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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18-07-05

식탁에 양식 갑오징어가 오를 날은? 초기 먹이 규명에 성공… 급감한 어획량 회복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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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면 피곤이 쌓이고,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데, 현명한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갑오징어’를 즐겨 먹었다. 비타민과 타우린이 듬뿍 함유되어 있어서 피로회복에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갑오징어의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피로회복 외에도 저칼로리이면서도 고단백질이어서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또한 간 해독 능력을 높이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우리 몸의 노화를 막아주는 ‘셀레늄(Selenium)’도 풍부하게 들어있는 영양만점의 식품이다.

따라서 갑오징어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겠지만, 구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연안환경이 변화되고 마구잡이 남획으로 인해 어획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양식도 불가능해서 지금까지는 어획량이 감소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립수산과학원이 양식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어린 갑오징어의 초기먹이를 규명하는 연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화한 지 하루가 지난 어린 갑오징어 ⓒ 국립수산과학원
부화한 지 하루가 지난 어린 갑오징어 ⓒ 국립수산과학원

갑오징어는 바다의 종합영양제

갑오징어는 등에 석회 성분의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오징어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바다의 종합영양제로도 불린다.

현재는 주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서 잡히지만, 예전에는 동해안이 주요 어장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살오징어와는 달리 과거에도 마리당 2만 원 이상으로 거래되던 고급 품종이었다.

그러나 연안환경 변화와 대량 남획으로 인해 갑오징어 어획량은 30여년 사이에 90% 이상 줄어들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3년의 59487톤에서 2017년에는 4870톤으로 급속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식장 그물망에 부착된 채 자라고 있는 갑오징어 알  ⓒ 국립수산과학원
양식장 그물망에 부착된 채 자라고 있는 갑오징어 알 ⓒ 국립수산과학원

그래서 시도된 것이 갑오징어의 양식이다. 채취한 알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부화시켜 성체로 키운 뒤, 이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개체수를 늘려 나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곧바로 장애물을 만났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갑오징어의 초기먹이를 규명하지 못해 폐사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의 폐사를 막기 위해 연구진은 부화한 새끼들을 방류해야만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관계자는 “초기먹이로 바다에서 채집된 플랑크톤 등으로 먹이 공급을 시도했다”라고 밝히며 “하지만 부화후 10일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폐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특정 동물성 플랑크톤만 섭취하는 어린 갑오징어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오징어류의 인공종자 생산 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해당 연구의 일환으로 살오징어와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한 종자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양식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우선 인공종자 생산을 위해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전남 강진과 경남 통영에서 연구를 위한 갑오징어 어미 40개체를 확보했다. 이후 산란 습성을 고려하여 통발 그물을 설치한 뒤 3500개의 알을 확보했고, 산란 후 40일만에 부화를 시작하여 총 1200마리를 부화시켰다.

부화 이후 연구진은 갑오징어 인공 종자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초기먹이 규명에 주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확히 밝혀진 먹이가 없어서 다양한 먹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0㎜ 이상 크기의 아르테미아(Artemia)를 공급했을 때 어린 갑오징어의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테미아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하나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의 관계자는 “부화 직후 크기가 약 10mm에 불과했던 어린 갑오징어는 아르테미아를 먹이로 섭취한 이후 약 15mm 내외 크기로 성장하면서 양식용 종자로 사용하기에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동해수산연구소는 성장단계별 먹이실험을 거쳐 완전한 양식 가능성을 조사하고, 개발된 기술은 지자체 및 어업인에게 전수하여 양식가능성을 높여나가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성 플랑크톤인 아르테미아 성체 ⓒ 국립수산과학원
동물성 플랑크톤인 아르테미아 성체 ⓒ 국립수산과학원

다음은 이번 연구개발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의 유해균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2015년에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이 갑오징어의 부화 과정을 관리하여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 전남 해역에 7만 2천 마리를 방류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 기술은 무엇인가?

당시 사례는 양식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래는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연구진도 양식을 위해 부화를 시킨 후 어린 갑오징어의 먹이를 찾았지만, 찾는데 실패했고 결국에는 방류를 하게 된 것이다. 알 상태에서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부화시킨 후 방류하는 것도 개체수 확대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 해외에서는 갑오징어 양식 사례가 없는지?

있다. 미국에서 갑오징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부화 후 성체가 되고, 성체가 다시 알을 낳는 과정을 1세대로 간주하는데, 5세대를 반복해서 양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연구진이 연구한 갑오징어와는 종(種)이 다르고, 먹이도 아르테미아가 아닌 다른 플랑크톤이라는 차이가 있다.

- 갑오징어보다는 저렴한 살오징어의 양식 가능성은 어떤지가 궁금하다

살오징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오징어를 가리킨다. 따라서 갑오징어보다 개체수가 많아서 더 저렴하지만, 양식은 더 까다롭다. 아직까지 어린 살오징어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살오징어도 양식에 성공한다면 어획량이 대폭 감소된 오징어의 보급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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