 이유는 중력의 차이다 ⓒNASA

그렇다고 우주의 불꽃이 늘 공같이 동그란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편편한 곳에 연료를 놓고 불을 붙이면, 마치 물방울이 유리창에 붙어 있는 듯 반구 형태의 불꽃이 생기고, 전선과 같은 끈에 불을 붙이면 나무 꼬챙이에 끼운 기다란 어묵처럼, 긴 원통 모양의 불꽃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 때문에 불을 우주정거장 어디에다 붙여도 연소 반응은 나타나지만, 영화에서 처럼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화재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밀폐된 우주정거장의 특성 상 유독가스의 농도도 훨씬 빨리 올라가고, 산소도 빠르게 고갈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인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우주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현재 우주정거장에서는 화재 발생시 3단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조치로는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어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 시스템을 정지하는 것을 들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합선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가 난 구역의 전력을 내리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 조치는 소화기를 사용해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우주정거장에서 화재가 없었지만, 지난 1997년에 발생한 미르(Mir) 우주정거장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 화재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의 우주정거장에는 포말 소화기와 이산화탄소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코로 화재 및 재난을 사전에 예방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NASA도 우주정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다양한 대처 방안을 준비해 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세하지만 유해한 화학 물질을 실내 공기에서 감지하여 맡을 수 있는 전자코(Electronic Nose)의 개발이다. 이노즈(eNose)라는 이름의 이 전자코는 우주정거장에서 체류하는 승무원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 개발된 인공 후각장치로, 화재 시에 발생하는 물질 및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한 화학물질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우주정거장에서 체류하는 승무원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개발된 전자코 시스템 ⓒNASA
전자코가 등장하기 전 까지 우주정거장에서는 대부분 문제가 됐던 화학물질의 성분을 밝히지 못하거나, 밝혀내더라도 승무원들에게 이미 노출된 후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자코가 개발되면서 우주정거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나 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신발 상자 정도의 크기에 32개의 센서가 배열되어 있는 전자코는 위험물을 감지하고, 이를 정량화 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작동을 하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새거나 유출이 될 경우, 이를 즉시 감지하여 승무원들에게 경보를 보낼 수 있다.

전자코 개발에 참여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 소속의 과학자들은 “전자코가 다른 화학물질에 따라서 전기전도도가 변하는 고분자 박막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센서 배열이 반응하는 패턴은 화학물의 종류에 따라서 바뀌게 되기 때문에, 전자코는 휘발성이 있는 에어로졸과 기체를 분석하여 화학 물질이 새거나 쏟아진 것을 감지하고 청소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개발된 전자코 시스템 이노즈는 몇 년 전 우주왕복선인 엔데버호에 실려 6개월 동안 우주정거장에서 활약하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고, 이후 다시 우주왕복선에 실려 지구로 귀환했다.

당시 제트추진연구소의 책임자였던 애미 라이언(Amie Ryan) 박사는 “6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전자코는 포름알데히드와 프레온, 그리고 메탄올 및 에탄올 등을 감지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따르면 지구로 돌아온 전자코를 분석해 성능을 더욱 높인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4-0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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