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석탄화력 발전의 감축이 필수적이다. 감축된 에너지의 양은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그리고 가스 같은 에너지를 골고루 사용해서 보전해야만 한다. 이처럼 다양한 에너지를 활용하여 생산하는 방법을 ‘에너지믹스(energy mix)’라 한다.
에너지믹스에 사용되는 에너지들의 비율은 지역이나 시점에 맞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에 적합한 가장 효율적 에너지믹스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들과 함께 찾아보는 ‘미세먼지 국민포럼’이 지난 11일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적정 에너지믹스’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세먼지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믹스를 통해, 최적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가교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가스 발전
화석 연료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믹스에 사용되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효율이 뛰어나고, 별다른 투자가 필요 없는 에너지가 있다. 바로 가스다. 대표적으로는 액화천연가스인 LNG를 꼽을 수 있다.
‘가스 발전의 미래’라는 주제로 포럼의 발제를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은 LNG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가스를 이용하는 발전은 즉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가교 에너지(Bridge Energy)’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목표인 100%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시대로 가려면 문제없이 갈 수 있는 효율적 가교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가스가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시대로 가기 위해 가스를 가교 에너지로 삼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햇빛이 없는 구름 낀 날은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하고, 바람이 없으면 풍력 발전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間歇性)은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에서 풍력 발전 단지에 오류가 생기면서 일부 런던 지역에 단전 현상이 발생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태양광 보급이 확대되자 전력 공급 시스템의 불안전성이 커지며 일어난 소동은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한계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윤 교수는 “공해 없는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에너지 수급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종 목표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라고 언급하며 “가스가 신재생에너지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만큼, 신재생에너지가 한계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가스 부문의 투자를 늘려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도시에 인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발전원은 열병합 발전
가스 발전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시설 규모도 최소화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방법이다. 특히 가스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은 효율이 우수해서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병합 발전이란 전력 생산과 난방을 동시에 진행하여 에너지 이용률을 종합적으로 높이는 발전 방법이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기존 발전소는 효율이 50%에 불과하지만 가스 열병합 발전은 종합 효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 발전에 비해 적은 인력과 작은 면적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위례 가스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용량이 450MW로서 지난해 3162GW의 전기를 생산한 대표적인 발전 시설이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로서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0.6%를 차지하는 발전 능력이다.
반면에 가스열병합발전소가 차지하는 부지 면적은 4만 6000㎡으로서, 이는 잠실야구장 부지면적인 5만 9500㎡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발전량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동일 발전량을 달성하기 위한 태양광 부지는 약 72배 정도가 필요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핵심은 결국 가스 발전을 얼마나 늘릴 것이냐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제9차 계획은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법정 계획으로서, 올해부터 2033년까지 15년 동안의 전력 수급 전망 및 전기설비 시설계획, 그리고 발전에너지 믹스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윤 교수는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는 석탄화력 노후 대체와 가스복합 노후 대체, 그리고 가스 신규의 3가지 방향에서 가스 발전이 대거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하며 “가스를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하게 도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가스 중심의 발전 방안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추세는 아니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전 세계는 가스 발전의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가스 발전의 확대는 글로벌 트렌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전망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 기술의 발달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대폭 확대된다면 오는 2040년을 기점으로 가스 발전은 가교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잃고 전력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 응급조치를 해주는 에너지 정도의 역할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런 전망에 대해 윤 교수는 “가스 발전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에너지 믹스에 사용되는 에너지원 중에서 도시에 인접할 수 있는 에너지는 가스가 유일한 만큼, 주민 수용성 면에서 문제가 없는 가스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하며 발표를 마쳤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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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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