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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8-05-17

바다 위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 대형 바지선 위에 시설 설치… 오지 전력 공급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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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인류에게 있어 기회의 공간인 것은 비단 바다가 갖고 있는 자원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광활한 면적을 잘 만 이용하면, 미처 육지에서 해결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를 단시간에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태양광 발전소다. 신재생 에너지의 대표주자인 태양광 발전소는 미래지향적이자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석 연료보다 효율이 낮은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에너지 생산을 위해 넓은 면적을 갖춰야만 하는 것.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산림을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도 따르고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단시간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다. 마치 뗏목처럼 태양광 패널을 물 위에 띄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으로서, 육지에서 해결하지 못한 공간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일조량도 육지보다 훨씬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러시아가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바다 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이라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원이 ‘태양광’이 아닌 ‘원자력’이라는 점이다.

러시아가 건조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가 최근 시범 항해를 시작했다 ⓒ ShipSpotting.com
러시아가 건조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가 최근 시범 항해를 시작했다 ⓒ ShipSpotting.com

바다 위에 만들어진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가 최근 시범 항해에 들어갔다고 보도하면서, 3~4번의 시범 항해를 통해 성능 및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항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의 이름은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다. 외관 상으로만 보면 커다란 선박 위에 발전소를 지은 것처럼 보이지만, 선박이 아니라 2만 톤급 크기의 대형 바지선에 세워졌다. 자체 동력이 없기 때문에 5대의 예인선이 함께 다니면서 앞뒤에서 발전소를 끌어주며 운항하도록 설계되었다.

러시아의 원전 국영기업인 로스아톰社가 제작한 로모노소프호는 70MW의 전력과 300MW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원자로 2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20만명 가량의 인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항해는 최근 시작되었지만, 발전소를 바지선 위에 짓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9년의 일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계속된 설계 변경과 조선소의 파산으로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바지선 위에 건설된 이유로 예인선을 통해 항해할 수 있다 ⓒ Greenpeace
바지선 위에 건설된 이유로 예인선을 통해 항해할 수 있다 ⓒ Greenpeace

이처럼 온갖 우여곡절 끝에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가 항해를 시작했지만, 사실 로모노소프호가 이런 형태의 발전소 중에서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파나마 운하지역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스터지스(Sturgis)라는 이름의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한 바 있다.

또한 1970년대 들어서는 1200MW 용량의 대형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건조하기도 했지만, 안정성 문제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러시아가 다시 현실 세계로 가져온 이유는 전력이 모자란 자국 내 지역들에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특히 운항 초기에는 북극권에 위치한 도시인 페베크(Pevek)에 전력 공급을 집중한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계획이다.

로스아톰社의 관계자는 “페베크市는 구소련 시절 광산 개발 및 북극 항로 구축을 위해 건설되었다”라고 밝히며 “그러나 지역이 워낙 오지여서 선박 외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기반 시설이 노후화되고,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쇠퇴하는 도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이 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인근 항구에 정박시킨 다음, 자체적으로 에너지 공급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시 북극해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어

원자력 발전소를 부유식으로 건설한다는 발상이 워낙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원자력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구소련 시절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로모노소프호에서 발생한다면, 인접해 있는 북극해 전체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원전 사고를 몇차례 일으킨 전력이 있다. 따라서 안전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설명없이 무조건 다른 어떤 원자력 발전소보다도 안전에 자신이 있다는 로스아톰社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로모노소프호는 안전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어서 제 2의 체르노빌로 불리고 있다 ⓒ Greenpeace
로모노소프호는 안전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어서 제 2의 체르노빌로 불리고 있다 ⓒ Greenpeace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로모노소프호를 가리켜 ‘얼음 위의 체르노빌 (Chernobyl on ice)’이나 ‘핵추진 타이타닉(Nuclear Titanic)’이라 부르며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같은 경우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 로모노소프호의 항해를 가로막는 실력 행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로모노소프호가 폭풍이나 높은 파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 2의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출항하는 항구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항의시위에 참가했던 그린피스의 원자력 전문가인 ‘얀 하버캄프(Jan Haverkamp)’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는 자체 동력이 없어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대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해양 환경을 보존하는데 있어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5-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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