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장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나노기술을 이용한 세라믹 코팅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22일 과학기술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석현광 박사는 "고온 플라즈마를 이용해 신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인 다음 표면에 분무해 나노구조 코팅막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석현광 박사팀은 AYE, AYG, YYC 등으로 명명한 세라믹 신소재를 개발했는데, 이를 태양의 표면 온도보다 2배 이상 높은 1만5천℃의 플라스마를 이용해 녹인 다음 부품 표면에 분무하는 방법으로 나노구조 코팅층을 형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팅막은 기존의 세라믹 코팅에 비해 수명이 대폭 향상됐다.
석 박사는 "반도체 제조에는 부식성 가스로 실리콘웨이퍼를 부식시켜서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는 '드라이 에칭' 공정이 사용되는데, 부식성 가스가 반도체 제조장비에도 영향을 미쳐 부품 수명을 단축시켜 왔다"면서 "반도체 제조장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개발한 나노구조 코팅재는 경도와 긁힘 저항성, 부식 저항성 등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밝혔다.
실제 실험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구조 코팅재는 현재 반도체 제조장비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트리아 세라믹 코팅재와 동등한 수준의 플라즈마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면서도 경도는 2배, 긁힘 저항성은 10배 향상되고, 염소계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성은 5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균열과 같은 결함이 기존 코팅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나노구조 코팅재가 단단한 이유는 원자가 배열된 구조 때문이다. 석 박사는 "고체는 대부분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갖는 결정상을 이루는데, 결정상인 고체는 흠이나 외부 자극 때문에 한번에 깨질 수 있다"면서 "나노구조 코팅재는 원자 배열이 균일하지 않은 '비정질'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초급냉 기술을 이용해 액체에서나 볼 수 있는 비정질 고체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구조 코팅재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생산성 향상과 반도체 제조용 핵심 장비 부품의 국산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석 박사는 "나노구조 코팅재를 반도체 제조용 핵심장비에 적용하는 상용화를 곧바로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약 3-4백억원 정도인 반도체 장비 코팅 시장 규모도 향후 1천억원 이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석현광 박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국내 특허 3건을 출원했으며, 미국과 일본 등에 국제특허 출원을 한 상태다. 또한 6편의 논문을 소재분야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Research' 등에 게재했다. 한편 연구에 참여한 윈엔윈테크놀로지(주)(대표이사 이회영)는 올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생산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 '21세기 프론티어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단장 서상희)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석 박사팀과 윈엔윈테크놀로지(주) 외에도 충남대학교 백경호 교수팀 등이 함께 참여했다.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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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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