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과학기술 연구는 슈퍼컴퓨터(super computer)가 아니면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한 분야가 많다. 우주 생성의 관측이나 유전 정보 해독과 같은 연구가 대표적인데, 이들 분야는 엄처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 활용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성능의 컴퓨터를 사용했다가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나라들과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만큼 슈퍼컴퓨터의 활용은 이제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슈퍼컴퓨터 개발을 자체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촉발된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자체개발 사업을 본격 착수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HW와 SW가 통합된 ICT 분야의 집합체
초기의 슈퍼컴퓨터는 일반적인 프로세서보다 수백 배, 혹은 수천 배가 빠른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과학자들은 이 같은 방식의 한계를 느낀 뒤, 일반적인 프로세서를 여러 개로 연결하여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병렬식으로 연결하는 것으로서, 이렇게 여러 개를 나란히 연결하여 사용하면 그 성능이 단순히 1+1=2가 아닌 3도 되고 5로도 향상될 수 있다. 또한 병렬식 연결은 제작비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슈퍼컴퓨터는 대부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현재 슈퍼컴퓨터 및 이와 관련이 있는 스토리지와 SW 시장은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의 322억 달러에서 오는 2018년에는 434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장도 활황세다. 지난 2014년에 세계 시장의 2.5%에 해당되는 2.6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기록했는데, 오는 2018년까지는 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는 대학을 포함한 공공영역이 80%를 이루고 있어서, 공공분야의 수요가 큰 편이다.
슈퍼컴퓨터 시장이 이렇게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슈퍼컴퓨터가 HW와 SW가 통합된 ICT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분석하고 처리함으로써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기반기술이라는 대표성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의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에서 우수한 연구자원들이 배출되어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높여 나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라는 의의와 함께, 시스템 아키텍쳐 설계가 가능한 최상급 인력의 양성과 산·학·연의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이전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미래부측의 설명이다.
슈퍼컴퓨터 개발 자체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주력
미래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한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이 설립되는데, 이들 사업단에게는 매년 100억 원 내외의 연구개발비가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단은 4월 말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하되, 국내외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다양한 개발 주체인 산·학·연 간의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다는 것이 미래부의 계획이다.
다음은 현재 슈퍼컴퓨터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원천기술과의 이병희 사무관 및 정두언 사무관과 전화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 슈퍼컴퓨터 기술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는 분야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너무 늦은 선택은 아닌지 궁금하다.
기술이 많이 뒤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슈퍼컴퓨터라는 하드웨어 개발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HW와 SW가 통합된 ICT 분야의 집합체라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슈퍼컴퓨터 자체는 늦었지만 기반 기술만큼은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다고 보여진다. 슈퍼컴퓨터 개발 과정을 통해 고급인력 양성 및 원천기술 확보 등 새로운 ICT 생태계를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한다면 쉬울 것이다.
- 개발팀 간에 기술력 토너먼트 경쟁을 벌여 슈퍼컴 개발에 접근한다는 계획이 예전의 국책과제 선정과정에서는 보지 못한 신선한 방법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쟁을 벌인다는 것인지?
슈퍼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슈퍼컴퓨터 개발이라는 대명제만 제시하고 특징과 기능들은 개발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합한 한국형 슈퍼컴퓨터의 방향성도 결정될 것이고, 이쪽 팀에서 필요한 부분을 저쪽 팀의 아이디어를 빌려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여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개발 로드맵에 수립되어 있는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에 슈퍼컴퓨터 1단계 개발이 완료된다. 물론 2단계 과정은 계속 진행되면서 설계 및 SW 개발은 지속되지만, 1단계에서 확보된 결과물을 민간 기업에 기술이전하여 보급하는 업무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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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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