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3,2019

식물 세포도 인간처럼 소통한다

식물 뿌리 표피 세포서 운명 조절 유전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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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포 사이에도 사람처럼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에는 이명민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애기 장대 뿌리 표피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방법에 관한 분자 유전학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이명민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이명민 교수 제공)

이명민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이명민 교수

연구팀은 애기 장대 뿌리 표피 세포의 운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았고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던 유전자와의 기능적 상관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실험대상으로 선택한 애기 장대는 유채와 비슷한 모양의 십자화과의 조그만 개화 식물로 동물 연구에서의 초파리와 같이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적 연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모델 생물이다. 게놈 크기가 작고 전체 염기 서열이 완전히 해독되었으며 짧은 생활사(6주 정도)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뿌리 표피 세포 간의 의사소통은 주변에서 오는 신호와 특정 표피 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되어 신호를 인지, 전달하는 수용체 키나아제를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이 수용체 키나아제가 인지하는 신호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특정 세포에 주로 축적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뿌리 표피 세포의 특정 패턴이 망가진 돌연변이체를 발견하고 주목했다.

각각의 돌연변이체는 표현형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SCM은 scrambled의 약어로, 달걀 스크램블 같은 뒤죽박죽 패턴을 가진 돌연변이체를 의미한다.

뿌리 표피 세포 운명이 결정되는 방법에 관한 기존의 모델은 다음과 같다.

수용체 키나아제 SCM은 뿌리의 특정한 표피 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세포 외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위치 신호를 인지한다. 이 SCM에 의해 인지된 신호가 세포 내부로 전달되어 전사조절인자인 WER(werewolf, 패턴이 없어지고 늑대인간처럼 뿌리털이 많아진 돌연변이체)의 발현을 조절한다. 전사조절인자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것인데, 이 같은 과정은 궁극적으로 세포의 운명을 조절한다.

연구팀이 새로운 돌연변이체를 확보해 연구한 결과, QKY(quikry, 패턴이 일관되지 않고 변덕이 심한 돌연변이체)가 뿌리 표피 세포에서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며, 특정 세포에서 SCM 단백질의 유비퀴틴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명체에서 많이 발견되는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은 76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단백질은 모든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다. 세포 내에서 단백질 분해는 원하지 않는 단백질이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생성을 막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유비퀴틴’이란,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이 유비퀴틴이 세포 내의 다양한 단백질에 결합하게 되고 결합된 단백질의 분해와 활성 등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게 특정 단백질에 유비퀴틴이 결합하는 것을 ‘유비퀴틴화’ 라고 한다.

특정 세포에서의 SCM 유비퀴틴화 억제는 SCM이 그 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러한 선택적 축적으로 주변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뿌리 표피 세포 운명 결정 기작을 설명한 그림. (이명민 교수 제공)

뿌리 표피 세포 운명 결정 기작을 설명한 그림. ⓒ 이명민 교수

이번 연구는 세포간의 의사 소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포의 운명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식물의 뿌리를 환경에 최적화시켜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거름으로 주어지는 비료의 많은 부분이 식물에 흡수되지 않고 주변 환경으로 흘러가 환경 문제까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뿌리 발달을 조절하여 양분의 흡수를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하여 “식물 세포 간의 상호 작용과 식물과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한 식물 뿌리 발달 연구는 식물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의 식물 발달과 분화에 관한 연구는 주로 식물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식물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토양의 다양한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들의 상호 작용이 식물의 발달과 생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우장춘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수행돼 성과를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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