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미국의 한 조그마한 도시에서 DVD대여 사업을 시작했던 기업이 있다.
불과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이 업체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1억 명의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굴지의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변신했다. 바로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장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본인의 여건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근로 조건을 개선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마친 직원이라면 수주일 동안 해외여행을 하거나, 평소 배우고 싶었던 교육을 받으며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해당 기간 동안 완전히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원격지에서도 언제든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리모트워크(remote work)’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재택근무는 리모트워크의 원조
리모트워크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방식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스마트워크(smart work)’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간과 분리된 상황에서 업무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화된 스마트워크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원격근무’ 정도로 해석될 리모트워크는 과거나 현재의 업무형태와는 다른 시스템 때문에 미래형 업무방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리모트워크 방식의 근무형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리모트워크 모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재택근무’ 방식을 시작으로 오래 전부터 조금씩 개선되면서 현재 위치까지 이르게 되었다.
재택근무에 이어 등장한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도 리모트워크의 한 형태다. 수년 전 국내에 도입된 이 업무방식 덕분에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프리랜서업계에서 유행했던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 역시 리모트워크의 한 형태다.
디지털노마드는 일반적으로 프리랜서의 결혼 여부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뉘는데, 결혼하지 않은 노마드는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여행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에 결혼한 디지털노마드는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역에 거주하면서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일을 하되, 실질적인 업무는 물가가 낮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리모트워크의 본질은 비대면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 리모트워크의 외형적 특징이라면, 그 본질은 ‘비대면(untact)’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업무방식은 ‘대면업무’가 대부분이었다. 사무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모여 얼굴을 맞댄 채 보고를 하고, 서류를 작성하며, 회의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점심도 함께 먹었다.
이와 같이 과거에는 대면업무가 유일한 업무방식이었다. 얼굴을 맞대지 않거나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서는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것.
이런 구조에 익숙하다보니, 이제는 비대면 업무가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도 반드시 서면으로 결재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거나. 부하 직원이 눈에 보여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어 리모트워크 방식의 도입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원하는 상대방과 연결될 수 있는 통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원격지에서도 마치 옆에서 얼굴을 맞댄 채 업무를 보는 것 같은 리모트워크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을 구축한 대표적 통신기술로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리모트워크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회의가 꼽힐 만큼, 업무 중 회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멀티 디바이스 간의 영상 회의 시스템은 리모트워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1대 1 영상회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구성원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영상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실시간 공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한편 리모트워크는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장점이 많은 업무방식이다. 우선 사무실 임대료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원격 근무를 어느 장소에서 하느냐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주하는 국가의 물가 수준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차별화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미국 근무자를 1이라고 했을 때 독일과 영국은 각각 0.9와 0.8, 그리고 중국은 0.6의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형식적인 임금은 같은 업무를 하는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되지만, 물가 수준을 반영하면 실질적 임금은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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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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