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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6-06-29

비밀 풀린 피톤치드의 '테르펜' 산림과학원, 발현 매커니즘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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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상쾌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분비하는 항균 물질’이라는 의미로서, 어느 한 가지 물질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발산하는 모든 항균성 물질을 종합하여 부르는 총칭이다.

겨울우산버섯을 통해 테르펜 생합성 과정이 규명됐다
겨울우산버섯을 통해 테르펜 생합성 과정이 규명됐다 ⓒ 국립산림과학원

피톤치드를 이루는 주요 물질로는 테르펜(Terpene)이 있는데, 이 물질은 식물 스스로 주위 환경과 해충에 대해 방어 기능을 갖는 성분이다.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고, 항산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침엽수에서 발산하는 테르펜의 양이 활엽수보다 많으며, 가을보다는 여름에 더 많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삼림욕을 통해 면역력이 향상되고, 건강이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이 물질 때문이라 보면 된다.

이처럼 테르펜이 유용한 물질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수많은 해외 연구기관들이 이 물질을 탐색하여 동정(同定)을 하거나, 분리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하지만 테르펜이 만들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 과정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테르펜의 생화학적 과정을 제대로 규명

테르펜의 생화학적 과정을 규명한 연구기관은 산림청 산하의 국립산림과학원이다. 이 기관 소속의 연구진은 최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울우산버섯의 균사인 목재부후균(wood-rotting fungi)으로부터 테르펜을 생합성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겨울우산버섯은 주로 죽은 나무에서 발생하며, 목재를 썩혀 분해하는 버섯 종류 중 하나다.

연구진은 테르펜 생합성에 필요한 아홉 가지 대사과정의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의 분비 양상을 조사했는데, 특히 현재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9번째 대사 과정에서 크게 발현이 유도되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통해 테르펜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terpene synthase)의 존재를 발견했고, 목재부후균의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나무에서의 테르펜 생성 과정 ⓒ 국립산림과학원
나무에서의 테르펜 생성 과정 ⓒ 국립산림과학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미생물화학팀의 김명길 박사는 “이번 연구는 테르펜을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엔지니어링(bioengineering)의 첫 발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자평하며 “테르펜이 생합성되기까지의 대사과정(metabolic pathway)에 관여하는 목재부후균의 유전자와 단백질의 데이터가 구축됐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또다른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테르펜 생합성 과정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목재부후균의 유전자 및 단백질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하여 국내외 다른 연구진과 공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염증물질인 유데스몰의 생산 수율도 향상

연구진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로는 테르펜 물질의 일종이자 항염증물질인 ‘유데스몰(β-eudesmol)’의 생산 수율을 일곱 배나 향상시키는 최적 조건을 확립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진은 지난해 목재부후균으로부터 유데스몰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데스몰의 경우는 식물에서 추출한 것으로서, 1g 당 30만 원 정도의 고부가가치 물질이다. 따라서 겨울우산버섯에서 추출하는 유데스몰로 대체할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기술로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박사는 “목재부후균의 유용 유전자 및 단백질 분석 등 생물학적 변환 매커니즘 확립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유용 천연물질의 생산 기반 기술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를 담당한 김명길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테르펜이 만들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이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해외 사례는 어떤지?

테르펜 생합성에 필요한 9개의 대사과정 중 8개까지는 해외에서 규명한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9번째 대사 과정의 발현 시스템을 정확하게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목재부후균의 유전자 및 단백질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공유하는 이유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목재부후균에는 테르펜 생합성 외에도 여러 유용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따라서 유전자 및 단백질 정보를 공개하면 이를 기반으로 또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개하게 됐다.

- 테르펜을 통해 얻어지는 유데스몰의 활용방안은?

일단은 유데스몰의 생산 수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목재부후균을 통해 얻은 유데스몰과 기존의 식물에서 얻어낸 유데스몰의 효능 비교 실험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06-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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