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이 강적을 만났다. 아마존포비아(Amazon-phobi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전 세계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을 무서워하고 있지만, 이번에 등장한 대항마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통뿐만 아니라 아마존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물류 분야에까지 경쟁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크로거(Kroger)社가 아마존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로거社는 특히 아마존이 자랑하는 무인 배송시스템을 위협할 만한 새로운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크로거
크로거社는 지난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그동안 아마존과 월마트로 양분되었던 미 소매시장은 크로거社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크로거社가 새로운 배송시스템을 선보인 이유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실적이 좋을 때 자신들의 약점인 온라인 판매 분야를 강화하여 고객층을 더욱 넓히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용한 ‘무인배송서비스’다. 여기에는 드론을 활용하여 공중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아마존의 서비스와는 달리, 고객에게 보다 친숙한 자동차로 상품을 배송한다는 자신들만의 전략이 들어있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독자적으로 배송시스템을 개발 중인 아마존과 달리 크로거社는 실리콘벨리에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인 누로(Nuro)社와 협력하여 무인배송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크로거社가 누로社와의 제휴를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로社의 창립자들이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였던 ‘데이브 퍼거슨(Dave Ferguson)’과 ‘줄리안 츄( Jiajun Zhu)’였기 때문이다.
무인배송서비스와 관련된 제휴를 맺은 이유에 대해 퍼거슨 대표는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밀도가 높은 지역보다 훨씬 많은 배송비용이 소요된다”라고 지적하며 “이런 지역은 운전자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한 배송 같은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이 배송하는 서비스처럼 배송원가를 1~2달러 절감하기 위해 자율주행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비용이란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산정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포레스터애널리틱스(Forrester Analytics)社가 4500여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싼 배송비용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식품을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답변한 사람이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부터 일반도로를 대상으로 시범운행 예정
크로거社는 미 전역에 2800여개의 매장을 지니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광활한 면적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 정도의 매장만으로는 모든 고객들에게 충분한 접근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경영진의 고민사항이다.
따라서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에게는 온라인만이 유일한 접근 방법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저렴하면서도 신속한 배송수단이 필요하다.
크로거社는 저렴하면서도 신속한 배송수단의 해답을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찾았고, 이 같은 생각을 누로社 측에 전달한 결과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되었다.
크로거社가 누로社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자타가 인정하는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다. 누로社의 프로토타입 모델인 R1은 이미 시험적으로 조성한 도로에서 진행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일반 도로에서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R1은 폭 1m에 무게는 약 680㎏으로서 경차의 절반 정도 크기다. 이 자율주행자동차는 상품을 적재할 수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신선식품의 배송을 위한 냉장공간과 일반 상품을 배송하는 공간을 구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누로社의 관계자는 “최대 110㎏까지 적재가 가능하다”라고 소개하며 “신선식품이나 일반 상품 외에도 드라이클리닝을 한 의류까지 배송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누로社가 공개한 테스트 영상을 살펴보면 무인배송서비스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멀지않은 미래의 어느날을 가정한 영상은 유통업체 직원이 주문받은 식품과 상품을 자율주행자동차에 싣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상품이 적재된 후 매장을 떠난 자율주행자동차는 고객의 집이나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멈춘다. 배송 상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화나 문자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면 고객은 암호를 사용하여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고 주문한 상품을 가져간다,
이에 대해 크로거社의 ‘야엘 코셋(Yael Cosset)’이사는 “본격적인 무인배송을 위해 오는 가을부터 운전자가 탑승한 채 자율주행자동차를 테스트해 볼 예정”이라고 밝히며 “고객들은 누로社의 전용 앱이나 크로거社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배송 플랫폼을 통해 차량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아직도 확신보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악천후나 돌발 상황에서는 사람처럼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여러 테스트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성 부분의 경쟁력이 현재의 배송시스템보다 뛰어난 만큼 기술적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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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7-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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