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랩) 연구진이 2차원 물질에서 예기치 못한 자성(磁性)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 연구원은 2차원 반 데르 발스 결정이 고유한 강자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 물질은 원자적으로 얇은 층을 점착테이프로 하나씩 벗겨낼 수 있는 물질군으로 분류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6일자에 게재된 이 발견은 나노 기억소자와 스핀트로닉 장치 및 자기 센서와 같은 강자성 물질을 사용하는 광범위한 응용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지앙 장(Xiang Zhang) 버클리랩 재료과학부 선임연구원 겸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원자적으로 얇고 평평한 자석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는 한편, 저차원에서의 기본적인 스핀 물리학 및 스핀트로닉 응용을 탐구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자기 이방성 통해 반 데르 발스 결정의 강자성 발견
이 연구는 물질이 2차원으로 축소될 때 자기력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양자물리학의 해묵은 문제를 다룬다. 지난 반세기 동안 머민-바그너 정리에 따라 2차원 재료에 자기 이방성(磁氣異方性) 즉 전자 회전의 방향 정렬이 결여되면 자기(磁氣)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믿어왔다.
편광된 빛이 재료의 전자 스핀과 상호 작용할 때 편광의 회전을 통해 자화를 감지하는 데 사용되는 케어(Kerr) 효과의 사례. 크롬 게르마늄 텔루라이드(CGT) 층이 표시돼 있다. 오렌지 볼은 텔루리움 원자, 노란 공은 게르마늄, 파란 공은 크롬을 나타낸다. Credit : Zhenglu Li/Berkeley Lab
논문 제1저자인 쳉 공(Cheng Gong)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흥미롭게도 우리는 자기 이방성이 우리가 연구한 2차원 물질의 내재적인 특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 특성 때문에 고유한 강자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반 데르 발스(Van der Waals) 힘은 분자들을 손상시키지 않는 전형적인 공유결합 또는 이온결합으로부터 발생하지 않는 분자 사이의 인력을 일컫는다. 이 양자 힘은 벽과 천정을 힘들이지 않고 붙어다니는 도마뱀붙이가 사용하고 있다.
점착 테이프로 쉽게 떨어지는 이유
반 데르 발스 결정은 2차원 층이 전통적인 결합을 통해 서로 연결되지 않아 점착테이프에 의해 쉽게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가장 잘 알려진 반 데르 발스 물질인 그래핀 연구로 2010년에 노벨상이 주어졌다.
공 박사는 “그것은 마치 책의 페이지 한장 한장과 같다”며, “페이지를 서로 겹쳐서 쌓아놓을 수는 있지만 한 페이지를 다른 페이지로 연결시키는 힘은 페이지 한 장에서 내부적으로 찢어지지 않게 결합을 유지하는 힘보다 훨씬 약하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첸 공(Cheng Gong, 오른쪽) 박사와 시니어 저자인 지앙 장(Xiang Zhang) 교수가 점착 테이프를 사용해 크롬 게르마늄 텔루라이드(CGT)의 2차원 플레이크를 벗겨내고 있다. 이들은 ‘네이처’에 2차원 반 데르 발스 물질의 고유 강자성에 대한 최초의 실험적 발견을 보고했다. Credit: Marilyn Chung/Berkeley Lab
공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3000개 이상의 크롬 게르마늄 텔루라이드(Cr2Ge2Te6 또는 CGT) 조각을 벗겨냈다. CGT는 수십 년 동안 덩어리로 존재했으나 얇게 벗겨진 2차원 CGT는 이번 연구로 새롭고 흥미로운 반 데르 발스 결정족의 하나로 등장하게 됐다.
0.3테슬러 이하 미세 자기장으로 퀴리 온도 조절
논문의 공동 시니어저자인 징 시아(Jing Xia) UC어바인대 부교수(물리 및 천문학)는 “CGT는 또한 반도체이고 강자성은 고유의 특성”이라며, “이 점이 메모리와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더욱 명확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기-광학적인 케어(kerr) 효과라는 기술을 이용해 원자적으로 얇은 물질의 자화를 감지했다. 이 방법은 물질에서 빛이 전자의 스핀과 상호 작용할 때 직선 편광이 회전하는 것을 매우 민감하게 잡아낼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더욱 놀라운 발견은 CGT 재료의 자기 이방성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연구팀은 물질이 강자성을 잃는 전이 또는 퀴리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공박사는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사람들은 퀴리 온도가 자성 재료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변화될 수 없다고 믿고 있으나 우리 연구 결과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0.3테슬러 이하의 매우 미세한 자기장을 사용해 CGT 플레이크의 전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점착 테이프로 층을 반복적으로 벗겨내 순차적으로 더 얇아진 반 데르 발스 (van der Waals) 소재의 CGT 플레이크. Credit: Marilyn Chung/Berkeley Lab
“광-자기 응용품 개발에 엄청난 유연성 부여”
공박사는 “2차원 반 데르 발스 물질과 달리 철과 금속, 니켈과 같은 금속 박막은 구조적으로 불완전하고 여러 장애에 취약해 크고 예측할 수 없는 이방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결정성이 높고 균일하게 평평한 2차원 CGT는 고유 이방성이 작고, 작은 외부 자기장으로 이방성을 효과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처음으로 강자성 전이 온도를 자기장으로 제어하는 게 가능했다는 것.
연구진은 또 반 데르 발스 결정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구조적 또는 화학적 호환성에 따른 제한 없이 이종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논문의 공동 시니어저자인 스티븐 루이(Steven Louie) 버클리랩 재료과학부 수석연구원 겸 UC버클리대 물리학 교수는 “새로운 기능성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재료를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됐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광-자기 응용분야에서 인공 구조물들을 설계할 때 엄청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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