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컴퓨터 개발에 한 발 다가서다

국내 연구진 참여, 단일 분자 열 전달 최초 측정

단일 분자를 통한 열전달이 미국 미시간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측정됐다. 이에 따라 분자 컴퓨팅(molecular computing)을 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분자컴퓨터란 아주 작은 나노컴퓨터의 일종으로 기존의 실리콘 칩 컴퓨터에 비해 속도가 수천~수만 배 빠르고, 마이크로로봇에 장착해 인체 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할 수 있어 ‘꿈의 컴퓨터’ 중 하나로 불린다.

이 분자컴퓨터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재래식 컴퓨터로 분류된다. 지금처럼 실리콘에 회로를 새기지 않고 여러 종류의 분자를 이용해 회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어의 법칙은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면서 처리능력도 두 배로 증가한다는 관찰에서 나왔다.

분자컴퓨터 장애물은 열전달

그동안 분자컴퓨팅은 이 무어의 법칙의 최종 게임으로 널리 믿어져 왔으나 실용화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는 실정. 이 장애물 중 하나가 바로 열전달이다.

에드가 메이호퍼(Edgar Meyhofer) 미시간대(U-M) 기계공학과 교수는 “분자컴퓨팅에서 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 성분들이 본질적으로 두 전극을 이어주는 원자들의 끈이기 때문”이라며, “분자가 뜨거워지면 원자가 매우 빠르게 진동하고 따라서 끈이 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 분자들을 통해 전달되는 열은 조절은커녕 측정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메이호퍼 교수와 함께 프라모드 레디(Pramod Reddy) 기계공학과 교수는 처음으로 분자 사슬을 통해 열이 흐르는 속도를 관찰 실험하는데 성공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7일 자에 발표된 이 연구에는 우리나라 연구팀과 일본 및 독일 연구원이 함께 참여했다.

단일 분자를 통한 열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 탄소 원자 사슬이 실온의 전극과 뾰족하게 생긴 원자 규모의 끝단과 연결돼 있다.  CREDIT: Longji Cui, Nanomechanics and Nanoscale Transport Labs, Michigan Engineering

단일 분자를 통한 열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 탄소 원자 사슬이 실온의 전극과 뾰족하게 생긴 원자 규모의 끝단과 연결돼 있다. ⓒ Longji Cui, Nanomechanics and Nanoscale Transport Labs, Michigan Engineering

금 전극과 탄소 원자 사슬로 실험

레디 교수는 “분자 컴퓨팅의 전자적 양상은 지난 15~20년 동안 꾸준히 연구돼 왔으나 열 흐름은 실험적으로 연구하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분자 결합으로부터 열을 더 빨리 소멸시킬수록 미래의 분자컴퓨터는 신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호퍼와 레디 교수는 거의 10년 가까이 이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왔다. 이들은 실험실의 다른 공간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분리된 열량계를 개발해 매우 정밀하게 열을 감지해 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열량계를 실온보다 높은 섭씨 20~40도로 가열했다. 열량계에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0분 1에 해당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금으로 된 전극을 장착했다.

미시간대 그룹과 한국의 국민대 장성연 교수(응용화학과)팀은 실내 온도의 금 전극에 탄소원자 사슬로 된 분자를 코팅했다.

이들은 두 전극이 서로 맞닿을 때까지 이동시켜 일부 탄소 원자 사슬이 열량계의 전극에 달라붙게 했다. 전극이 서로 접촉한 상태에서 열은 마치 전류가 흐르듯이 열량계로부터 자유롭게 흘러나왔다. 이어 연구팀은 전극을 천천히 분리시켜 탄소 원자 사슬만이 연결되도록 했다.

분리가 진행되는 동안 탄소 원자 사슬들은 차례차례 찢겨 지거나 떨어져 나갔다. 연구팀은 전극을 통과해 흐르는 전류 양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분자들이 남아있는지를 추론했다.

사슬 길이, 열 이동속도에 영향 안 미쳐

독일 콘스탄츠대와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 대학원 대학교 공동연구팀은 단 하나의 분자만이 남아있을 때 예상되는 전류와, 분자를 통과하는 예상 열전달을 계산했다.

연구팀은 전극 사이에 분자 하나만이 남아있을 때 이 분자가 스스로 떨어져 나갈 때까지 전극의 분리 상태를 유지했다. 이 상태에서 갑자기 열량계 온도가 극소량 올라갔고, 연구팀은 이 온도 상승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열이 단일 분자 탄소 사슬을 통해 흘러가고 있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탄소 원자 2개와 10개 사이의 탄소 사슬로 열 흐름 실험을 했으나 사슬의 길이는 이를 통해 열이 이동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열전달률은 실온에서 유지되는 열량계와 전극 사이에 섭씨 1도 당 20 피코와트(20조분의 1 와트)의 차이가 있었다.

논문 제1저자로 현재 라이스대 물리학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롱지 퀴(Longji Cui) 박사는 “육안으로 볼 때 구리 또는 목재 같은 물질의 열전도도는 물체 길이가 증가할수록 떨어지며, 금속의 전기전도도도 비슷한 규칙을 따른다”고 말했다.

퀴 박사는 “그러나 나노 규모에서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고 말하고, “한 가지 극단적인 예는 전자 접점으로 여기에서는 양자 효과가 전송 특성을 지배해, 길이가 늘어남에 따라 전기전도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데 비해 열전도도는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론적 예측으로 나노 규모에서 열의 용이한 이동성은 분자 사슬이 100 나노미터 이상 즉, 이번 연구에서 시험한 10개의 원자 사슬보다 약 100배 이상 길어도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시시한다.

연구팀은 현재 이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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