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비만인 친구 많으면 비만될까

비만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두가지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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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일정 수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몸무게의 경우에도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친구나 가족들이 살이 쪘을수록 우리들도 살이 찔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지난 2007년 하버드 의대 제임스 파울러(Jamdes Fowler) 연구팀은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를 통해 비만과 사회적 관계망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비만, 사회적 유대관계 통해 확산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발표논문에서 연구팀은 메사추세츠 주 프레이밍햄 지역에서 30년이 넘게 실질적으로 비만이 증가한 현상의 원인을 규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반복적으로 1만2천67명의 사회적 네트워크 관계를 심층 조사했다.

연구팀은 추적 통계 모델을 적용해 한 사람의 몸무게 증가가 그의 친구나 친척, 배우자, 가족 또는 이웃들의 몸무게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검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네트워크는 비만의 생물학적, 행동적 특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만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통해 퍼져 나가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비만 확산의 원인이 사회 구성원 간 공유하는 사회적 규범인지 공통의 행동 또는 비슷한 환경인지 등 어떤 요인이 주요 인자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파울러 박사는 “친구들과 친척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사회적 규범이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의 강력한 결정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이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체질량지수이며 그 수치가 20 미만일 때는 저체중, 20~24일 때는 정상체중, 25~30일 때는 경도비만, 30이상인 경우에는 비만으로 간주한다.

한편 아리조나 주립대 알렉산더 브루위즈(Alexandra Brewis) 연구팀은 최근 ‘어메리칸 저널 오브 퍼블릭 헬스(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5월호 온라인판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가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일련의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100명 이상의 여성과 수 백 명 이상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브루위즈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흥미롭게도 사회적 규범이 비만 확산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브루위즈 연구팀은 사회적 규범이 체질량지수에 중요한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개인의 체질량지수에 사회적 규범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은 것으로 보고됐다. 단지 한 종류의 사회적 동력이 통계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질량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20% 수준에 그쳤다.

사회적 규범, 체질량지수 20% 영향

사회적 규범이 사회적 집단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브루위즈 연구팀은 18~45세 101명의 아리조나 주 여성들과 그들의 친구, 배우자, 가족, 친척, 직장 동료 등 812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만에 대한 성향을 인터뷰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은 그들이 희망하는 몸무게, 비만이 아닌 정상에 대한 선호도, 비만일 때 얻게 되는 모욕의 정도 등을 질문 받았다. 참가자들의 대답은 그들의 체질량지수와 일치했으며 그들의 사회적 친구들의 대답과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왜 사람들이 그들이 밀접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비슷한 몸무게를 갖는지에 대한 세가지 가능한 가설을 세우고 가설검증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세 가지 가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 규범이 사람들을 비슷한 방법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둘째, 2명의 사람이 서로 다른 규범을 갖고 있을지라도 한 친구의 사회 규범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두 친구 사이에 내면화된 사회 규범은 없다. 셋째, 비만은 실제로 사회적 관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 이외의 다른 요인이 몸무게와 관련돼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단순히 살이 많이 찐 친구들을 보는 것이다.

브루위즈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사회적 규범이 비만에 미치는 최종 연구는 물론 아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로스 하몬드 박사는 “규범의 한 종류를 검증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울러 교수는 “작은 효과라고 해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만의 사회적 확산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의 힌트를 주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에 적용된 방법론을 고려할 때 사회적 규범의 영향력이 20% 이상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브루위즈 연구팀의 보고처럼 만약 사회적 네트워크가 특정 사회 내 비만확산의 원동력이 아니라면 어떤 요인이 비만확산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브루위즈 교수가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브루위즈 교수는 “향후 사람들이 함께 먹는지, 함께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함께 하는 그 무엇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행동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마도 비만확산의 주요 요인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를 지칭해 브루위즈 교수는 이른바 ‘디저트 메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디저트 메뉴가 필요한 분”이라고 질문을 했을 때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본다.

다른 사람 주문해야 주문하는 ‘디저트 메뉴 현상’

누구도 메뉴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도 메뉴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만약 한 사람이라도 메뉴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다른 사람들도 디저트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향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똑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도 고려할 수 있다. 환경이 사람들의 건강과 체질량지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파울러 교수는 “프레이밍 연구의 데이터 분석에서 환경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몸무게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파울러 교수는 “비만인 이웃이 있다고 해서 당신이 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수 백 킬로미터 떨어져있어도 친척이 비만인 것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 이외의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 연구의 대부분이 가족, 친척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루위즈 교수는 “이 연구를 보다 더 깊이 수행한다면 유전적 요인도 확실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브루위즈 교수는 “만약 사회적 규범이 비만확산의 주요인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적어도 우리가 다른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울러 교수는 “사회적 규범이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지라도 사회적 규범은 비만 확산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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