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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7-25

“세포 크기 나노로봇으로 질병 탐지” 콜로이드와 전자회로 결합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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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며, 컴퓨터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나노로봇이 탄생했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만든 인체 난세포 크기의 이 미세 로봇은 2차원 재료로 만든 작은 전자회로를 콜로이드 미세입자에 얹은 구조로 돼 있다.

콜로이드는 1000분의1에서 100만분의1 밀리미터 크기의 불용성 입자 또는 분자로서 크기가 매우 작아 액체나 공기 중에 무제한 떠 있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콜로이드에 복잡한 전자회로를 결합해 인체 소화시스템과 석유ᆞ가스관에 발산시킴으로써 내부 문제를 진단하거나, 화학적 처리기 및 정제기 안의 공기 중에 살포해 화합물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는 나노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Nature Nanotechnology) 23일자에 발표됐다.

액체와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부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율 입자 나노로봇 디자인.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액체와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부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율 입자 나노로봇 디자인.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콜로이드 입자에 전자장치 결합한 나노로봇

논문의 시니어저자이자 MIT 화학공학과 마이클 스트라노(Michael Strano) 교수는 “우리는 콜로이드 입자에 전자회로를 완전하고 손상되지 않게 이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MIT 박사후 연구원인 볼로디미르 코만(Volodymyr Koman)이 논문 제1저자로 참여했다.

스트라노 교수는 “콜로이드는 목표한 환경에 접근이 가능하고 다른 물질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먼지 입자는 공기분자와 충돌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힘이 중력의 끌어당김보다 강하기 때문에 공기 중에 무제한 떠돌아다닐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액체 속에서 부유하는 콜로이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트라노 교수팀은 다른 그룹이 유사하게 작은 장치를 개발하는 동안 움직임을 조절하는 방법 개발에 집중했다. 예를 들면 일부 미생물 유기체가 움직이는데 사용하는 편모 모양 본뜨기 같은 것 등이다.

그러나 그는 이 방법이 가장 유용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편모나 다른 세포 움직임 시스템은 일차적으로 주변에서 움직이는데 쓰이는 것이고, 훨씬 멀리 움직이는 데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노 교수는 대부분의 목적을 위해서는 그런 장치들을 더욱 기능적으로 만드는 것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장치를 콜로이드 입자에 부착한 나노로봇은 석유나 가스관 내부로 발산돼 균열, 부식 등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전자장치를 콜로이드 입자에 부착한 나노로봇은 석유나 가스관 내부로 발산돼 균열, 부식 등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Courtesy of the researchers

배터리 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계산 및 기억 저장

MIT팀이 만든 미세 로봇은 외부 동력원이나 내부 배터리도 필요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 간단한 감광성 반도체 장치인 포토다이오드가 전류를 흘려보내 미세 로봇의 전자회로가 계산을 수행하고 기억소자를 가동시킬 수 있다.

주변 환경의 정보를 감지하고 기억소자에 이를 저장한 다음 임무가 끝난 뒤 데이터를 읽어내는 데는 충분한 정도다.

이 같은 장치들은 궁극적으로 석유와 가스산업에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 게 스트라노 교수의 전망이다. 오늘날 파이프라인이 새는 등의 문제를 점검하는 주요 방법은 담당직원들이 파이프라인을 따라 차를 몰고 다니며 값비싼 장비로 검사하는 것이다.

MIT팀이 고안한 새로운 장치는 원리적으로 파이프라인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흘려보낸 다음 수거해서 조사된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여러 개의 미세장치들은 파이프라인을 따라 흘러가는 동안 문제 부위에서 생긴 오염물질을 비롯해 마주친 여러 조건들에 대한 기록을 제공한다.

현재 제작된 미세 로봇은 개념-증명 장치로 특별한 데이터 기록이 발생한 위치를 지시하는 타이밍 회로가 없으나, 연구팀은 이 회로를 부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백나노미터 크기의 입자에 전자회로가 부착돼 있는 모습.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수백나노미터 크기의 입자에 전자회로가 부착돼 있는 모습.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인체 진단에도 쓸 수 있을 것”

연구팀은 이와 유사하게 인체 진단 목적으로 미세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염증의 징후나 다른 질병 표지자들을 탐지해 낼 수 있다는 것.

대부분 실리콘이나 금속 산화물 기반의 전통적인 마이크로칩은 평평하고 딱딱해서 콜로이드에 부착됐을 때 주위 환경 속을 이동하는 동안 복잡한 기계적 압력을 탐지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이와 함께 이런 모든 칩들은 에너지가 너무 쉽게 고갈된다는 게 스트라노 교수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코만 박사는 그래핀 및 층상형 전이금속인 디칼코제나이드를 비롯한 이차원 전자재료들을 찾아내 시험해 봤다. 실험 결과 이 재료들은 콜로이드 표면에 잘 부착돼 공기나 물에 발산된 후에도 기능이 잘 작동했다.

또 이 전자장치는 에너지가 아주 조금 들었다. 코만 박사는 이 장치들이 “서브볼트 전압의 나노와트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관에 나노입자 로봇을 발산시켜 실험하는 모습.  Courtesy of the researchers
유리관에 나노입자 로봇을 발산시켜 실험하는 모습. Courtesy of the researchers

로봇 분야에 새 영역 도입”

그러면 왜 이차원 전자장치를 사용해야 하나? 이 미세 재료들은 너무 약해서 서로 결합해 기능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담아낼 기판이 필요하다. 스트라노 교수는 “기판 없이는 이 장치들이 존립할 수 없다”며, “기계적 견고성을 더하고 기체나 액체 흐름 속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콜로이드 입자에 전자장치를 접착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만 박사는 2차원 재료가 콜로이드 같은 비전통적 기판에 부착돼서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만큼 강하고 견고하다고 말했다.

이 방법으로 생산된 나노장치들은 자체 전원을 생산하고 계산을 하며 논리적이고 기억을 저장하는 전자장치를 지닌 자율 입자다. 이 장치들은 빛에 의해 구동되고, 목적지까지 이동한 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레이저 역반사체도 갖췄다.

수거된 후에는 프로브를 통해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계속 진행 중인 작업을 통해 이 입자 로봇과 직접 물리적 접촉 없이도 데이터를 전송 받을 수 있는 통신방법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른 연구팀에서도 나노규모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나 에어로졸화하거나 콜로이드 상태에 머무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복잡한 전자장치를 탑재한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트라노 교수는 이 장치들이 “현재 기준에서 매우 스마트한 입자들”이라며, “로봇 분야에 새로운 영역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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