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뇌세포 ‘치료 길’ 열렸다

성상세포 재프로그래밍해 파킨슨 병 등 치료

뇌가 병을 앓고 있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문제는 이렇게 손상된 세포를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경세포 이식을 통해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등의 뇌신경계 질병 치료를 시도하고 있지만 부작용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손상된 뇌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성상세포(astrocytes)를 재프로그래밍해 손상된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안에 있는 별 모양의 성상세포.  성상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치매, 뇌졸증 등으로 인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과학계가 큰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은 성상세포.  ⓒWikipedia

뇌 안에 있는 별 모양의 성상세포. 이 성상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치매, 뇌졸중 등으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과학계가 큰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Wikipedia

성상세포 통해 신경세포 치료, 재생 가능해

15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세 연구팀은 지난 주 미국에서 열린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연례회의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신경세포 재프로그래밍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뇌과학자 막달레나 괴츠(Magdalena Götz)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쥐의 뇌 연구를 통해 성상세포가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키고, 또 다른 신경세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두 연구팀도 재프로그래밍된 성상세포가 쥐의 손상된 신경세포 회복을 도와 그 움직임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신경과학회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물론 의료계 전반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불치병으로 간주해온 알츠하이머, 뇌졸중 후유증 등의 치료 가능성을 말해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니콜라 마투기니(Nicola Mattugini) 교수는 “신경과학회를 통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성상세포란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세포 활동을 돕는 신경교세포의 일종이다. 다른 교세포보다 크기 때문에 대교세포란 별명이 붙어있다.

그동안 일부 뇌과학자들은 성상세포가 물질대사에 관여하면서 손상된 세포 조직을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또 다른 뇌과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극히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성상세포의 가능성을 믿는 과학자들은 성상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키고, 또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세 연구팀이 성상세포가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신경세포 치료에 희망을 갖게 됐다.

성상세포, 부진한 줄기세포 치료 대안으로 부각

그동안 의료계는 파킨슨 병, 척추신경 손상 등 손상된 신경세포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이식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그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쥐 실험을 통해 줄기세포 이식을 시도해 온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뇌과학자 공 첸(Gong Chen)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에 환멸을 느낄 정도”라며 그 가능성을 평가절하 한 바 있다.

첸 교수는 현재 성상세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성상세포 연구에 관심을 갖고 첸 교수의 길을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로 성상세포 관련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성상세포의 기능을 세포 구성을 돕는 접착제(glue) 역할에 국한시켜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성상세포가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끊임없이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고 있으며, 혈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놀라운 것은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된 후 일부 성상세포의 영향으로 염증이 늘어나고 큰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성상세포가 신경세포를 치료하면서 한편으로 파괴하는 ‘병주고 약주는’ 일을 하고 반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성상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할 경우 신경세포를 회복시키고, 또한 새로운 성상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에 착수하고 있는 중이다.

첸 교수는 “그동안 신경세포 치료에 접착기능이 있는 이 성상세포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세포를 본 적이 없다”며, “성상세포 기능을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첸 교수 연구팀은 현재 무해한 바이러스를 뇌 성상세포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신경성장을 주도하는 유전자‘NeuroD1’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첸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성상세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성상세포 재프로그램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를 최근 설립했으며, 현재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의 뇌과학자 장 천리(Chun-Li Zhang) 교수는 현재 연구팀을 구성하고 성상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많은 뇌과학자들이 손상된 신경세포 치료에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리 교수는 이어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손상된 어른의 뇌세포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며,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연구 결과에 대해 큰 놀라움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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