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담긴 과학 양면성… 인류의 선택은?

과학연극 ‘지니:어스(Gene US)’ 공연

2019.12.11 14:44 김순강 객원기자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인류 게놈 편집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허첸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가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CRISPR-Cas9)를 이용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면역력이 있는 아기를 인공적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었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과 윤리 문제 때문에 금기시했던 인간의 유전자를 직접 조작했다는 점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유전병 치료에 도움은 되겠으나 이것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파괴일 뿐 아니라 소득계층 간의 건강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위험성과 허상을 폭로하려는 주인공을 위협하며 회유하는연극 '지니:어스'의 한 장면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위험성과 허상을 폭로하려는 주인공을 위협하며 회유하는연극 ‘지니:어스’의 한 장면 ⓒ 김순강 / ScienceTimes

‘유전자 가위’ 양면성 다룬 과학 연극

이런 ‘유전자 가위’의 양면성을 다룬 과학연극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모았다. 종로5가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유전자 조작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찰을 담아 공연 중인 ‘지니:어스(Gene US)’가 바로 그것이다.

연극은 과학의 발달을 불에 빗대어 표현한 ‘사람들은 인간을 가엾이 여긴 신의 선물이 바로 불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을 손에 넣은 인간들은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그 결과 불이 없어 얼어 죽고 굶어 죽었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수 세기에 걸쳐 희생을 당했다’는 글귀와 함께 시작됐다.

연극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인 2030년.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야무진 대한민국 알바생 주인공 민유성에게 문제가 생겼다. 자동화 시스템과 AI로봇 등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알바생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케어 신제품 테스터 경쟁자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모였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드림케어 신제품 테스터 경쟁자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모였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좌절에 빠져 있던 그때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유전자 맞춤 의료보험으로 유명한 유전공학연구소 ‘드림케어’의 신제품 테스터 경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최종 1인에 선발되면 10억 원의 상금에 드림케어 전속 모델 기회까지 그야말로 초대박의 기회였다.

대박의 꿈을 안고 입성한 드림틀릭닉에서 주인공은 거짓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허상을 목격하게 된다. 특정 유전자가 정상인에 비해 2배 이상 비정상적으로 길어져서 이상단백질이 발생해 신경세포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병인 ‘헌팅턴 무도병’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제거해서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드림케어의 전속 모델 김일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미래는 과학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어

불법 임상실험 결과로 얻어진 유전자 편집 기술을 특정계층에게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불법 임상실험 결과로 얻어진 유전자 편집 기술을 특정계층에게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건강과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김일이 각종 질병으로 죽어가는 모습도 충격적이었는데, 신제품 테스터 역시 인체 임상 실험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대박의 꿈을 좇았던 가난한 인간은 소모품처럼 버려졌고, 그렇게 얻어진 유전공학의 기술은 돈 많은 사람들의 불로장생 꿈을 위해 큰 돈을 받고 팔렸다.

주인공이 이런 유전자 편집기술의 허상과 위험성을 세상에 폭로하려 할 때 자신의 아버지가 완벽한 유전자 편집 기술 연구에 성공했고, 그 기술에 의해 자신이 만들어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주인공이 바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집약체였던 것.

“과학은 신의 섭리를 위한 길이지 신이 되는 길은 아니다. 특정 계층에게만 제공되는 정보는 권력이 되고 특권이 되지만 모두에게 제공되는 순간 단순한 정보가 된다”며 주인공은 자신에게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그리고 “유전공학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빛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과학은 계속 발전해 갈 것이지만,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말로 연극의 막이 내렸다.

공연 후 무대인사를 위해 자리한 '지니:어스' 출연진들. 이들은 신규로 선발된 과학 퍼포머 2기생들이다.

공연 후 무대인사를 위해 자리한 ‘지니:어스’ 출연진들. 이들은 신규로 선발된 과학 퍼포머 2기생들이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유전자, 염기서열, 인슐린, 성체 줄기세포, 척수성 근위축증 등 듣기만 해도 어렵고 생소한 과학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런 연극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시작된 관람의 결론은 연극 ‘지니:어스’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어려운 과학용어 설명으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것을 적재적소에 맞는 조명과 음악으로 보완했고,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연극 ‘지니:어스’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문화확산을 위해 신규로 선발한 과학 퍼포머 2기생들이 무대에 올린 공연으로, 20~30대 성인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 주제의 정통 연극이다. 공연은 15일까지 계속되며 2019 과학문화 콘텐츠 페스타(www.sciencefesta.kr)에 접속해 개별 신청하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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