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시스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보면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본인의 키보다 큰 물류들을 스트레치필름(랩)으로 단단하게 포장하려면 무리하게 몸을 낮추거나 고개를 들어야 하거든요.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곤 해요. 스틱형 수동 랩핑기는 이러한 작업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제품이죠."
물류시스템이 없는 우리의 일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도시와 도시 간은 물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수많은 물품이 오고가는 이 때, 이들 제품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과정, 즉 랩핑 단계는 필수다.
세계화 시대로 접어들수록 이동하는 물류의 양도 증가하는 만큼 랩핑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시스템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 포장의 현장은 여전히 전근대적 상태에 머물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곤 했다.
낮은 곳이나 높은 곳이나 손쉬운 랩핑
최대경 태경 M&T 대표는 최근 수동형 스틱 랩핑기를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그가 개발한 랩핑기는 수동 랩핑 작업환경에서 작업자들이 화물포장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로, 언뜻 보기에는 실내 청소시 사용하는 핸디형 접착테이프기의 확대판 정도로 보일 만큼 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긴 손잡이와 필름을 장착할 수 있는 윗부분. 이 두 가지가 구조의 전부다.
"모든 개발품이 그렇듯 장치를 많이 추가하면 할수록 작업자의 응용 범위가 줄어들게 됩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잔고장도 많아지게 마련이고요. 따라서 저는 '작동 원리는 단순화, 편의성은 극대화, 개발품은 경량화' 라는 기조를 중심으로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실제 작업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었죠."
랩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짐을 싣는 목재 플랫폼인 팰릿(pallets) 까지 포장을 단단하게 하는 일이다. 팰릿은 물품을 다루기 위해 지게차의 포크부분이 들어가는 곳으로, 포장시 물류와 팰릿이 떨어지지 않도록 밀착력 있게 묶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각기 다른 모양으로 생긴 물류와 네모반듯하게 생긴 팰릿을 한 몸으로 묶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화물을 포장하다가도 팰릿이 있는 아래쪽까지 내려오게 되면 작업자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작업자가 아무리 등을 많이 구부려도 팰릿 아랫부분을 충분한 힘으로 단단하게 포장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랩을 당길 때도 두 손으로 일정한 힘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 필름이 뜯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죠. 랩이 뜯기는 일이 많아질수록 낭비되는 필름도 많아져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았어요. 결국 작업자의 편리함과 일의 효율성 증진. 이 두 가지를 고려해 스틱 랩핑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작업자들 반응 좋아… 협소한 공간에서도 OK
스틱 랩핑기를 개발한 후, 최대경 대표는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작업자들에게 1주일동안 써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제안을 받은 작업자들의 첫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랭하기만 했다. '귀찮게 언제 필름을 장치에 창작하느냐' 는게 첫 번째 반응이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보수적이라는 걸 그 때 새삼 깨달았어요. 기다란 랩을 봉에 한 번 장착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거였죠.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주일 후에 다시 랩핑기를 가져 갈 테니, 1주일만 써보라고요. 1주일 후 반응이요? 왜 가져 가냐며 한사코 저를 말리던걸요.(웃음)"
현장의 반응이 이 정도라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사실 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시제품까지 만들어진 후 현장 적용력을 문제로 양산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반면 최대경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현장에서의 만족도가 더욱 높은 만큼 잘 만든다면 높은 시장성을 갖출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 아이디어만 갖고 상품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는 주위에서 모두 말렸지만 귀에 들려오지 않았죠. 소신만 있으면 안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해 무조건 밀어붙였습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였어요. 제가 아무리 상품이 편리하다고 생각해도 실 사용자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크게 깨달은 거죠. 이번 랩봉은 첫 실패의 요인을 발판삼아 지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습니다. 그 결과 현장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자들의 편리성 뿐 아니라 협소한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수동형 스틱 랩핑기의 장점 중 하나다. 완전한 자동화 랩핑기도 존재하지만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작업장에 들여오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던 만큼 스틱형 랩핑기는 자동화와 수동화의 중간지점을 적절하게 선점해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창조경제타운 멘토링, 해외 시장 눈 틔워줘
제품을 개발한 후 최대경 대표는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지닌 잠재력도 가늠하고 싶었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로 상품이 위치한 지점을 냉정하게 바라보길 원했다.
자료조사를 하던 중 최대경 대표는 창조경제타운의 지원방침 정보를 접하게 됐다. 전문가 멘토의 의견과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되면 더욱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수동형 스틱랩핑기를 아이디어로 게재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지원했지만 우수아이디어로 꼽힐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전문가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자심감이 더욱 붙기 시작했죠. 현재 저희 제품을 멘토링 해주는 분은 경기테크노파크에서 활동하는 김태호 멘토입니다. 주로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멘토를 받고 있어요. 제품은 이미 완성된 형태로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이 제품을 어떻게 잘 판매할 수 있을지를 배우는 단계죠. 저희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전문적인 홍보마케팅에는 열악할 수밖에 없어요. 창조경제타운의 멘토링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품 판매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해외 시장도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는 10월에는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4 한국포장전'에도 참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2014 코리아 스타 어워즈(2014 Korea Star Awards)'에서 기업부문 대상을 수상해 얻은 기회다. 해당 전시는 국내 유수의 포장업체가 참여할 뿐 아니라 해외 경쟁력 있는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최대경 대표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창조경제타운에서 저희 아이디어를 보더니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김태호 멘토는 저희 제품을 마트에 비치된 카트(cart)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었죠. 그 이야기를 듣고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영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동형 스틱 랩핑기는 세계최초의 제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할 수 있어요. 곧 개별국가 특허출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시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된 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최대경 대표. 그는 앞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으로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제품과 가격, 서비스의 만족을 이루는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는 그는 디자인의 차별화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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