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미세먼지 우울증, ‘숲’이 잡는다

도시숲,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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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수준에 가까운 미세먼지 문제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의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일반 집단에 비해 우울 장애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시간 미세먼지를 흡입하게 되면 뇌로 가는 염증 물질이 증가하여, 우울증 발생이나 자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우울증 저감에 도시숲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산림청

우울증 저감에 도시숲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산림청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가 신체적 질환은 물론 정신적 질환으로 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우울증 증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도시숲 조성 사업’을 제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숲이 우울증 감소에 도움주는 것으로 밝혀져

‘도시숲(Urban Forest)’이란 도시나 마을같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조성된 숲이나 공원녹지 등을 가리키는 용어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들도 일종의 도시숲이라 할 수 있다.

도시에 숲이 우거져 있고 나무가 울창하게 심겨 있을 때 우울했던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의 조사 결과가 이런 현상이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내 성인 6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도시숲과 ‘우울증 질환(depressive symptoms)’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각 개인의 성별과 교육수준, 그리고 직업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파악했다. 이어서 ‘우울증의 척도(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를 항목별로 평가하여 총점이 16점 이상인 경우 우울증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도시숲이 적은 곳과 많은 곳 간의 우울증상 상대위험도 비교

도시숲이 적은 곳과 많은 곳 간의 우울증상 상대위험도 비교 ⓒ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 도시숲이 가장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우울증상 위험도가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평균 18.7%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숲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저감하는 도시숲이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시숲에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하며 “도시숲 조성이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저감 전략의 하나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라고 밝혔다.

정신건강 증진 외에도 미세먼지 저감효과 확실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많이 저감시키기에 이처럼 우울증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최근 미국과 이탈리아의 공동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과 이탈리아 파르테노페대학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5개 대륙에서 인구 1000만명이 넘는 10개 거대도시를 선정하여 현재의 녹지 면적과 잠재적으로 녹지가 될 수 있는 면적,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도시숲이 감당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5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해당 비용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기능은 대기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으로서, 약 4억80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홍수방지 기능 1100만 달러와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저감 기능의 50만 달러, 그리고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 기능으로 8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특히 도시숲 기능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라고 밝혔다. 도시숲이 미세먼지 1톤을 저감시킬 때 도시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비용은 약 26만 달러인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도시숲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연구에서도 도시숲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에 비해 25.6%, 초미세먼지는 40.9%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홍릉숲의 경계부와 내부, 그리고 중심부를 측정한 결과와 숲에서 2㎞ 떨어진 도심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결과다.

미세먼지 감소가 각종 질환 증상에 미치는 영향   ⓒ 충남연구원

미세먼지 감소가 각종 질환 증상에 미치는 영향 ⓒ 충남연구원

다음은 이번 연구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의 박현지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도시숲의 미세먼지와 폭염 완화 등 환경개선기능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신건강에 유익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따라서 도시숲이 지역주민의 걷기 및 운동을 유도하고,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여 사회적 교류를 증대시킴으로써 거주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도시숲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입증되었지만, 아직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다. 후속연구를 통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 인자(因子)가 확인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 기관이 바로 그 같은 일을 하는 곳이므로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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