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아직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면서도 “인류는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함께 내놓았다.
세르주 아로슈 명예교수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Noble Prize Dialogue Seoul 2017)’ 행사에서 심층인터뷰에 응하며 양자물리학이 그리는 미래 세계를 전망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40여년을 양자물리학 연구에 매진해온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 꼴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 명예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해외 석학들이 참여해 전 세계적 공통의 이슈를 공유하며 문제를 풀어보는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Noble Prize Dialogue Seoul 2017)’의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참석해 심층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꿈과 같지만 인류는 연구 과정에서 학습할 것
이제 컴퓨터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0과 1이라는 2진법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한정적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다르다. 0과 1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연산처리와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인류에게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수 초안에 풀 수도 있다. 또 양자는 통신기술에도 큰 장점을 가진다. 양자통신은 복제, 해킹이나 도·감청이 불가능하다. 양자의 불확정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의 길은 앞으로도 험난하다. 40여년을 양자물리학에 매진해 온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꿈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능하게 된다면 복잡한 연산도 한번에 가능하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고리즘이 개발 중이지만 양자컴퓨터가 완성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장애가 존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래 걸릴 것이다. 힘들다. 한 마디로 갈 길이 멀다”며 상용화에 이르는 단계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금방 완성하기 어렵겠지만 그동안 ‘양자시뮬레이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양자시뮬레이터’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이 고려한 기기로 양자컴퓨터와는 다르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양자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어렵고 복잡한 연산도 단시간에 끝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언제 상용화될 것인지 그러한 기술이 어떻게 미래에 어떤 분야에 사용되게 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의 진보가 앞으로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사회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노화를 멈추거나 더디게 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총장으로 있던 꼴레주 드 프랑스는 유서 깊은 프랑스 명문으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우리 대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을 수상자가 나온 학교일 것”이라며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웃으며 소개하기도 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발명자도 미래에 자기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지 알기 어려워
아로슈 교수는 “양자컴퓨터 혹은 양자시뮬레이터 등을 사용하면 노령화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서도 어떤 것이 유용하게 구현될지 속단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왜냐면 과거에도 신기술이 개발될 때 지금의 사용처를 생각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로슈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되었던 ‘핵자기공명기법’을 사례로 들었다. ‘핵자기공명기법’은 지금의 ‘MRI’로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현재의 사용처에 쓰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발견된 ‘중력파’도 마찬가지이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중력파도 30~40년간 레이저 연구를 통해 발견된 쾌거이다. 레이저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쓰일 것이라고는 발명자도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학기술을 연구할 때 향후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양자는 초기 개발 단계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의 신기술이나 발견 등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질은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 30~40년간 연구에 노력을 하다보면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분명 배우는 것들이 생기고 인류가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노벨상과 인연이 깊은 과학자였다. 그와 그의 스승, 그 위의 스승까지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스승 클로드 코엔타누지 꼴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레이저 냉각에 관한 연구’로 199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클로드 코엔타누지의 지도 교수 알프레드 카스틀레는 ‘원자에서 헤르츠파공명연구의 광학적 방법’ 발견으로 196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세르주 아로슈 본인 자신은 두 개의 완벽한 반사거울 사이에 단일광자를 파괴하지 않고 포획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해 양자역학의 중첩상태를 구현하고 관측한 공헌을 인정받아 201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1944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난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1971년 파리제6대학(UPMC)에서 물리학 박사를, 미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1975년부터 파리제6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 이 후 예일대학교 교수직과 프랑스의 500년 역사를 가진 학문의 전당 꼴레주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에서 양자물리학 학과장과 총장직을 역임했다. 그의 연구결과는 현재 광전자 및 광통신 과학의 영역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으며 회로양자 전기역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 양자암호기술 등 양자관련 기술 연구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며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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