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의 원래 명칭은 생어 센터(The Sanger Centre)였다.
1992년 영국 정부와 기부단체인 웰컴 트러스트는 2번이나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의 이름을 따 생어 센터를 세웠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유전체학 연구센터로 인정받고 있다.
생어 연구소에 자랑할 만한 시설과 업적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동물실험실을 빼놓을 수 없다. 12년 전 연구소 내에 거대한 동물실험실이 들어섰다. 3억 파운드(한화 약 45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 매머드 실험실이었다.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기관인 생어 연구소에서 3년 안에 동물실험실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혀 과학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Wikipedia
3년 안에 동물실험실 폐쇄 방침
실험실 안에는 쥐, 영장류를 비롯 제브라피쉬(zebrafish)와 같은 어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실험을 위해 사육되고 있다.
그러나 수 년 후에는 이 실험실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10일 ‘가디언’ 지는 생어 연구소가 그동안 실험용 동물의 수를 계속 줄여왔으며, 향후 3년 안에 실험실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웰컴 트러스트 재단의 제레미 파라르(Jeremy Farrar) 총재는 “최근 실험용 장비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생어 연구소에서 사육하고 있는 실험용 동물의 수도 계속해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라르 총재는 “연구를 위해 아직까지 필요한 동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많은 수의 동물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계획은 실험용 동물의 수를 더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생어 연구소 내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생어 연구소는 동물실험실 규모를 줄여나가는 대신 꼭 필요한 동물실험을 대행해줄 외주 기관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계는 생어 연구소의 이 같은 움직임이 동물보호단체 등의 격렬한 시위 등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동물실험을 해온 과학자들로부터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의 유전학자 이안 잭슨(Ian Jackson) 교수는 “지금의 세포배양(cell culture) 기술로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분석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들이 세포 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지금도 많은 동물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방암 치료제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의 기반이 되고 있는 동물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계, 연구소 조치에 ‘시기 상조’ 반발
그동안 실험 결과에 따르면 쥐와 같은 동물은 사람과 겉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유전자 형태는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만큼 쥐는 혁신적인 연구들, 새로운 의약품 등의 치료법 개발에 있어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생어 연구소의 동물실험실 폐쇄 움직임은 많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난청 연구를 하고 있는 유전학자 카렌 스틸(Karen Steel)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일부 유전자로 인해 난청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사람에 있어서도 유사한 과정을 통해 난청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는 “그러나 유전자 배양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동물실험을 유전자 배양으로 대체하려는 생어 연구소의 움직임을 ‘시기 상조’라고 보았다.
과학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생어 연구소는 “모든 동물실험을 중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실험을 가능한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파라르 총재는 “세포배양을 비롯 생체조직과 유사한 오가노이드(organoid) 개발, 췌장‧콩팥과 같은 사람 장기의 축소 모형(miniaturised versions) 등을 통해 기존에 해왔던 동물실험의 빈도수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대체 작업이 일부 과학자들의 말대로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세포배양과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은 동물실험을 줄여나갈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생어 연구소의 동물실험 축소 조치는 그동안 생어 연구소에서 유전자 분석 작업을 이끌어온 마이크 스트래튼(Mike Stratton) 교수의 조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어 연구소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과학과 의료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입장에서 모든 인류가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생어 연구소의 이번 조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생어 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전체 서열 생산, 분석, 생물정보학 연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종합 생명과학센터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유전체학 연구센터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기관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과학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동물실험이 관행화돼 오던 의료계에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의약품 등을 개발해온 크고 작은 연구소들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장비와 기술 개발을 위해 어느 정도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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