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신경세포 연결해주는 접착단백질

[인터뷰] 김호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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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는 신경세포들의 접합부위를 가리킨다.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학습 및 기억, 감각과 운동 등이 원활하게 조절되도록 하는 뇌기능의 기본단위다. 갓 태어난 태아의 뇌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접합이 계속 일어나 ‘흥분성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가 빠르게 만들어진다.

이때 시냅스 형성과 흥분성·억제성 시냅스 간의 균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폐증과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 연구진이 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접착단백질의 결합구조를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호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3차원 복합체 구조를 규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시냅스 형성초기 기전을 제시, 시냅스 이상으로 인한 강박증이나 조울증 등 다양한 뇌질환의 발병기전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3차원 복합체 구조 규명

김호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 한국연구재단

김호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 한국연구재단

“시냅스는 약 1천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들의 접합 부위입니다. 보통 15~20나노미터(nm) 정도의 작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배열돼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학습과 기억, 감각, 운동 등이 원활히 조절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냅스에는 약 1천여 종의 단백질이 존재하죠. 이들 중 신경세포 막에 존재하면서 벨크로처럼 두 개의 신경세포를 단단하게 연결해 시냅스 형성을 돕는 단백질을 시냅스접착단백질이라 합니다.

현재 불과 10여 개의 시냅스접착단백질만이 밝혀진 상태고 이중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시냅스접착단백질이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 입니다. 이들 시냅스 접착단백질 간의 물리·화학적 결합 뿐 아니라 결합에 의해 활성화되는 쌍방향 세포신호 전달에 의해 시냅스 형성이 유도되게 됩니다.”

지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토마스 쥐트호프(Thomas C. Sudhof) 교수 역시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 수송 및 분비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그 결과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토마스 교수의 주요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이 시냅스접착단백질들 중 하나인 ‘Neurexin-Neuroligin’을 처음으로 발견해 작용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저희가 연구한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시냅스의 기능 이상을 유발해 자폐증, 정신분열증, 간질, 강박증 및 조울증 같은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 두 단백질이 어떻게 서로 결합 하는지, 이들 결합에 의해 일어나는 세포신호전달의 분자적 메커니즘은 어떠한지 등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신경정신질환 발병기전 이해 및 치료제 개발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 한계가 조금씩 극복되리라고 기대하는 거죠.”

김호민 교수팀은 단백질 결정학기술과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두 시냅스접착단백질(슬릿트랙(Slitrk)과 LAR-RPTP)이 결합된 3차원 구조를 밝혀내고 이들 상호간 결합의 핵심이 되는 부위를 찾아냈다. 나아가 두 시냅스접착 단백질이 결합한 후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시냅스 생성이 유도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시냅스에 존재하는 LAR-RPTP과 후시냅스에 존재하는 슬릿트랙(Slitrk) 단백질 결합 구조를 단백질결정학 방법을 활용해 결정했습니다. 3차원 고해상도 분자 구조를 통해 두 단백질이 결합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부위를 찾아냈고 이러한 단백질 상호작용 부위가 시냅스 형성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신경세포 배양실험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특히 LAR-RPTP 단백질에 위치한 선택적 접합 부위가 슬릿트랙(Slitrk)과 선택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LAR-RPTP 단백질에 숨겨진 분자코드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단백질결정학의 기술적 한계로 접근하기 어려운 슬릿트랙(Slitrk) 전체 단백질의 구조 규명은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해결했다. 이로써 20나노미터(n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냅스 틈 사이에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 단백질 결합체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

“세포형광이미징 기법을 활용해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것은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결합 이후 신경세포 막에서 배열이 변화해 단백질결합체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시냅스 생성이 유도된다는 분자적 작용기전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본 연구결과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자연과학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어요. 시냅스 접착 연구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단백질 연구자, 신경생물학에 눈뜨다

 

시냅스접착단백질 결합에 의해 유도되는 시냅스형성 분자기전  ⓒ 한국연구재단

시냅스접착단백질 결합에 의해 유도되는 시냅스형성 분자기전 ⓒ 한국연구재단

 

김호민 교수는 본래 신경생물학자가 아니다. 생체 내 여러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해 해당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해 생물학적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단백질 구조생물학자다. 그가 규명한 단백질 구조로는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LRR(Leucine rich repeat)’ 이라는 도메인을 가진 단백질이 많다. 그런 가운데 2012년 고재원 연세대 교수로부터 이번 과제의 공동연구 제안을 받고, 선뜻 응하면서 신경생물학에 첫 발을 디디게 된 셈이다.

“고재원 교수께서 ‘제가 최근 새롭게 찾은 슬릿트랙(Slitrk)’ 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함께 연구해보시지 않겠나’ 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 선뜻 응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슬릿트랙 단백질이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말발굽 모양을 가진 단백질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신경생물학 분야 연구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용어나 실험 방법적인 부분에서 모르는 게 많았어요. 고생도 많이 했죠. 하지만 공동연구자인 고재원 교수와 엄지원 박사의 많은 도움으로 비교적 빨리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일이 진행될수록 신경생물학 분야의 흥미로운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연구.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던 가장 핵심은 무엇보다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한 구조분석법(Single Particle EM)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새로운 실험 기술 및 장비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단백질 구조분석법인 단백질결정학 기술과 더불어 최근 단백질구조 연구 분야의 신기술로 부각되는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한 구조분석법(Single Particle EM)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했다”고 이야기 했다. 이를 통해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의 분자구조와 작용기전을 더욱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시냅스접착단백질인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의 결합과 시냅스에서의 기능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12년입니다.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새로운 영역의 연구 분야죠. 연구 역사가 짧은 분야이기에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많습니다. 우선 관련 문헌이 많이 없고 저희가 발표하는 결과가 많은 후속 연구자들의 레퍼런스(Reference) 가 될 것이기에 상당히 객관적으로 그리고 보수적으로 결과를 보고 모델을 세워야 했어요. 매우 다양한 실험 증거를 제시해 이들을 증명해야 했죠. 저의 단백질구조생물학 분야의 오랜 경험과 공동연구자인 고재원 교수의 신경생물학 분야의 경험을 살려 매우 유기적으로 공동연구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한 연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곳곳에 존재했다. 김호민 교수는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두 번째로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이처럼, 특히 단백질구조 연구는 다른 그룹에서 하루라도 먼저 같은 단백질의 구조연구내용을 발표를 하게 되면 몇 년 동안 고생한 연구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했다.

“연구기간은 비교적 짧은 1년 반 정도 소요됐지만 논문을 투고하고 거절당하고 하는 시간이 6개월 이상 반복될수록 조금씩 걱정이 늘어갔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졌죠. 결국 다행히 잘 마무리가 돼 정말 기쁘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앞이 깜깜해져요.(웃음) 연구비 지원을 받는 일도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국내 연구비 지원 시스템은 연구내용 뿐 아니라 관련 선행 연구 결과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데 신경생물학 분야에 처음으로 뛰어든 저로써는 이 분야의 선행연구결과가 전무하기에 연구비 지원을 받는 게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후배 신진연구자들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도전한 연구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우수신진연구자들을 위한 신규프로그램들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냅스접착단백질 중 가장 많이 연구된 ‘Neuroligin-Neurexin’의 경우, 이들의 존재가 처음 밝혀진 1995년도 이후 관련 논문이 700편 이상 발표된 바 있다. 이를 보면 앞으로 슬릿트랙(Slitrk)과 LAR-RPTP 단백질의 시냅스에서 역할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저희 논문이 이런 후속 연구들의 기반 지식을 제공하고 선도적으로 연구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많은 기초 연구 결과들이 축척됐을 때 자폐증, 강박증, 조울증 같은 다양한 뇌질환의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LAR-RPTP의 경우 본 연구에서는 시냅스에서의 기능규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신경재생, 암, 대사질환, 줄기세포 분화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늘어가고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의 향후 연구에 본 구조 연구 결과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랜 고뇌 끝에 얻은 연구 결과는 연구자에게 큰 기쁨이다. 김호민 교수는 이를  ‘밤새 눈이 온 다음 날 아침, 처음으로 눈 쌓인 들판에 첫발자국을 찍는 기분’ 이라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 전 시냅스의 LAR-RPTP와 결합하는 다양한 후시냅스 접착단백질 구조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는 김호민 교수. 이를 통해 시냅스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시냅스 접착단백질 간의 네트워크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것이라며, 단백질 구조연구 결과 바탕으로 단백질엔지니어링을 통한 신규 단백질의약품 개발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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