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얼굴 인식’ 인공지능으로 암흑물질 탐색

사람이 하는 통계방식보다 30% 더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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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은 과학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맑은 밤 하늘에 반짝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은 이 과제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실은 이야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 깊은 수수께끼는 우리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는 암흑 물질(dark matter)과 암흑 에너지(dark energy)에 있다.

암흑 물질이 서로 우주를 끌어당기고 암흑 에너지가 이를 더 빠르게 팽창시키는 상황에서 우주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정확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 두 가지가 우주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물리학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은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우주의 암흑 물질 함량을 추정하는 표준방법 개선에 나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얼굴 인식에 사용되는 방법과 매우 유사한 첨단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우주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13일 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인공신경망을 훈련시키기 위해 사용한 전형적인 컴퓨터-생성 암흑 물질 지도.  CREDIT: ETH Zurich

연구팀이 인공신경망을 훈련시키기 위해 사용한 전형적인 컴퓨터-생성 암흑 물질 지도. ⓒ ETH Zurich

우주를 ‘얼굴 인식’ 하다

밤하늘을 촬영한 사진에는 비록 인식할 얼굴이 없지만, 우주 연구가들은 그와 유사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취리히 연방공대 입자물리 및 우주물리 연구소 알렉산드르 레프리기아(Alexandre Refregier) 교수실의 토마스 카츠프르자크(Tomasz Kacprzak) 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미지에서 눈과 입, 귀를 찾고 있는데, 우리는 자체 알고리즘으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숨겨진 단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암흑 물질은 망원경으로 직접 볼 수가 없다.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먼 은하로부터 지구로 도달하는 빛의 경로에 있는 모든 물질이 빛을 약간 휘게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암흑 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약한 중력 렌즈(weak gravitational lensing)’로 알려진 이 효과는 은하들의 이미지를 매우 미묘하게 왜곡한다. 이는 마치 뜨거운 날 먼 곳에 있는 물체가 흐리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빛이 온도가 다른 공기층을 통과할 때 왜곡되기 때문이다.

우주 연구자들은 이 왜곡을 역이용해 암흑 물질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하늘의 질량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그런 다음 암흑 물질 지도를 이론적 예측과 비교해 어떤 우주론 모델이 데이터와 가장 근접하게 일치하는지를 찾는다.

전통적으로 이것은 지도의 다른 부분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기술하는 이른바 상관 함수 같은, 사람이 고안한 통계를 사용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물질 지도의 복잡한 패턴을 정확히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단 신경망을 훈련시킨 다음에는 실제 밤하늘의 이미지에서 우주론적 매개변수들을 추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CREDIT: ETH Zurich

일단 신경망을 훈련시킨 다음에는 실제 밤하늘의 이미지에서 우주론적 매개변수들을 추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 ETH Zurich

신경망 스스로 학습

알렉산드르 레프리기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우리가 스스로 적절한 통계 분석을 하는 대신 컴퓨터에 그 일을 맡겼다”고 밝혔다.

이 일을 위해 컴퓨터 과학부 데이터 분석 연구소(Data Analytics Lab)의 아우렐리안 루치(Aurelien Lucchi) 박사팀이 합류했다.

이들은 논문 제1저자이자 레프리기아 교수실 박사과정생 야니스 플루리(Janis Fluri) 연구원과 함께 심화 인공신경망으로 불리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암흑 물질 지도에서 가능한 한 최대치의 정보량을 추출하도록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첫 단계로 우주를 시뮬레이션한 컴퓨터-생성 데이터를 제공해 신경망을 훈련시켰다. 이를 통해 신경망은 주어진 우주론적 변수-예를 들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총량 비율-에 대한 올바른 답이 각각 시뮬레이션된 암흑 물질 지도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신경망은 암흑 물질 지도를 반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지도 안에서 올바른 종류의 특성을 찾아내고 원하는 정보를 더욱더 많이 추출하는 법을 스스로 배웠다. 페이스북의 유추에서는 눈이나 입으로부터 무작위의 타원형 모양을 점점 더 잘 구별해 내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으로 ‘약한 중력렌즈’를 측정해 재구성한, 암흑 물질의 대규모 분포 삼차원 지도.  CREDIT: Wikimedia / NASA/ESA/Richard Massey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허블 우주망원으로 ‘약한 중력렌즈’를 측정해 재구성한, 암흑 물질의 대규모 분포 삼차원 지도. ⓒ Wikimedia / NASA/ESA/Richard Massey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사람이 하는 분석보다 더 정확

이 훈련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신경망은 사람이 만든 통계 분석에 기초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얻은 값보다 30% 더 정확한 값을 산출했다.

연구자들에게 이는 커다란 개선으로서, 마치 망원경 수를 두 배로 늘리고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 관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완전히 훈련된 신경망을 사용해 KiDS-450 데이터세트에서 실제 암흑 물질 지도를 분석했다.

플루리 연구원은 “기계 학습 도구를 이런 맥락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심화 인공신경망을 통해 이전의 접근법보다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우주론 연구에서 기계 학습이 앞으로 더 많이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루리 연구원팀은 다음 단계로 이 방법을 ‘암흑 에너지 조사(the Dark Energy Survey)’와 같은 더욱 큰 이미지 세트들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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