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근육의 힘이 사람의 7~8배
굳이 신화가 아니더라도 인간들은 오래 전부터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유명한 화가이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를 해부하여 날개를 스케치하기도 했는데, “새는 수학적 원리에 의하여 움직이는 기구이며, 사람 능력으로 이를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새의 날개 모양처럼 만들어서 팔에 끼우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지만, 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했다. 1742년 박크빌 후작은 팔에만 날개를 붙이지 않고 다리에도 날개 모양을 붙여서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나중에서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새는 자기 몸무게에 대한 근육의 힘이 사람에 비해 7~8배나 된다는 걸 그 당시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프랑스의 몽골피에는 젖은 짚단을 태울 때 연기와 함께 재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다. 연기에다 씌운 포대도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알게 된 몽골피에는 아무 이론적 근거도 없이 커다란 기구를 만들어 1783년 두 사람을 태운 채 25분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기구가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이유는 기구 안의 공기가 데워지면서 팽창하여 주변 공기보다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몽골피에의 실험 후 1년 만에 과학적 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열기구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고 그냥 공중에 떠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때문에 기구가 발명된 이후에도 새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었는데, 영국의 케일리는 새가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날아가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새의 날개 단면이 평면이 아니고 유선형의 곡면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새의 날개처럼 곡면으로 만든 글라이더로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오래 날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앞으로 미는 엔진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그 당시 기술로는 비행기에 실을 만큼 가벼운 엔진을 만들 수 없었다.
비행기를 뜨게 하는 힘, 양력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크게 네 가지 힘이 작용한다. 먼저 엔진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과 이를 방해하는 공기 마찰에 의한 항력이 있다. 또 자체 무게에 의한 중력이 있고, 이것을 위로 끌어올리는 양력이 있는데, 바로 이 양력 때문에 비행기가 뜬다.
비행기 날개의 윗면에 있는 공기는 곡면의 날개 형상을 타고 흘러 날개를 지나간 후에는 방향이 아래쪽으로 꺾여서 흐르게 된다. 이런 현상을 내리흐름(Downwash)이라고 한다. 공기가 수평으로 흐르다가 아래로 꺾인다는 것은 뉴턴의 관성법칙으로 볼 때 외부, 즉 날개로부터 힘이 가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뉴턴의 제3법칙(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로부터 힘을 받으면 다른 물체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가해진다)에 의하면, 날개는 공기를 아래쪽으로 흐르게 하고 자신은 그 반작용에 의해 위쪽으로 힘을 받게 된다. 이같이 날개를 위로 떠오르게 하는,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양력(揚力)이다.
양력은 비행기 속도와 날개 면적에 비례하는데,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 양력은 네 배 증가한다. 양력의 원리는 실제 비행기가 구름 속을 지나갈 때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비행기가 지나간 뒤쪽의 구름은 밑으로 밀려 내려가 빈 공간처럼 보인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릴리엔탈이 남긴 자료로 글라이더를 제작하여 실험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다. 작년 12월 17일이 바로 라이트 형제가 가솔린 엔진을 단 동력 비행기로 12초 동안 36m 거리의 비행에 성공한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에 성공하기 전에 많은 시험과 세밀한 분석을 했는데, 200여개의 날개에 대해 시험하여 최적의 날개를 찾아내는 열정을 쏟기도 했다.
조종사 없는 무인전투기 개발 경쟁
1976년 유럽에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가 개발되었는데, 최근에 퇴역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유는 소음이 너무 커 공항 주변 주민들의 반발 등 각종 규제로 운항할 수 있는 공항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1982년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비행기가 나왔고, 1987년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기가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조종사가 없는 무인 스텔스기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급격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미국 보잉사의 X-45와 미국 노스롭사의 X-47 등이 개발 중인 대표적인 무인 전투기이다. 그밖에 미국 GA-ASI사의 프레데터와 NASA의 개척자 등 고고도 무인비행기와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 비행기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창공-91이 국내기술로 개발한 첫 공식승인 비행기이며, 그 뒤 공군 초등훈련기인 KT-1이 대량생산되어 인도네시아에 수출되기도 했다. 2003년 국내 기술로 개발된 첫 초음속 제트기인 T-50에 이어, 지금은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비행기로서 지능형 자율비행과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스마트 무인비행기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윤길원
한국항공기술연구원 위성체그룹 부장
인하대학교 항공공학과 졸업
KAIST 항공공학과 졸업
KTX-2 후방동체 설계담당
<정리: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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