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커먼즈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오픈 액세스는 “학술저작물을 전 세계 이용자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저작물의 생산과 동시에 지체 없이 자유롭게 읽고, 복제, 전송, 배포, 프린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오픈 액세스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어떠한 허락절차 없이 이용하는 것으로 기존의 저작권 개념인 클로즈드 액세스(Closed Access)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학술논문은 누적성, 공유성, 공개성, 선취권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영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자에 대한 보상은 인용, 명성, 명예, 연구기금 확보, 승진, 학술상 등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학술논문 공유를 위해 한국오픈액세스 포럼이 지난 6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포럼은 총칙에서 ▶ 연구자 중심의 국내 학술지 유통에 대한 정책 제시 ▶ 해외 오픈액세스활동 관련 기구와의 협력 및 연계 추진 ▶ 세미나, 포럼 개최 등을 통해 정보공유에 대한 인식 확대 ▶ 학회, 일반인 등에게 저작권에 대한 합당한 인식을 주기 위한 활동 ▶ 오픈액세스 관련 저널 발간 등에 대한 지원 등 역할을 제시했다. 한편 포럼 홈페이지(www.openaccess.or.kr)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자료센터의 오픈아카이브 시스템(www.krm.or.kr)이 가동 중이다.
이수상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창립총회에서 ‘학술정보 유통과 오픈액세스’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정보의 생산, 관리, 배포 비용에 따르는 비용 부담에 대해 “온라인 모델에서의 출판, 관리, 배포 작업은 전통적인 모델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직접 제출하는 오픈액세스 저장소의 경우, 저자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저작권 문제를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 엑세스’로 자유로운 학술논문 공유물론 온라인만으로 만사형통이 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을 활용한 적극적인 오픈 액세스 활동과 더불어 그러한 문화 조성이 절실하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 커먼즈 블로그(sciencecommons.org/weblog)는 인터넷과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cyberinfrastructure) 두 용어의 차이를 통해 사이언스 커먼즈가 지향하고 있는 바를 설명한다. “인터넷은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 둘은 명백히 다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식 및 연구환경 등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근간이 되는 도로, 다리, 파워그리드(power grid, 전기공급 인프라스트럭쳐), 전화선, 급수시설 등처럼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는 분산된 컴퓨터 · 정보 · 통신기술들을 의미한다. 분산된 컴퓨터 · 정보 · 통신기술들은 사회구성원들과 연결돼 있고 또한 현대의 과학 연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지속적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합요소들과 결합해 있다.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와 인터넷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다. AIDS치료를 위한 새로운 백신개발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물학적 요소 때문만이 아니다. 과학실험 및 연구 등 전반적인 과학문화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대개 연구실 안에 고립돼 있다. 데이터를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면 다른 연구자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돼 백신에 대해 더 많은 성공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과학데이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적 네트워크가 인터넷이라면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는 법적 · 정책적 인프라까지 의미하는 과학문화라 할 수 있다. 사이언스 커먼즈는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를 지향한다. 연구자들의 협력과 자율은 필수조건이다. 위키피디아는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를 “인터넷을 넘어 진일보한 데이터습득, 데이터저장, 데이터관리, 데이터통합, 데이터추출, 데이터시각화 등 여타 전산·정보 처리 서비스를 지지하는 새로운 연구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 … 과학문화의 조성CC코리아 프로젝트 리더인 윤종수 판사(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08 CC KOREA 컨퍼런스 - CC로 이야기 하는 열린 문화’에서 “유연한 저작권을 표방하는 CCL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면서 “CCL을 올바른 정보의 나눔과 자유로운 재창작의 열린 문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자신의 저작권을 표시하기 위한 라이선스 정도로 이해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CL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저작물의 공유와 과제’라는 논문에서 개방적 라이센스 시스템인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저작물을 공유해야 되느냐 마느냐의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그 부작용과 결함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저작물의 비경합성, 비배제성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공유의 가능성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고, 그 효과를 어떻게 끌어내는가에 대한 실천적인 모색이다.”
최근 MS는 학문 성과들이 좀더 쉽고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MS 오피스 2007용 CCL 플러그인'을 공개했다. 우리나라의 한글과컴퓨터 역시 올해 3월 ‘한컴 오피스 2007 벨류팩’에 CCL 로고를 달 수 있도록 도입한 바 있다. 대부분의 창작물이 문서로 저장되는 추세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CCL을 붙여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지식 나눔’, ‘지식 기부’, ‘열린 저작권 운동', '오픈액세스’ 등 학술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 김재호 기자
- jhkim@ksf.or.kr
- 저작권자 2008-08-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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