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식물세포는 어떻게 서로 소통하나

한인과학자 주도, 소통과 방어 채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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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포 사이의 소통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플레이어’들이 발견됐다.

식물에서 세포 간 소통 채널은 세포질을 관통하고 있는 원형질 연락사(原形質 連絡絲)로, 이를 통해 인접 세포 사이에 영양분과 미네랄 및 세포 신호가 분배, 교환된다. 한인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미국 델러웨어대 연구팀은 이 원형질 연락사 조절에 필요한 두 개의 분자 플레이어를 새로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최근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학의 한 미스터리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한편 식물의 생존과 몸체 형성에 필수적인 기본 구조 이해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이 주제를 연구한 농자원대 식물토양학과 웨이어 퀴(Weier Cui)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식물 세포들은 서로 접착돼 있는 형태여서 인체 세포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 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소통 방식을 갖게 되었고, 이번에 연구한 대상이 바로 그 소통 채널”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지도한 이정윤 식물 토양학 및 생물학 교수는 이번 연구의 규모에 비해 저자가 단 두 명뿐인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퀴 연구원이 3년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끈기 있게 연구한 결과라고 밝혔다.

자체 방어 위해 세포 간 통로 차단

이교수에 따르면 원형질 연락사는 연구에 필요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교수 연구실에서는 그동안 식물세포가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어떻게 세포간 원형질 연락 통문을 막거나 혹은 용이하게 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이교수는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한 이전 연구에서 처음으로 식물들이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공격을 받으면 내부 면역반응으로 원형질 연락사가 차단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 현상은 식물들이 세포 간 식량 공급이나 분배를 제한함으로써 세포 사이의 통행로를 보호하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식물에 침입한 병원성 박테리아의 증식을 이 과정을 통해 막는다는 것.

이번 연구는 내부 면역반응에 의해 경로를 차단하는 것에 덧붙여 기계적인 상처를 받아도 경로가 닫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양배추과에 속하는 애기장대 잎의 원형질 연락 통로들. 형광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칼로스 축적물로, 잎이 잘리는 등 상처를 받으면 연락 통로를 막는다. ⓒ University of Delaware

양배추과에 속하는 애기장대 잎의 원형질 연락 통로들. 형광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칼로스 축적물로, 잎이 잘리는 등 상처를 받으면 연락 통로를 막는다. ⓒ University of Delaware

잎이나 줄기에 생긴 딱딱하게 아문 상처의 내력

퀴 연구원은 애기장대의 돌연변이를 검색해 칼로스(식물 잎사귀 등의 상처 부분이 나아 딱딱해진 상태)라 불리는 세포벽 고분자의 생산을 촉진시키는 두 효소 유전자를 식별해 냈다. 칼로스는 원래의 세포 벽을 구성하는 성분이 아니라 세포 분열 부위나 상처 부위에서 생겨나는 과도적인 세포벽 물질 역할을 한다.

퀴 연구원은 “우리 과업은 세포 사이의 통로를 열어주거나 혹은 제한하는 통행로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분자를 찾는 것으로서, 칼로스는 원형질 연락사를 물리적으로 제약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칼로스는 원형질 연락사 통로 가까이에 있는 구조 물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칼로스의 출현 정도가 어떤 때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데, 적게 나타날 때는 원형질 연락사의 삼투성이 증가하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세포 사이의 영양분이나 신호가 광범위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는 칼로스 레벨이 떨어져 세포 간 소통을 증가시키고, 반대로 세포간 이동을 차단할 필요가 있을 때는 칼로스 레벨이 올라가 원형질 연락사를 통한 분자적 이동을 막게 되는 것이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이정윤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웨이어 퀴 박사후과정 연구원 ⓒ University of Delaware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이정윤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웨이어 퀴 박사후과정 연구원 ⓒ University of Delaware

건강한 세포 방어 위해 칼로스 생성

칼로스 자체는 칼로스 신타아제 효소에 의해 합성되고 그 유전자 계열도 알려져 있으나 어떤 칼로스 신타아제가 원형질 연락사에서 칼로스를 만들어내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두 효소가 원형질 연락사에서 칼로스 레벨을 변화시키는데 관여하며, 하나는 식물이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계적 상처와 같이 비생물학적 기전에 의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특별하게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퀴 연구원은 “식물 조직이 상처를 받으면 상처 부위를 엉기게 하고 동시에 상처 가까이에 있는 정상 세포들 사이의 통로 주위에 일정한 양의 칼로스를 축적한다”며, “이번에 새로 확인한 효소들은 건강한 세포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이 세포들을 보호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통로를 막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원형질 연락사의 삼투성을 변화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분자 플레이어’들이 알려진 만큼, 여러 연구자들은 원형질 연락사의 조절 경로나 기전의 더 많은 구성요소를 발견하기 위해 분자 및 유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발달과 생리,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원형질 연락사의 기능적 중요성을 연계시킬 수도 있다.

이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원형질 연락사가 지금까지 식물학의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있었던 것은 이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 형성과 조절에 관여하는 분자와 유전자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확인된 두 유전자는 원형질 연락사 삼투성의 새로운 조절자로서 미래의 연구를 위한 새 분자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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