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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4-17

얼굴 모양, 사회적 소통 위해 진화 비언어적 소통, 사회연결망 구축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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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두개골 등을 토대로 복원한 고대 인간족의 얼굴 모양을 보면 현대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예로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은 현대인에 비해 코가 크고, 입이 약간 나왔으며, 눈썹 부위 이마 뼈가 도드라진 모습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보노보나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은 머리가 크고 얼굴이 짧은 현대인과 달리 얼굴이 길다.

현대인의 얼굴은 왜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이 같은 진화에는 환경, 즉 기후나 먹는 음식 같은 요인 등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좋은 사회적 기술(skill)을 갖추기 위해서였다는 연구가 나왔다.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최근호 리뷰에서 미국 뉴욕대를 비롯한 국제협동연구팀은 아프리카의 초기 인간족(hominin)에서부터 현대인의 해부학적 모습에 이르기까지 얼굴 진화에 따른 변화를 추적했다.

지난 440만년 동안 인간족(hominins) 두개골이 변화돼 온 모습.  CREDIT: Rodrigo Lacruz
지난 440만년 동안 인간족(hominins) 두개골이 변화돼 온 모습. CREDIT: Rodrigo Lacruz

비언어적 소통, 사회연결망 구축에 필수

이들은 이 연구 결과에 따라 현대인의 얼굴 형태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사회적 의사소통이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우리 얼굴은 생체역학적, 생리학적인 면과 아울러 사회적 영향이 조합된 결과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우리 얼굴이 음식이나 기후 같은 요인들에 기인한 진화뿐만이 아니라, 제스처나 비언어적 소통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진화돼 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호모사피엔스가 생존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믿어지는 대규모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폴 오히긴스(Paul O'Higgins) 뉴욕대 교수(고고학) 겸 헐 요크 의대 해부학 교수는 “우리는 현재 얼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이용해 2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범주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초기 인간 조상들은 얼굴 전체 모습을 이용해 의사를 나타내는 재주는 없었을 것이고, 얼굴 근육의 위치도 달랐다”고 밝혔다.

독일 메트만의 ‘네안데르탈 박물관’에 복원 전시된 초기 유럽의 호모사피엔스(왼쪽)와 네안데르탈인(오른쪽) 모습. 얼굴은 법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재건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에 비해 이마가 약간 좁고 눈 위 뼈가 두드러졌으며, 입이 약간 큰 모습이다.  CREDIT: Wikimedia / Daniela Hitzemann
독일 메트만의 ‘네안데르탈 박물관’에 복원 전시된 초기 유럽의 호모사피엔스(왼쪽)와 네안데르탈인(오른쪽) 모습. 얼굴은 법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재건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에 비해 이마가 약간 좁고 눈 위 뼈가 두드러졌으며, 입이 약간 큰 모습이다. ⓒ Wikimedia / Daniela Hitzemann

얼굴 갸름해지며 여러 미묘한 감정 표현

현대인들은 눈 위의 뼈가 두드러진 다른 인간족들에 비해, 눈에 잘 보이고 운동 범위가 넓은 털 많은 눈썹이 있는 부드러운 이마가 발달됐다.

이것은 우리 얼굴이 더 갸름해짐에 따라 인지나 동정 같은 더 많은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오히긴스 교수는 “우리는 음식이나 호흡생리학, 기후 같은 다른 요인들이 현대인의 얼굴 모양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이런 맥락에서만 얼굴 진화를 해석하면 지나치게 단순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얼굴은 부분적으로 음식을 먹는데 따른 기계적 요구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난 10만년 동안 음식을 조리하고 가공하는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씹기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점점 작아지게 되었다.

사냥하는 포식동물처럼 바로 잡은 사냥감을 물어뜯어 먹으려면 엄청난 턱과 이빨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기를 불에 굽거나 삶으면 그만큼 부드러워져서 먹기가 수월하다. 이에 따라 물어뜯거나 씹기에 필요한 근육이 약화되고 크기가 줄어들게 된 것.

연구를 수행한 뉴욕대 폴 오히긴스 교수. CREDIT: University of York
연구를 수행한 뉴욕대 폴 오히긴스 교수. ⓒ University of York

농업혁명 이래 얼굴 두드러지게 작아져

이 같이 얼굴이 수축되는 과정은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이른바 농업혁명 이래 특히 두드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떠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고 열매를 모으는 수렵채집인에서 정착해 사는 농업인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농경지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생활양식도 바뀌어 전처리 식품이 늘어나고 음식을 먹기 위한 육체적 노력도 줄어들었다.

오히긴스 교수는 “현대의 더 부드러워진 음식과 산업화된 사회로 인해 사람의 얼굴 크기가 더 줄어들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얼굴 크기는 얼마나 더 줄어들게 될까? 오히긴스 교수는 “예를 들면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얼굴이 작게 변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생존하고 이동하며, 새로운 환경과 사회 문화적 조건과 계속 맞닥뜨리는 한 인간의 얼굴 진화는 이런 한계 내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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