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백령도 인근 해역에 이들을 위한 인공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 점박이물범과 지역 어업인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인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조성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점박이물범은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는 해양포유동물이다. 부드러운 회색 털에 검은색 점무늬가 박혀 있는 귀여운 모습을 띄고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 급감
점박이물범은 전 세계적으로 북태평양 온대 및 한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은 겨울철에는 중국의 북쪽 해안에서 지내다가 봄부터 가을까지는 백령도와 황해도 연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백령도에서는 총 410마리의 점박이물범이 관찰됐다. 이는 물범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6년 이래로 가장 많은 숫자다. 하지만 백령도를 제외한 전체 서식지 현황을 살펴보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940년대에는 서해 전체에 약 8000마리가 서식했지만, 사람들이 가죽 및 고기 등을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포획하면서 1980년대 들어 2300마리 정도로 급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보다 더 개체수가 줄어들며 1200마리 미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점박이물범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번식지의 유빙(遊氷) 감소와 해양오염, 그리고 먹이생물 감소 등을 꼽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2007년부터 점박이물범을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서해 점박이물범 종합계획’을 수립해 개체수 변화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구조 및 치료 강화 그리고 서식환경 개선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인공쉼터 조성은 이 같은 서해 점박이물범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는 미국 오리건주와 샌프란시스코의 물범 쉼터조성 사례를 본떠서 만드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해 1억 원을 들여 인공쉼터 설계를 마쳤고, 올해는 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 인공쉼터가 조성된다면, 1년에 약 200~400여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꾸준히 찾아올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예상하고 있다.
물범 특성에 맞도록 인공적으로 쉼터 조성
점박이물범은 체온조절과 호흡, 그리고 체력 회복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바위 등에서 휴식을 취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백령도 바다에서 휴식공간으로 활용되는 물범바위는 자리가 협소하여 물범들끼리 자리다툼을 벌이는 등 휴식을 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에 섬 형태의 인공쉼터를 조성하여 많은 물범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쉼터의 규모는 길이 20m에 폭은 17.5m로서 350㎡의 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마련하는 점박이물범의 보금자리는 인공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1㎥급 자연석만 활용한다. 또한 물범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면 위에 노출되는 마루의 높이를 네 단계로 차등을 두어 조석에 따라 물범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물범의 특성에 대해 해양환경공단의 관계자는 “바위에 기어 올라가기보다는 물에 잠겨 있을 때 자리를 확보한 후 수위가 낮아져 바위가 노출되면 그 때 올라앉는 방법을 선호한다”라고 밝히며 “인공쉼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선착장 등 다양한 인공시설을 물범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해외 사례들에서 착안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공쉼터의 수면 아래 공간은 어초(魚礁)의 기능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쥐노래미나 조피볼락 등 점박이물범이 좋아하는 물고기들의 서식처로 인공쉼터의 수면 아래 공간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 해역에 패류나 치어 등 수산자원을 방류하여 점박이물범에게는 먹이를, 지역 어업인에게는 어획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양쪽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복합 해양생태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계획이다.
다음은 인공쉼터 조성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한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의 정성근 주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인공쉼터 조성에 담긴 의미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점박이물범 인공 쉼터는 더 많은 점박이물범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지역 어업인과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쉼터 조성 업무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멸종 위기에 처한 우리바다의 보호대상 해양생물을 지키는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쉼터 조성과 관련한 문제점은 없는지?
백령도 어민들은 점박이물범 인공쉼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점박이물범이 많아지면 어구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어획량도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혀 달라
인공쉼터 조성 공사는 올해 11월 중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지역사회와 협의해 점박이물범과 인공쉼터를 활용한 해양생태관광의 활성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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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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