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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청한 객원기자
2019-07-03

“붉은 수돗물 사태는 예견된 인재” 긴급토론회 개최…원인 분석·대응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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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인천 서구를 시작으로 서울, 안산, 청주, 부산 등 전국에서 일제히 오염된 수돗물이 흘러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강력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인재(人災)”라며 “단지 노후된 수도관 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돗물 정책의 새로운 단계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가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가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수돗물 불신, 갑자기 생긴 것 아냐”

먼저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가 “이번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하며 ‘수도사업 기술발전 및 초기 대응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를 시작했다.

이야기는 30년 전인 1989년부터 시작된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수질 사건이 터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나쁜 여론이 형성됐다.

최 교수는 “때마침 이를 활용한 정수기 영업이 활개를 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먹지 못하는 수돗물’이라는 인식이 곧 예산 배정 축소로 연결됐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시설 노후 및 수질악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역설하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수도서비스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번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며 지자체, 정부, 국회, 시민 모두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번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며 지자체, 정부, 국회, 시민 모두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주기적인 청소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최 교수는 “수도관 속의 침전물질이나 녹을 긁어내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라며 그 구조를 이유로 들었다.

“청소를 진행하면 관 속에 붉은 물이 가득 차고, 이것을 빼야 하기에 한 구간을 완전히 격리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양쪽에 물 잠그는 밸브와 물 빼내는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등 예산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제기되는 민원 역시 청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무리한 수계 전환(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꾸는 작업)이 지목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지자체, 정부, 국회, 시민 모두 역할 있어”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지자체, 정부, 국회, 시민 등 관련된 모든 주체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수도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지자체를 언급하며 “현실성 있는 수도 요금을 바탕으로 적정 예산을 배정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감하게 수도관 점검 및 청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담당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지자체의 역할 중 하나로 꼽았다.

정부의 노력도 필수다. 최 교수는 “기본적으로 물 관리 정책에서 수도의 중요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좀 더 증원해 상수도 개선 및 유지 보수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것이 국회다.

최 교수는 “우리 같은 전문가의 100마디 말보다 국회의 한 마디가 더 영향력이 있다”라며 “국정감사, 예산 확보, 관련 법령 강화 등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예산, 책임 소재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기에 지자체와 시민, 정부와 지자체 등 여러 주체간의 의견 대립이 나올 수 있다”며 “국민 역시 수돗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때론 불편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도 정책에 대한 설득, 양해 과정을 통해 조율을 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기적인 물세척(Flushing), 수도관의 복선화 등을 설명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기적인 물세척(Flushing), 수도관의 복선화 등을 설명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원활한 작업 위해 수도관 복선화 필요”

‘노후 정수장 및 관망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한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현 교수가 수질관리를 위해 강조한 것이 정기적인 물세척(Flushing)이다. 배수관내에 남아 있는 부식 물질이나 물때 등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사태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그는 “수도관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해도 그 내부는 청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소화전이나 퇴수밸브 등을 이용한 정기적 청소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유속(流速)이다.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최소 0.9m/sec 만큼의 유속을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배수관 직경이 300㎜을 넘어가는 경우. 그만큼의 유속을 뽑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직접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방법으로 청소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청소는 필연적으로 구간 단수를 부른다. 때문에 수도관의 복선화, 이중화를 통한 백업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 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말 그대로 관이 2개가 있어 하나를 청소하거나 점검할 동안 다른 하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우리보다 도시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런던의 경우 밖으로 관을 하나 설치하고, 기존 관들을 전부 점검하는 식으로 수도관을 관리합니다. 뉴욕에서는 한 술 더 떠 3차 터널까지 마련하는 등 많은 도시들이 예비 수도관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 '예견된 인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 '예견된 인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Pixabay

한편 이러한 복선화는 청소는 물론, 점검이나 수도관 교체에도 유용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 교수는 “현재 오염으로 인한 붉은 물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약해진 수도관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사고 역시 간과할 수 없다”라며 “지금까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30년 이상 된 수도관이 전국에 산적해 있다. 이것들이 터지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 방지를 위해서라도 전국의 수도관을 정밀 점검하고, 문제 있는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런 작업들은 어쩌면 몇 달이 걸리는 긴 프로젝트다. 때문에 또 하나의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제 및 패널토론에서는 ‘광역도 단위 수도사업 통합 운영’, ‘국민 참여 수돗물 혁신단 구성’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환경부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종합제도 개선안을 7월 말에 발표, 향후 철저한 수돗물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청한 객원기자
chkim3050@gmail.com
저작권자 2019-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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