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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2-02

암세포 실시간 관찰, 계층구조 밝혀 미시간대 윤의식 박사팀의 미세유체 소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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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유체 소자를 이용해 암세포의 분열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됐다.

암은 흔히 어떤 요인에 의해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이돼 암 세포가 되고, 이 암 세포가 무작위로 증식해 종양이 자라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혈액암이나 자궁암 등 일부 암에서는 암 줄기세포(CSCs)가 계층적으로 새로운 암세포를 생성하기도 한다.

미국 미시간대 통합 암센터 연구진은 자궁암 세포를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암세포들이 예측 가능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자식’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어미 암세포는 딸 세포를 만들고 딸 암세포는 다시 손녀 암세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할미 암세포는 드물지만 암을 재발시키는 암 줄기세포를 생산하고, 손녀 암세포들은 종양 덩어리를 형성한다는 것. 그러나 예외적인 현상으로 연구진은 딸 세포들이 줄기세포와 유사한 할미 암세포를 만든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미세유체 소자를 이용해 암세포의 계층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낸 로널드 부카노비치 교수 ⓒ 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
미세유체 소자를 이용해 암세포의 계층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낸 로널드 부카노비치 교수 ⓒ 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

암세포들이 정형화된 방식으로 분열하는가 아니면 무작위로 분열하는가는 그동안 학계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미시간의대 내과 로널드 부카노비치(Ronald J. Buckanovich) 교수는 “본성이 먼저냐 양육이 먼저냐를 따지는 논쟁과 같이 대답은 두가지”라며, “정상적인 세포학에서 줄기세포가 딸 세포를 만드는 것과 같이 우리는 암세포도 무작위로 분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했고, 드물지만 분열의 계층구조 안에서 이 위계질서에 반하는 예외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발견은 암 치료법을 디자인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 줄기세포와 유사한 암세포들은 실제로 핵심적인 치료 타겟이지만 줄기세포가 아닌 암세포들도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 줄기세포 성장촉진 단백질 발견

연구진은 또 암 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암 덩어리를 형성하는 딸 세포들의 성장은 억제하는 BMP2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두 종류 세포들 사이의 대화라고 할 정도로, 딸 세포들이 너무 많으면 이 세포들은 줄기세포의 수를 늘리도록 촉발시킨다. 줄기세포 아닌 세포들이 종양 안에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줄기세포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부카노비치 교수는 “BMP2가 암세포들에게 할미 암세포들을 더 많이 만들고 손녀 세포 생성은 멈추도록 지시해서 암 덩어리 수가 적어지지만, 오히려 공격적이고 새로운 암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항암제 저항성을 지닌 세포들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논문의 공저자로 연구에 활용된 미세유체 소자를 개발한 미시간 공대 윤의식 교수. 작은 사진은 세포 미세유체 소자 ⓒ YOON LAB / MICHIGAN ENGINEERING
논문의 공저자로 연구에 활용된 미세유체 소자를 개발한 미시간 공대 윤의식 교수. 작은 사진은 세포 미세유체 소자 ⓒ YOON LAB / MICHIGAN ENGINEERING

연구진이 BMP2를 차단하자 암세포가 새로운 암 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대신 딸 세포 종양의 성장이 촉진됐다. 이 같은 시도는 암 줄기세포에 대한 BMP2 저해제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형태의 치료법은 아직은 환자에게 적용할 단계가 아니다. 연구진은 암 줄기세포에만 이 저해제를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는 특히 동물 모델이 아니라 인체세포에 직접 적용해 관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인과학자 윤의식 박사의 미세유체 소자 활용

이번 연구는 미시간 공대에서 각종 생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연구하고 있는 한인과학자  윤의식(Euisik Yoon) 교수팀이 개발한 미세유체 소자(microfluidic device)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시간별 세포 분리와 각 세포에 따른 개별 연구를 진행했다.

부카노비치 교수는 “연구팀은 이 소자를 활용해 암세포 분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추적하며, 어느 세포가 어미이고 딸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자 덕분에 동물 모델을 쓰지 않고 직접 인체세포 적용해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환자의 암세포를 이용해 암세포의 계층구조를 정의한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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