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2018

암 일으키는 돌연변이 현장 포착

돌연변이가 유전체를 뒤죽박죽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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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의 현장이 포착됐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SRI) 과학자들은 백혈병이나 신경교종(神經膠腫), 피부 흑색종 등의 여러 인체 암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어떻게 악성 종양을 생성해 내는지를 밝혀내 26일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애그널 스피어(Agnel Sfeir) 뉴욕대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에로스 라체리니 덴치(Eros Lazzerini Denchi) TSRI 조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돌연변이가 유전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기전을 확인했다”며, “거대 종양이 자라날 때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당 종양들과 관계된 효소를 목표로 한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반복되는 돌연변이에 주목해 수수께기 풀기   

연구팀은 POT1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해내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조사했다. 이 단백질은 텔로미어로 불리는 염색체의 말단 주위에 보호캡을 형성함으로써 세포 기제가 잘못 작동해 DNA에 손상을 입히고 유해한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P53 유전자 돌연변이와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POT1 돌연변이가 결합되면 암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뇌암에서 비정상적으로 P53이 발현된(갈색) 미세현미경 사진. 사진은 Wikimedia / Nephron ⓒ ScienceTimes

P53 유전자 돌연변이와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POT1 돌연변이가 결합되면 암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뇌암에서 비정상적으로 P53이 발현된(갈색) 미세현미경 사진. 사진은 Wikimedia / Nephron

POT1은 아주 중요해서 위와 같은 보호 기능을 하는 POT1이 없는 세포는 POT1 돌연변이가 되느니 차라리 사멸하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다. 이 기능성 POT1이 없는 세포들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ATR이라 불리는 효소가 활성화돼 세포 사멸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 과학자들은 최근 백혈병과 흑색종 등 여러 인체 암에서 POT1에 영향을 끼치는 반복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라체리니 덴치 교수는 “이 돌연변이 세포들은 어떻게든 생존하고 번성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 돌연변이 세포들을 사멸시키는 방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TSRI 라체리니 덴치 교수(왼쪽)와 뉴욕대 애그널 스피어 교수. 사진 TSRI / NYU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TSRI 라체리니 덴치 교수(왼쪽)와 뉴욕대 애그널 스피어 교수. 사진 TSRI / NYU

종양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 생겨 공범자로 돌변

연구팀은 실험 쥐 모델을 이용해 P53 유전자 돌연변이가 결합되면 POT1 돌연변이 세포가 암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라체리니 덴치 교수는 “그 세포들은 더 이상 사멸 기전을 갖지 않게 되었고, 실험용 쥐들에서는 실제로 악성 흉선 림프종이 생겼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교활한 공범자가 된 것. P53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ATR 효소에 의해 수행되는 보호적 세포 사멸 반응이 중단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보호캡을 생성하는 POT1이 만들어지지 않아 염색체들은 서로 뒤엉키고 DNA가 재배열됨으로써 더 많은 돌연변이가 축적되게 된다. 이러한 돌연변이 세포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악성 종양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발견에 따라 연구진은 종양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안하게 됐다.

과학자들은 모든 세포, 심지어 암세포까지도 ATR 효소가 없으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돌연변이 POT1을 가진 종양들은 이미 ATR 수치가 낮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에게 남아있는 ATR을 소멸시키면 다른 건강한 세포들에 영향을 주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체리니 덴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물음에 주목해 새로운 암 치료 가능성을 찾아낸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새로운 암 치료법을 탐구할 계획이다. 4개 대학 및 연구기관 과학자 11명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는 한인과학자인 최재혁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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