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관측을 가능케한 핵심기술은 무엇일까?
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 국제연구진은 2019년 4월 10일 세계 최초로 블랙홀 관측 영상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일 만큼 강력한 중력을 지녀 육안을 통해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HT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8월 1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특별강연회를 통해 블랙홀 관측 영상 소개 및 관측기술에 대해 강연했다.
빛까지 묶어놓는 블랙홀, 육안 관측 불가
블랙홀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과학자 존 미첼은 1784년 밀도가 높고 중력이 매우 강해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검은 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후 1967년 존 휠러에 의해 ‘블랙홀’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블랙홀이 빛을 묶어놓을 수 있는 원리는 어떤 천체의 중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최소 속도인 ‘탈출속도’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블랙홀처럼 강력한 중력장을 지닌 천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굉장히 높은 탈출속도가 필요하다.
만약, 물체의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을 정도로 천체(블랙홀) 중력장이 강하다면, 빛의 속도로도 천체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빛이 벗어날 수 없는 중력장의 경계가 되는 구역을 ‘사건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공식에 따르면, 현재 태양 질량의 천체가 블랙홀이 됐을 때 사건 지평선 반경은 3km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3km 반경 내에 태양의 모든 질량이 뭉쳐있을 뿐만 아니라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중력장 구간까지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다.
EHT 국제연구진이 이번에 관측한 처녀자리 M87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5억 배, 사건 지평선 직경이 400억km에 달한다.
이처럼 엄청난 중력장을 지닌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내에서는 빛조차도 탈출이 어려워 중심부가 검게 보인다.
기존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관측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야 한다.
전파망원경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관측할 수 있어 광학망원경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번 처녀자리 M87 중심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기 이전에는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2가지 관측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첫 번째는 엄청난 양의 X선을 관측하는 것이다.
블랙홀의 존재를 최초로 확신하게 된 때는 1967년으로, 백조자리(Cygnus) X-1 천체에서 발산되는 엄청난 양의 X선을 관측하면서부터다.
블랙홀 주변 고온‧고압 환경에서 물질이 빠르게 회전해 빨려 들어가면서 그 반대급부로 원반 수직방향으로 Z류가 관측되는데, 이 Z류가 바로 X선이다.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X선이 백조자리 X-1에서 관측됨에 따라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블랙홀을 관측하는 두 번째 방법은 블랙홀 주변 천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블랙홀이 지닌 강력한 중력은 주변 천체들이 움직이는 궤도를 왜곡한다.
따라서, 천체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어떤 영역을 중심으로 다른 천체들의 궤도가 휘어지고 있다면 이 영역에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우리 은하 중심부 주변 천체들을 16년간 VLT(Very Large Telescope)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아무런 빛이 발견되지 않는 지점을 중심으로 타원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러한 천체들의 타원운동은 태양보다 400만배 큰 질량이 중심에 존재해야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우리 은하 중앙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VLBI 방식으로 블랙홀 직접 관측 가능해져
EHT 국제연구진은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블랙홀을 어떻게 직접 관측했을까?
전파망원경은 광학망원경과 비교해 집광력은 좋지만 분해능 측면에서는 아주 불리하다.
분해능은 떨어진 두 물체를 얼마나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지에 대한 것으로 관측 파장이 길수록 나쁘고, 망원경 직경이 클수록 좋다.
전파망원경이 관측하는 파장은 약 1mm에서 100m 수준으로, 가시광선 파장대가 380~760nm인 것을 감안하면 관측 파장이 길고 그 스펙트럼도 넓다.
이렇게 관측 파장이 길면 망원경의 분해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까이 붙은 천체들을 분리해 관측하기가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용된 기술이 바로 ‘전파 간섭계’ 기술이다.
전파 간섭계 기술은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같은 천체를 동시에 관측함으로써 직경이 매우 큰 전파망원경이 가질 수 있는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 사용된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VLBI) 기술은 6개 대륙의 8개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블랙홀이 내는 1.3mm의 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 8개가 독립적으로 전파를 받아 가상의 초점에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관측한 데이터를 합성한 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자료처리 및 영상화 작업을 수행했다.
오차 발생을 우려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4개 팀이 동시에 영상처리 결과를 도출했다.
4개 팀 모두 거의 비슷한 블랙홀 관측 영상을 내놓으면서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았으며, 이후 EHTC 국제공동연구팀 이름으로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정태현 박사는 “블랙홀의 실제 관측은 10년 전까지 만해도 꿈도 못꿨다”며, “VLBI 기술로 향후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A*(Sagittarius A*) 블랙홀도 관측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385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한길·김택균 교수, 신경과 윤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두경부(머리와 목 부분)의 X-선 영상을 이용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호흡량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재료연구원은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으로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8일 밝혔다.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는 인간 뇌를 모사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고효율로 인공지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다. 재료연구원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김용훈·권정대 박사 연구팀이 이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연구팀이 극저온에서 나타나는 특성인 '스핀 구름'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처음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현식 동국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이 응축하는 현상을 통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대표적 희소 난치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림프암의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조희영·임희종 박사 공동 연구팀이 면역체계 오작동으로 염증이 유발되고 정상조직이 공격당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통해 신약 물질인 'KIC-0101'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담수화 공정 후 폐기되는 농축수에서 담수와 고순도 리튬을 얻을 수 있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투석 방식의 담수화 시스템은 높은 전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증산발전 소자'를 만들었다.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기공을 통해 수증기가 돼 빠져나가는 '증산작용' 원리에서 착안한 이 소자는 한 번만 물을 주입하면 공기 중 수분을 자동으로 흡수해 자가 발전하게 된다.
인공조명에 따른 빛 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시민 과학자들이 제출한 별 관측 자료를 통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약 2억5천만년 전 꽃가루 화석에서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는 화합물이 확인됐다. 이는 식물이 유해한 자외선(UV-B)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페름기 말 대멸종 때 유해 자외선이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