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치아를 닦지 않은 채 자려고 하면 어른들은 늘 ‘이를 닦지 않고 자면 입속에 있는 벌레가 이를 갉아먹어 충치가 생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닦는 버릇을 어렸을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벌레라 불리는 세균이 충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입속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설탕이나 전분 등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당분이나 산(酸)이 치아를 구성하는 일부 성분을 부식 시켜 발생하는 질환이 충치다.
문제는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인 에나멜(enamel)이 다른 신체 조직들과는 달리 두 번 다시 재생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점이다. 흔히 법랑질이라고 불리는 에나멜은 무기질과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어 치아를 매끈하고 하얗게 보이도록 만드는 성분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과학자들이 치아의 손상된 에나멜을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phys.org’는 최근 기사를 통해 치아를 마치 리모델링하듯이 수리해서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에나멜은 가장 단단하지만 재생이 불가능한 물질
‘사기질’ 또는 ‘법랑질’이라고도 불리는 치아의 에나멜은 인체 조직 중에서 가장 광물화(mineralized)된 부위이자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이처럼 에나멜이 신체 조직 중에서 가장 단단할 수 있는 이유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라는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치아 겉면을 감싸고 있는 에나멜의 색상은 빛을 받았을 때 엷은 흰색을 띠게 되는데, 이런 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웃을 때 드러나는 치아는 흰색을 띠는 것이다.
단단한 물성(物性) 덕분에 에나멜은 충치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아 내부의 조직들을 산성 성분이나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치아 내부의 민감 조직인 상아질까지 보호한다.
문제는 이같이 중요한 기능을 가진 에나멜이 재생불가능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에나멜과 가장 유사한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뼈만 하더라도 재생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뼈와는 다르게 에나멜에는 살아있는 세포가 초기에만 관여하고 일정한 크기로 성장한 이후에는 사라지기 때문에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충치예방을 위해서는 에나멜이 부식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당분이나 산성 성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음료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대한치과협회의 관계자는 “당분이나 산성 성분이 세균과 함께 치아에 달라 붙으면 젖산(lactic acid)이 만들어져 에나멜을 부식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가능한 한 이런 음식들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게 된다면 식후에 바로 잇솔질을 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얼음이나 사탕처럼 딱딱한 음식을 씹는 것도 에나멜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깨물어 먹지 말고 빨아먹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에나멜과 흡사한 인조 에나멜 코팅 방법 개발
에나멜이 이처럼 치아 유지 및 신체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를 인위적으로 재생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연구로는 중국 저장대학(Zhejiang University) 소속 연구진이 개발 중인 ‘손상된 치아 에나멜 복구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연구진은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앞서 무기질과 미네랄로 구성된 조직인 치아의 형성 시기에 주목했다. 에나멜 아세포라는 이름의 어린 세포가 '에나멜 단백질'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을 분비하면서 치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저장대의 관계자는 “에나멜 아세포는 치아가 형성되는 초기에만 잠깐 존재한다”라고 소개하며 “다 자란 치아에는 에나멜 아세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 후 손상된 에나멜을 재생시키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다소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에나멜을 만드는 ‘인조 에나멜 개발’을 구상했다. 복잡한 구조의 에나멜을 ‘인산칼슘클러스터(clusters of calcium phosphate)’라는 물질을 적용하여 에나멜의 결정 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 인산칼슘 결정은 에나멜을 구성하는 주요 무기질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직경 1.5nm의 인산칼슘클러스터에 트리에틸아민(triethylamine)이라는 화학 물질을 첨가하여 에나멜처럼 코팅할 수 있는 젤라틴 용액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저장대가 공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인간의 치아에 젤라틴 용액을 바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인산칼슘 이온들이 에나멜처럼 치아를 코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결과만 가지고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코팅 두께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데, 한 번 바를 때마다 최대 2.8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쌓이기 때문에 아직은 사람의 치아에 비해 수백 배 정도 얇은 편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저장대 관계자는 “반복해서 젤라틴 용액을 바르면 효과적으로 두껍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든 인조 에나멜이 자연의 에나멜과 흡사한 구조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충치 치료에는 인공수지를 활용하고 있어서 부작용 등이 많이 발생하지만, 인조 에나멜 개발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충치 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10-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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