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5,2019

생체리듬 무너지면 암 발생한다

인체 안의 생물학적 주기, 붕괴현상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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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는 일종의 시계 같은 것이 있어서 인체의 생체리듬을 주관하게 된다. 이를 생체 시계(bio-clock)이라고 한다. 생체 시계는 체온, 생리, 대사 등의 주기적 리듬을 담당하는 생물학적인 시계를 말한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표준시각대(time zone)가 다른 지역에 번갈아가며 살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생체 시계를 거스르게 되고, 심할 경우 생체 리듬이 붕괴돼 인체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역학자인 닐 카포라소(Neil Caporaso) 박사는 3일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의 생체 시계가 불규칙하게 돌아갈 경우 생체 ‘생물학적 주기의 붕괴(circadian disruption)’ 현상이 일어나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세계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본초 자오선을 정하고 본초자오선으로부터 동서로 7.5도씩의 범위를 ‘시간대’로 정의하는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도 15도마다 한 시간씩 시간대가 존재한다.

표준시간차가 있는 지역을 오고가며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일을 하게 될 경우 사람의 생체 시계가 불규칙하게 돌아갈 경우 생체 ‘생물학적 주기의 붕괴’ 현상이 일어나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labspaces

표준시간차가 있는 지역을 오고가며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일을 하게 될 경우 인체 내에서 ‘생물학적 주기의 붕괴’ 현상이 일어나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labspaces

경우에 따라 비행기 등을 타고 이 표준시간대를 넘나들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며 일을 하게 될 경우 낮과 밤이 바뀌기 일쑤다. 어떤 때는 두 번의 낮을, 어떤 대는 두 번의 밤을 경험해야 한다.

이런 경우 시차증(時差症, jet leg)이 발생한다. 표준 시간대가 다른 장소 사이를 오가는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몸에 발생하는 불편한 듯한 증상을 말한다. NCI 카포라소 박사 연구팀은 이런 사람들의 생체 리듬에 주목했다.

표준시간차 많이 날수록 암 발생률 높아져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암으로 진단을 받은 바 있는 백인 400만 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리고 표준시간대를 5도 움직일 때마다 암 발생률이 남자는 3%, 여자는 4%까지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시간차가 많이 일어날수록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에 따라 특정 암 발생률이 다르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미국 대륙 서쪽 끝에 살고 있는 남녀 주민의 경우 전립선암 발생률이 동쪽 끝에 살고 있는 주민과 비교해 4%가 높았다.

또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발생률의 경우는 남자는 13%, 여자는 12%가 더 높았다. 특히 자궁암의 경우는 서단에 살고 있는 여성의 암 발생 비율이 동단에 살고 있는 여성들보다 1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포라소 박사는 이 같은 수치가 실제 상황에 비추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근무 현장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표준 시간대를 넘나드는 이동 근무와 관련,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주기의 붕괴’와 암 발생률과의 상관관계는 그동안 명확한 데이터가 산출되지 않아 불명확한 추정에 머물러왔었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의 데이터처리 기술 발전으로 대단위 진료기록 분석이 가능해지고 그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만성 야근, 교대 근무로 생체시계 혼란  

카포라소 박사는 표준시간대를 넘나들지 않더라고 낮과 밥이 바뀌는 주·야간 교대 근무자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람의 인체가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어둠을 보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관장하는 것이 송과선에서 생성,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melatonin)이다.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과 같은 광(光) 주기를 감지하면서 생식활동의 일주성, 연주성 등 생체리듬에 관여하고 있는 호르몬을 말한다. 밤이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활동을 해야 할 낮 시간대에 잠을 자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부족해 인체 면역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고 암이 발생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 멜라토닌과 생체시계와의 연관 관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KAIST(한국과학기술원)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수학 모델링을 이용해 어떤 원리로 생체시계가 암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의 24시간 주기 리듬을 만들어내는지 규명한 바 있다.

뇌 속 뇌하수체에 있는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몸의 행동이나 생리적 현상을 조절한다. 이를 관장하는 것이 멜라토닌이다. 오후 9시가 되면 뇌 속에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을 유도하게 된다.

그러나 만성적인 야근과 교대근무 등으로 생체시계가 혼란을 겪게 되면 당뇨, 암, 심장병, 치매 등 다양한 현대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생체시계가 ‘p53’의 양을 조절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관계자들은 생체시계와 암 유발과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카포라소 박사는 “빛과 생체 시계와의 관계, 그리고 암 발생과의 역학 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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