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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6-10-28

숙취없는 '마법의술' 개발중 뇌과학 이용, 알코올의 순기능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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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연말에 있을 송년회를 미리 준비하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술 먹는 문화가 예전과는 달리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술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술에 약한 사람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술을 마신 뒤 나타나는 숙취로 인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취나 구토 같은 역기능은 없는 술이 개발되고 있다
숙취나 구토 같은 역기능은 없는 술이 개발되고 있다 ⓒ free image

하지만 그런 고생도 앞으로 30년 정도만 버티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과학자들이 2050년 경 판매를 목표로 숙취 없는 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익스플로러(science explorer)는 술이 가진 장점은 살리되, 숙취나 구토 같은 역기능은 나타나지 않도록 만드는 ‘마법의 술’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기능성 제제로 이루어진 알코올 없는 합성술

‘마법의 술’이라는 불리는 이 술의 이름은 ‘알코신스(alcosynth)’다. 술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알코신스는 술이 아니다.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를 합성술이라고 부르고 있다.

알코올이 없는 술이라는 다소 황당한 개념에 대해 알코신스 개발의 책임자인 영국 임페리얼대 신경정신약리학과의 데이비드 너트(David Nutt) 교수는 “알코신스 개발에는 뇌과학의 원리가 활용됐다”라고 설명하며 “술이 자극하는 뇌의 부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90여 가지의 기능성 제제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밝혔다.

술이 뇌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너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기분 좋게 취한 느낌을 제공하거나, 모르는 상대라도 수줍어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교성의 향상이 등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말해 알코신스는 알코올처럼 체내에 들어가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기능은 똑 같이 수행하되, 아세트알데하이드 같이 숙취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생성시키지 않도록 만들기 때문에 ‘숙취 없는 술’이라 할 수 있다는 것.

알코신스를 개발중인 너트 교수 ⓒ Imperial College
알코신스를 개발중인 너트 교수 ⓒ Imperial College

너트 교수는 알코신스의 효과와 관련하여 “술에 취한 느낌과 똑같으며, 취한 정도도 술만큼 오래가게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6잔을 마셨다면 실제 술로는 4잔정도 마신 정도기 때문에 ‘너무 취했다’라는 느낌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술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반응하는 뇌의 부분이 어느 곳인지를 연구를 통해 발견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자극하는 합성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 말을 반대로 하면 뇌의 역기능을 초래하는 부분에 대한 자극은 피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성술의 원리를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코신스는 독자적으로도 술의 순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맥주나 위스키 같은 진짜 술과 섞어서 마셔도 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코신스는 제제의 비율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취하는 정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셔도 ‘만취’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너트 교수의 설명이다.

너트 교수는 “현재 상용화를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 면에서 기존 술과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술집에서 알코신스를 만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건강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술 마시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인류에게 큰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술의 산소 용존 농도가 높을수록 숙취 적어

알코신스처럼 근본적으로 숙취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숙취를 없애주는 술이 개발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권광일 교수가 이끄는 충남대 약대의 연구진들로서, 이들은 국제 학술지인 ‘알코올 중독의 치료와 연구(ACER)’에 ‘산소 용존 농도가 높은 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숙취가 적다’라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권 교수와 연구진은 4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산소를 주입한 소주을 마신 무리와 일반 소주를 마신 무리로 나눠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산소가 든 술을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30분가량 일찍 술에서 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ACER지에 제출한 발표 내용에 따르면 소주 1병의 산소용존 농도가 20ppm일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에 이르는 시간이 산소 용존 농도가 8ppm인 일반 소주에 비해 평균 22분이 빨랐고, 30ppm일 경우는 24분이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권 교수는 “간에 있는 효소가 알콜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모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산소를 주입한 술이 숙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밝히며 “산소가 든 술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춰준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면 술 관련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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