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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6-19

미생물학자가 전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 기후 변화에서 미생물 중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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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국 30여 명의 미생물 학자들이 기후변화에서 미생물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구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에서 ‘보이지 않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생물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들은 ‘네이처 리뷰 미생물’(Nature Reviews Microbiology) 6월 18일 자에 실린 ‘인류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Scientist's warning to humanity: microorganisms and climate change)’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생명공학 및 생체분자과학대 릭 카비키올리(Rick Cavicchioli) 교수가 주도했다.

이 성명에서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연구에 미생물을 포함하고, 혁신 연구기술 활용을 증대하는 한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유기체 관련 내용은 자연보존 웹사이트들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더욱 고등한 생명체들의 존재를 지탱해 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 조절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생물들은 기후변화 연구에서 거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 개발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것.

얼음 조류(藻類)의 갈색 층이 보이는 남극의 바다 얼음. 바다 얼음에 서식하는 이 미생물은 해양 먹이사슬 시스템의 시작이다. 기후변화로 바다 얼음이 녹으면 그 연쇄반응으로 식량자원이 감소돼 바다 생물들이 굶주리게 된다.  CREDIT: Rick Cavicchioli, UNSW Sydney
얼음 조류(藻類)의 갈색 층이 보이는 남극의 바다 얼음. 바다 얼음에 서식하는 이 미생물은 해양 먹이사슬 시스템의 시작이다. 기후변화로 바다 얼음이 녹으면 그 연쇄반응으로 식량자원이 감소돼 바다 생물들이 굶주리게 된다. ⓒ Rick Cavicchioli, UNSW Sydney

미세 유기체가 먹이사슬의 시초

카비키올리 교수는 미생물이 동물과 인간의 건강, 농업, 먹이 그물(food web)과 식품산업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지구상 생명체 가운데 ‘보이지 않는 다수(unseen majority)’라고 지칭한다.

예를 들면 ‘해양생물 조사(the Census of Marine Life)’에서 바다 속 총 바이오매스의 90%가 미생물로 추산된다.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식물처럼 햇빛 에너지를 받아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이들은 바다 먹이사슬의 단초를 형성해, 크릴 새우가 이 플랑크톤을 먹고, 물고기와 바닷새 그리고 고래와 같은 큰 포유류가 새우를 먹이로 삼는다.

또 바다 얼음 조류(藻類)는 얼음 ‘주택’에서 번성하는데, 지구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 바다 얼음이 녹아 조류 서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바다 먹이사슬 시스템이 위축되게 된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해양생물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물 수생과 육상의 먹이 그물 시스템.  CREDIT: Wikimedia / Thompsma
민물 수생과 육상의 먹이 그물 시스템. ⓒ Wikimedia / Thompsma

식량과 질병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  

미생물은 바다 외에도 육상 환경과 농업 및 질병 문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지상 환경에서 미생물들은 대기에 이산화탄소와 메탄 및 아산화질소 같은 여러 종류의 주요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미생물의 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 가축의 경우 뒤새김 위(胃)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이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배출한다. 따라서 전 세계 농업 관행에서 이런 결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인간과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악화시킨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가 자연 생명체에 스트레스를 가해 병원체가 용이하게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기후변화는 또한 병원균을 옮기는 모기 같은 운반체의 숫자와 감염 지역을 확장시킨다”며, “그 결과 질병이 확산되고 세계 식량 공급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목장 풍경. 소나 양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들의 위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배출한다.  CREDIT: Wikimedia
미국 콜로라도주의 목장 풍경. 소나 양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들의 위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배출한다. ⓒ Wikimedia

미생물-기반 연구에 더욱 큰 배려 필요

성명에서 과학자들은 연구자와 기관 및 정부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미생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성명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생물의 반응을 조사하고 정책 개발과 관리 결정에 미생물-기반 연구를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물학적 과정을 지구 물리와 기후 과정과 연계시키는 기후변화 연구는 미생물 과정에 훨씬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이것이 기후변화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이며, 미생물이 효과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 모델이 제대로 생성될 수 없어 예측이 부정확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이뤄지는 결정들은 인간과 다른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만약 우리가 미생물 세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방정식의 매우 큰 구성요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카비키올리 교수는 미생물학자들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생물의 중요성을 교육할 수 있는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읽히고 보급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사람들이 미생물과 관련된 일들에 참여하고 미생물의 중요성과 파급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더욱 나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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