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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01-26

식물 뿌리 모방한 해수담수화 기술 포항공대 연구진, 에너지 과다 소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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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전 세계 인구의 60%가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물 부족 문제는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그 중에서도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한 뒤 이를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기술’이 최적의 해결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해수담수화 기존 기술인 증발방식(좌)과 역삼투방식(우) ⓒ 건설교통기술평가원
해수담수화 기존 기술인 증발방식(좌)과 역삼투방식(우) ⓒ 건설교통기술평가원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해수담수화 기술인 ‘증발 방식’이나 ‘역삼투 방식’ 모두가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담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너무 비싸서 기술의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

최근 포항공대 연구진이 기존 담수화 기술들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신개념의 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염생식물인 맹그로브 뿌리의 메커니즘 모방

연구진이 개발 중인 신기술은 해안에서 자라는 염생식물(halophyte)인 맹그로브(mangrove) 뿌리의 메커니즘을 모방한 생체모방형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맹그로브의 뿌리는 나트륨이온을 여과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의 약 90%를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생식물이란 바닷가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염분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살 수 없지만, 염생식물들은 뛰어난 여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서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맹그로브 뿌리를 모방한 필터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기존의 해수담수화 기술과 유사한 96.5%의 염분 제거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안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 wikimedia
해안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 wikimedia

연구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기웅 연구원은 “맹그로브 뿌리의 멤브레인은 나트륨 이온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맹그로브의 물 정화(purification)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생체 모사한 생체모방 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담수화 기술을 도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식물 뿌리를 모방한 해수담수화 여과막은 제작과정도 보다 간단하고, 작은 규모의 설비로도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포항공대 이상준 교수는 기술개발에 따른 기대효과에 대해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해수를 담수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하며 “향후에는 생활용수는 물론, 농업용수와 식수를 바닷물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무전원 방식 해수담수화 기기도 제작 가능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제작한 PET 여과막에 양전하를 갖는 물질과  음전하를 갖는 물질을 층층(layer-by-layer) 방식과 적층(deposition) 방식으로 여러 층을 만들어 맹그로브 뿌리와 유사한 정전기적 특성을 갖는 생체모방형 담수화 여과막을 개발했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의 약자인 PET는 내열성과 전기적 성질, 그리고 내유성 등이 뛰어나서 합성섬유와 필름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다.

제작된 생체모방형 담수화 여과막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한 연구진은 실험이 진행된 3일 동안 막을 통과하여 나오는 유체의 양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기웅 연구원은 “통과하는 유체의 양이 일정하다는 것은 파울링(fouling) 현상, 즉 여과막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막이 오염되거나 막히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닷물을 담수화시킬 수 있는 여과막으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맹그로브 뿌리의 구조를 닮은 해수담수화 여과막의 현미경 사진 ⓒ 포항공대
맹그로브 뿌리의 구조를 닮은 해수담수화 여과막의 현미경 사진 ⓒ 포항공대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김기웅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쉽지 않은 분야의 생소한 과제로 보인다. 상당히 독특한 아이템이라 생각되는데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질문한대로 식물의 구조와 기능을 생체모방하는 연구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연구 내용을 다루게 되어 도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조할 기존 연구결과가 없다 보니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계획했던 방식이 통하지 않거나,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이전의 기술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 및 경제적 효과를 꼽아 달라.

이전 기술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여과막이 제작이 용이하고, 뛰어난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적 효과라면 향후 적절한 구조 설계를 통해 무전원 방식의 해수담수화 기기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기존 기술들과 비교하여 확실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 향후 상용화 가능성 및 추진 시점을 밝혀 달라.

여과막의 주요 재료에 대한 성분분석이 시급하다. 성분분석에서 별 문제가 없어야 투과된 담수도 생활하수나 식수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현장테스트를 통해 담수화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대 이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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