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지난 12일 오후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오는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전쟁 액션 영화 ‘퓨리(Fury)’에 대한 홍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주인공 워 대디를 맡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 전차부대의 기습 위기에 처한 미군 지휘부는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 대디와 4명의 병사에게 탱크 ‘퓨리’를 이끌고 적진 한가운데로 진격해 막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줄거리가 말해주듯, 이 영화는 2차 대전 당시의 치열한 전차전을 그린 영화다.
지축을 울리고, 먼지바람을 날리며 돌격하는 전차부대의 위용, 이윽고 적 전차를 발견하면 육중한 포탑을 돌려 지체 없이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포탄을 발사한다. 포탄이 적 전차에 제대로 명중하면 상대방 적 전차는 한 방에 박살이 나거나 최소한 불이 붙어서 그 내부에 있는 전차병들은 견디어 낼 수 없다.
이런 박진감 넘치는 전차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다. 이 영화에서 제작도 맡은 브래드 피트가 이를 위해 영국의 보빙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된 실제의 전차 모델을 복원시켜 촬영했다는 후일담이 알려지면서 개봉전부터 기대감은 커졌다.
복원된 전차들은 미국의 경우, 76mm 주포를 가진 M4 셔먼탱크, 독일 군에는 당대 최고의 강력한 88mm 주포로 무장한 타이거(6호 전차 H형) 탱크다.
실제 전장에서 맞붙었을 때, 셔먼 전차는 타이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훨씬 가벼운 M4 셔먼전차는 기동력에선 앞섰지만 화력과 방어력에서 완전히 밀렸기 때문이다.
전장의 괴물 타이거 중전차
1944년 6월13일 프랑스. 일주일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한 연합군의 맹진격으로 독일군 남부 방어선의 측면에 큰 구멍이 났다. 이에 독일군 사령부는 미하일 비트만(Michael Wittmann) 소위가 지휘하는 기갑부대를 출동시켰다.
동부전선에서 수많은 소련군의 T-34 전차를 파괴해 에이스로 떠오른 그는 노르망디 방어선이 뚫리자 프랑스 서부전선으로 이동했다. 그의 전차는 연합군에겐 악명 높은 205번 타이거 (Tiger) 중전차이었다. 이외에도 5 대의 타이거 전차와 1대의 4호 전차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국군도 다수의 크롬웰 전차와 미군의 M4 셔먼 전차를 동원, 유명한 격전지가 된 빌레르 보카쥬(Villers Bocage) 마을로 몰려들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돌진해오던 양쪽 전차부대는 적을 발견하자 즉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전차전에서 비트만은 무려 27대의 영국군 전차와 다수의 셔먼 전차를 파괴했고, 적의 전차로부터 수많은 포탄을 맞았지만 살아났다. 이로써 그는 영웅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이전에 영국의 조지 6세(George VI)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노획한 타이거 전차를 분석한 후, “타이거의 위력은 강력한 화력에 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은 타이거의 화력이 자국 전차의 수준을 한 단계 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일례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롬멜의 기갑사단에 속한 타이거 전차대는 100여대의 미군 전차를 파괴하고, 카세린 계곡에서 미 1기갑사단을 격파하는 등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원래 대공포로 개발한 88mm 고사포 FLAK-36을 전차포로 개조한 주포는 포구초속 810m/s를 내는 가장 강력한 전치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이거의 위력은 강력한 장갑보호 능력을 가진 방어력이라는 점에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타이거 전차의 방어력의 비밀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타이거 전차 교범 앞부분에는 “남부전선에서 타이거 전차는 6시간 동안에 227발의 대전차포탄과 52mm 포탄 14발 그리고 76.2mm 포탄 11발을 맞았지만 이들은 타이거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했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전륜(바퀴)과 차축 여기에다 토션바 두 개가 기능을 상실했으며, 여기에다 지뢰까지 세 개나 밟았지만 그 후에도 야지를 60km 달려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타이거 전차의 방어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전차의 장갑은 탄소강에 니켈, 몰리브덴, 크롬 등 각종 합금원소를 더하고, 열처리를 실시해 만드는데 합금비율 등의 가공 방법에 의해 같은 두께의 장갑이라도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전차 장갑에 쓰이는 압연강판은 반고체 상태의 금속을 거대한 롤러로 눌러서 늘이면 강도가 증가하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다. 독일의 전차들은 대부분 균질 압연 강판을 사용했다.
하지만 철갑탄이 갈수록 더 강해지자 강판의 표면에만 탄소를 입혀서 강도를 올리는 표면경화처리 기술이 개발됐다. 이는 포탄을 자주 맞을 경우, 오히려 깨질 위험이 있어 120mm 두께를 가진 전면 부분보다는 약한 80mm 두께의 측면이나 후면 방어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장갑강판은 강해졌지만 두 장을 볼트/너트 또는 리벳을 사용해 이을 경우, 적의 포탄을 맞았을 때,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이에 대해 독일은 2차 대전 중에 전기아크용접을 통해 장갑판을 요철쐐기형식으로 녹여서 고정시킴으로써 해결했다.
이 방식은 용접부분도 작게 하고, 용접 전보다 더 강해지는 이음새를 만들 수 있었다. 이렇듯 당시 독일의 철강 기술은 타국에 비해서 앞서 있었고, 특히 냉각 기술은 연합군의 같은 두께의 장갑에 비해서 우수했다.
타이거 전차는 종전과 함께 영국의 시골 박물관에 잠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영화 제작자들이 이 강철 호랑이를 다시 공포의 전차 사냥꾼으로 부활시켰다. 비록 스크린에서지만 관객들은 그 공포의 포효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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