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민영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비밀 밝혀지다

민영기 과학문화재단 석좌연구위원

2003.12.24 00:00


오랫동안 신비로 남아있던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이 하늘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로 생긴 지구의 기후 변화가 나무를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여 나무를 단단하고 밀도가 높게 만들었고, 이러한 나무의 목재가 바이올린 제작에 쓰였다는 것이다.



17세기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역사를 통해서 가장 정교한 바이올린으로 풍부한 감정 표현과 다양한 음색을 가진 “명품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 수는 약 1100개가 조금 넘지만 그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650개 정도이다. 그 중에서 바이올린은 1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데 현재까지도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어 저명한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이렇듯 아름다운 소리와 그 희소성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값은 20억 원을 호가한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착 펄만과 조슈아 벨, 그리고 첼리스트인 요요 마도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도 이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바이올린을 배운 뒤에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흥미를 느껴서 18세 때에 그 당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였던 니콜로 아마티의 견습공이 된 후 1680년부터 나름대로의 요령을 터득하여 자립해서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그의 바이올린은 아주 유명해졌고 40세가 되어서는 엄청난 부자도 되었다. 그는 94세까지 바이올린을 만들었지만 그 비법을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그의 아들에게조차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가 죽은 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을 캐는 연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바이올린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고, 다른 어떤 바이올린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은은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바이올린의 비법에 관한 소문은 많이 나돌았는데 그 중 하나는 동체의 칠이 특별하다는 것이었다. 수 세기동안 전문가들은 특수한 동체의 칠이나 목재의 처리법이 이 악기가 현대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이 만들어 낼 수 없는 풍부한 공명의 소리를 만드는 비밀이 아니겠느냐는 논란을 벌여왔다. 그러나 역사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동체 칠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당시 일반 가구에 칠하던 유약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원래 발라져있던 유약의 대부분이 벗겨져 19세기 무렵 새로 덧칠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바이올린 소리는 현에서 나온 음파가 동체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내느냐로 결정된다. 나무의 재질, 동체의 정교함, 동체를 이루는 나무판의 두께 등이 공명을 결정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동체를 분해해서 스피커 앞에 놓고 주파수를 바꿔가며 진동을 조사해 본 결과 신기하게도 동체의 공명주파수가 서양의 음계의 음 간격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미국 텍사스 농공대학의 헝가리 태생 생화학자인 조셉 나기바리(Joseph Nagyvary) 박사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사용된 목재에는 나무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균제가 사용됐는데 그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 물질이 음향을 좋게 하는 효과를 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화학제가 어떤 물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 테네시대학의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헨리 그리씨노-마이어(Henri Grissino-Mayer) 박사와 컬럼비아대학의 기후학자인 로이드 버클(Lloyd Burckle) 박사가 가장 그럴듯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여 주목받고 있다. 즉, 이 바이올린 제작에 사용된 목재의 나무가 오랜 기간 지속된 긴 겨울과 서늘한 여름에 성장하여 특수 음향의 성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바이올린과 바이올린이 만들어진 목재, 이 목재의 나무가 자랄 때의 기후, 그리고 이 기후가 우수한 질의 음향을 만드는 나무 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 여러 요인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유럽에서 14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소 빙하기(Little Ice Age)가 나무의 성장을 지연시켜서 알프스의 가문비나무들이 예외적으로 단단하고 큰 밀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와 17세기의 당시 이태리의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이 가문비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 빙하기 중에서도 1645년에서 1715년까지 70년 동안이 가장 추웠는데 이 기간이 태양활동의 극소기로서 우리는 이 기간을 이 현상을 기록한 19세기 태양 천문학자 마운더(E.W. Maunder)의 이름을 따서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라고 부른다.



스트라디바리는 마운더 극소기가 시작되기 1년 전에 태어났고 이 기간이 끝날 때 그의 가장 좋은 현악기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의 황금 시기는 1700년에서 1720년 사이였다. 뉴욕주 팔리세이드에 있는 컬럼비아대학의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에서 작은 해양생물의 생애를 통해서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연구해 온 버틀 박사는 날짜를 따져보고 바이올린과 제작될 때의 기후와 어떤 연결점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2년 전 영국에서 “메시아“로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감정했던 테네시대학의 나무 나이테과학연구소의 수목연대 측정학자인 그리씨노-마이어 박사에게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들어졌을 때 나무 상태의 점검을 부탁했다. 그리씨노-마이어 박사는 서부 프랑스에서 남부 독일에 이르기까지 5개국에서 낙엽송, 가문비나무, 그리고 소나무의 고산 숲 16개에 대해서 1500년부터 현재까지 500년의 연대기를 개발했다. 그는 1625에서 1720년까지 나무가 느리게 성장하여 나이테가 전에 없이 촘촘하고 좁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이 기간은 유럽에서 마운더 극소기와 일치하고. 이 때 자란 좁은 나이테의 목재가 이태리 크리모나 지역의 바이올린 제조자들이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믿어진다. 좁은 나이테는 바이올린을 더 강하게 만들어줌은 물론 나무의 밀도를 더 높여준다.



목재의 좁은 나이테와 높은 밀도가 바이올린의 톤과 음색을 차이 나게 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평범한 바이올린 제작자에게 주어졌다면 이렇게 훌륭한 악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나무만이 완전한 설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무엇이 있어서 조화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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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03.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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