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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9-12-11

'미텔슈탄트' 인수로 기술 격차 극복 소재·부품 분야의 독일 중소기업 전략 벤치마킹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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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제조업이 쇠퇴한 이유는 아시아 신흥 개발국가와 관련이 있지만, 그런 신흥 개발국가의 저가 물량공세에도 독일의 ‘미텔슈탄트’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마이스터’라 불리는 숙련된 기능인들이 중심이 되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 현황을 진단하는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현장. 국제 간 기업 인수·합병 전문 컨설팅업체인 판디온파트너스(Pandion Partners)의 ‘마이클 티엘(Michael Thiele)’ 박사는 독일 소재·부품 기업들의 강점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산업의 글로벌 현황을 진단하는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소재·부품·장비 관련 산업의 글로벌 현황을 진단하는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M&A 컨퍼런스’는 일본의 소재 및 부품 수출규제 조치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방안으로 개방적 기술 확보를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미텔슈탄트는 제조에 특화된 독일의 중소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독일의 중소기업을 가리킨다. 미텔슈탄트의 탄생은 지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자영농이 중심이 된 시기였는데, 농업 만으로 생활을 하기 힘든 농가들이 부업으로 구두 수선 및 가방 제조 등을 시작하면서 수공업을 겸하게 되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독일에서도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가가 겸업하던 수공업의 규모도 같이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는 공통 과정인 수공업이 중소기업으로 발전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진화하는 단계를 따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독일의 수공업은 마이스터(meister)가 이끄는 소규모의 장인 기업으로 발달하게 되었고, 이들이 현재의 미텔슈탄트가 되었다. 따라서 미텔슈탄트는 일반적인 중소기업이 아니라 제조업에 특화된 중소기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실제로 미텔슈탄트 산업군에 속하는 독일 중소기업들의 경영자는 대부분 제품을 직접 생산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견고한 성장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수많은 미텔슈탄트가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춘’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에 30여 개의 미텔슈탄트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130여 개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 이어 2위인 규모다.

독일의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명품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 nothingventured
독일의 중소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명품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 nothingventured

현재 시점에서 독일의 중소기업 수는 4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독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비중으로서, 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독일 전체의 절반 수준을 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업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대기업의 수출 증대에 따른 소득 증가가 중소기업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의 경우는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소재 및 부품 의존도가 일본의 기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업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텔슈탄트의 벤치마킹’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독일의 미텔슈탄트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 및 가치관을 적용하여 양극화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재 분야에서 빠르게 선두를 추격하려면 M&A가 필수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한 미텔슈탄트 접근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티엘 박사는  “우주나 항공, 또는 풍력 에너지 같은 분야에서는 복합 소재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반면에 다른 분야에서는 아직도 복합소재 활용에 대한 발전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인데, 특히 e-모빌리티(e-mobility) 분야가 잠재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티엘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수요는 복합소재 수요 증가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과 보안 측면에서 전력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운 복합소재야 말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는 미래형 자동차로 꼽히는 전기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 경량화를 필수적 요소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하우징과 배터리 적층, 열 분산 등을 위해서도 복합소재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도 복합소재는 쉽게 부식되지 않는데다가 디자인 적용이 쉽고, 가혹환경에서도 내구성이 좋아서 모빌리티 외에도 다른 분야에 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티엘 박사의 의견이다.

그는 “이처럼 독일에서도 소재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이끄는 기술인 디지털 디바이스를 비롯하여 SW와 산업용 사물인터넷(IoIT), 그리고 로봇 및 빅데이터 같은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제조 기술이 M&A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독일의 대표적 미텔슈탄트인 HKR은 자동차 부품 업체다 ⓒ staufenAG
독일의 대표적 미텔슈탄트인 HKR은 자동차 부품 업체다 ⓒ staufenAG

티엘 박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텔슈탄트를 아시아 자본이 인수한 대표적 사례로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전기가 독일 전문 기업인 HKR을 인수한 사례를 꼽았다.

HKR은 1990년부터 자동차 산업에 참여한 독일의 대표적 미텔슈탄트다. 자동차 산업 중에서도 특히 실내 환기 및 냉방, 그리고 라디에이터 팬 및 보조 용도의 전력 전자장치를 개발해 왔다.

발표를 마치며 티엘 박사는 “HKR처럼 독일 미텔슈탄트의 M&A를 통해 빠른 시간에 선두주자를 추격하는 것이 소재 및 부품 분야에 참여하는 아시아 자본의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1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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