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다른’ 과학 이야기

국회에서 열린 '지혜나눔' 강연회

“미국에서 한 연구가 있었어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개발된 신약 10개 중, 절반이 넘는 8개가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많이 일어나더라는 연구였죠. 왜 그런가 했더니, 마우스 실험을 할 때 암컷이 아닌 수컷에만 적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남성과 여성의 다른 생리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나눠볼까 합니다.” (이혜숙 WISET 소장)

지난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혜나눔 강의'가 진행됐다.

지난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혜나눔 강의’가 진행됐다. ⓒ 황정은

세계 과학계에 ‘젠더혁신’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 연구에서 ‘섹스(sex, 생물학적 성)’와 ‘젠더(gender, 사회문화적 성)’의 개념을 배제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다. 이를 일컬어 ‘과학기술 젠더혁신’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이하 WISET)는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2015 지혜나눔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부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젠더혁신’과 2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기술, ICT’ 라는 주제로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됐다.

‘젠더 혁신’ 이란 2005년 론다 슈빙어 박사가 만든 신조어로 성과 젠더 분석을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 그리고 젠더의 차이를 정학하게 파악하고, 여성과 남성에 맞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젠더 혁신’ 용어를 만들어낸 론다 박사는 특히 과학과 의학, 기술, 환경 분야에서 이러한 개념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젠더혁신’ 이라는 주제로 4명이 강연을 했다. 먼저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여성의 일생, 건강과 젠더혁신’ 이라는 주제 아래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여성의 건강은 남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 했다.

안명옥 원장은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50세 이후부터는 남자보다 여자의 인구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남성과 여성의 건강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다.

“여성과 남성의 몸은 매우 다릅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호르몬이에요. 두 성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생식기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여자의 일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여성의 몸은 일생 동안 변하죠. 가장 대표적인 게 자궁이에요. 평소에는 70g 정도인 자궁이 임신 만삭에 이르면 1kg이 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폐경이 돼요. 남성의 몸과 굉장히 다른 구조죠. 신체의 변화 양상도 여성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변화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아요. 그렇기에 여성과 남성에 따라 다른 연구를 시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릎관절염, 여성에게 많은 이유

신충수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무릎 관절염, 왜 여성이 많을까’ 에 대한 내용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샀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무릎 관절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사례가 더 많다. 무릎에는 전방십자인대와 무릎연골 등이 있어 무릎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게 되거나 무리한 운동 등으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무릎은 우리 몸이 운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관절입니다. 체중의 하중도 가장 많이 받는 곳이죠. 크게는 본인 체중의 3~5배 힘을 받기도 합니다. 관절은 뼈로 이뤄져 있지만 사실 뼈의 끝단에는 연골이 있습니다. 2~4 mm) 이뤄진 얇은 조직이죠. 마찰력이 대단히 약해서 무릎관절이 운동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줍니다. 관절염은 바로 이 연골이 닳아서 없어지며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모든 구조에서 우리 몸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죠.”

그런데 관절염이 유독 여성에게서 더욱 많이 발생하는 까닭은 왜일까. 신충수 교수는 “관절염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인자는 총 세 가지다. 나이와 비만의 정도, 관절의 부상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위험인자와 관절염 발병 기전의 관계는 아직 명백하게 규명된 것이 없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발표된 논문들을 살펴보면 퇴행성 관절염 유병율은 남성이 21.0%, 여성 27.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발병율은 남성에 비해  1.5배부터 2배 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또한 증상에 따라 경증, 중증,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극심한 경우까지 나눠보면 증상이 심해질수록 남녀의 차이는 더욱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지만 많은 연구들이 여성의 신체구조와 근육량 등을 이유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골반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이 운동을 할 때, 착지동작을 할 경우 안짱다리로 하거나 그 반대의 자세를 취하게 되면 외반각의 마모가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또한 계단을 내려갈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앞으로 넘어지는 듯한 자세로 하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관절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연구들이 발표됐다고 한다.

여성을 위한 자동차

김효린 현대자동차 이사는 ‘자동차, 여성을 위한 배려’ 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김효린 이사는 여성 운전자 수가 많아진 지금, 여전히 많은 자동차들이 남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구조화 돼 있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때 여성의 부상률이 남성보다 30% 정도 더 높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남성을 위주로 만들어진 차 내부의 문제가 큰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여성을 위한 자동차 내부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태에요.”

국내 자동차 운전자는 2013년을 기준으로 2천900만 명이 넘어갔으며, 전체 운전자 중 40%가 넘는 비율이 여성운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자동차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차, 좁은 공간을 인식시켜주는 기능,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시스템 등이 그것입니다. 앞으로 자동차에서 여성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더욱 폭넓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용성 원광대학교 교수는 ‘과민성 장증후군의 동물실험과 젠더에 따른 차이’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으며, 오후 세션으로 진행된 2부 코너에서는 이종호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뇌영상학과 뇌공학’에 대해, 안혜연 파수닷컴 부사장이 ‘인터넷 시대의 정보보안’을 이야기 했다. 또한 방현우 뉴미디어아트 작가가 ‘얼리 웨어(Early Ware)’에 대해, 유희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모바일 헬스케어 및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해 강연을 선보였다.

이날 강연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하며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날 강연을 듣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 지혜나눔 강의를 직접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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